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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대화록

자리를 양보받은 어머니

241217

by 서자헌

엄마가 또래로 보이는 여자들한테

자리 양보받은 것 이야기했니?


아니 엄마가 지난주에 결혼식 다녀왔잖아.

결혼식장이 여의도였단 말이야.

결혼식 끝나고 돌아오는데

지하철 안에 사람들이 엄청 많았어.

그래서 서 있는데

앞에 앉아 있던 여자가

나보고 자기 자리에 앉으라는 거야.

처음에는 괜찮다고 했지.

비슷한 나이로 보이는데 뭐하러 굳이 양보를 받아.

그래도 다시 또 앉으라길래

뭐 어때 나야 땡큐지, 하고 앉았지.

그런데 그랬더니 그 여자 일행이 그 여자한테

“요즘에는 자리 양보받으면 싫어한대.

자기가 그렇게 나이 들어 보이나 해서.“

이러는 거 있지!


참나, 그런 일이 있었단다.

덕분에 편하게 오긴 했다만

옆에 두고 그렇게 말할 건 뭐니?

엄마가 정말 그리 나이 들어 보이나 싶더라.


하긴 엄마 나이가 적니?

내일모레면 일흔인데.

네 누나가 듣더니 위로한다고

엄마가 많이 힘들어 보였나 보네, 하더라.

여의도에서 집에 오려면 한 번 갈아타야 하잖아.

그날 9호선 열차 안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동작역에서 내릴 수 있을까

조마조마 마음을 졸였더니

4호선 탈 때는 엄청 지쳐 보이긴 했을 거야.


그래도 말이야.

엄마가 머리 염색까지 하고 간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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