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따라 멀리
여행을 다녀왔다
주말 잠깐 보내자고
버스에만 열 시간
거창한 이유는 없어 그냥
이럴 줄 알고 간다기에
한바탕 웃고는 별 말 없이 따라나섰다
서울서 가장 멀다, 하는 이름도
저기 완도에 내어준
승객 대여섯의 소박한 여행길은
갑작스런 절경으로
단숨에 우릴 들이켰다
길은 굽이굽이 헤엄치며
깊은 속을 헤아렸고
우리는 거대한 절벽에 마음을 잃어
어째 돌 포켓몬이 물 포켓몬에
약한거냐는 이야기나 했다
숙소에 도착하여
탁구 세 판에 내리 열 시간을 자고
아침 버스 놓친 김에 냉우동을 먹고
하릴 없이 시간을 때우다
다시 여행길에 올랐다
우리는 엔진소리 틈으로
소소하게 대화를 나누었다
이른 나이 귀가 멀어
꼭 한 번은 되묻는 나에게
다시 한 번 답해주는 친구여서
마음 편히 먼 길
여행을 다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