241214
4호선으로 갈아타려면 어디로 가야 해요?
오이도로 가야 하는데.
고마워요. 학생은 어디까지 가요?
사당도 4호선인가? 4호선이네.
나는 저기 연신내
요양원에서 며칠 일하고
오이도 쪽으로 가요.
집은 아니고,
집은 중국이에요.
나는 중국에서 왔어요.
학생은 일해요?
다행이네.
내가 칠십하고 넷이란 말이에요.
손가락도 아프고 다리도 아파서
이제는 일을 많이는 못해요.
어디 요양원에서 연락 오면
삼일 일하고 쉬고
다른 데서 오라 하면
또 칠일 일하고 쉬고 하고 있어요.
이 방향으로 타는 게 맞아요?
나는 정왕역에서 내려요.
그 다음이 오이도역이고.
아휴, 자식들 때문에 걱정이야.
아들이 이제 사십이 넘었는데
또 돈 좀 보내달라고 하니
이번에는 보내줄 돈이 없다고 했어.
내가 더 늙으면 일을 못하게 될 텐데
너는 너 사느라 나는 못 챙길 것 아니냐
그러니 나도 모아둔 돈이라고
조금은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했어.
내 잘못이지. 잘못 키운 내 잘못이야.
섭섭해하는데 어떻게 해.
자기도 일을 해야지.
힘들어도 끝까지 해야지.
내가 2004년에 한국에 왔거든.
처음에 왔을 때는 가정부로 일했어요.
할아버지랑 할머니 모시고 살았어.
할아버지는 공무원을 했다 들었는데
방에 가면 무슨 대통령 무슨 대통령
상장들이 많았어.
할아버지가 참 배울게 많은 분이었어요.
할아버지는 음식을 내면
절대 남기지 않고 꼭 다 드셨어.
할머니는 내키지 않는 반찬은
쓱 밀어놓고 손도 안 댔단 말이야.
그러면 할아버지가 뭐라 하셨어.
음식 만든 사람의 정성이 있고
농사지은 사람의 정성도 있는데
손도 대지 않으면 어찌하느냐고
한 마디 하시고 그랬어.
할머니는 들은 채도 안 했지만은.
할아버지 돌아가실 때까지
십일 년을 그 집에서 살았는데
새벽 네 시면
일어나 운동을 하고
여덟 시에 밥 먹는다 하셨으면
딱 약속한 대로 나오고 그러셨어.
맞아. 배울 게 많은 분이었어.
아, 이제 학생 내려야 하는구나.
그래요. 잘 가요.
할머니 이야기 들어줘서 고맙네.
잘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