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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자헌 Jul 15. 2018

여행

친구 따라 멀리

여행을 다녀왔다


주말 잠깐 보내자고

버스에만 열 시간


거창한 이유는 없어 그냥

이럴 줄 알고 간다기에

한바탕 웃고는 별 말 없이 따라나섰다


서울서 가장 멀다, 하는 이름도

저기 완도에 내어준

승객 대여섯의 소박한 여행길은


갑작스런 절경으로

단숨에 우릴 들이켰다


길은 굽이굽이 헤엄치며

깊은 속을 헤아렸고


우리는 거대한 절벽에 마음을 잃어

어째 돌 포켓몬이 물 포켓몬에

약한거냐는 이야기나 했다


숙소에 도착하여

탁구 세 판에 내리 열 시간을 자고

아침 버스 놓친 김에 냉우동을 먹고

하릴 없이 시간을 때우다

다시 여행길에 올랐다


우리는 엔진소리 틈으로

소소하게 대화를 나누었다


이른 나이 귀가 멀어

꼭 한 번은 되묻는 나에게

다시 한 번 답해주는 친구여서


마음 편히 먼 길

여행을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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