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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자헌 Jun 03. 2018

삼선교 광장

몰랐는데 우리 동네에 좁은 광장이 있었다. 삼선교역 올라 성북천 시작하는 곳에 온동네 아이들이랑 킥보드가 나와 냇가의 잠자리들마냥 온갖 방향으로 돌고 돈다.


아이들은 왜 항상 뛰어다닐까.


손오공 닮은 더벅머리 남자애가 앞니 빠진 누나랑 누나 친구를 앞뒤로 쫒으며 나 한 번 잡아보라 외치고 누나들이 쎄쎄쎄를 하면 어디 뒤에 숨어선 머리를 내민 채 나 한 번 찾아보라 외친다.


걸음마를 뗀 여자아이가 꿍광꿍광 잘도 걷는다. 넘어지고 어디 찧지는 않을지 보는 이가 조마조마한데 누구 마음은 오죽할까. 아이 걸음걸음 가만 지켜보는 일마저도 연습이 필요했다.


야광바퀴 매단 쪼그만 킥보드들은 열대어처럼 여기저기로 치솟고 두발 자전거 큰 형들은 그 틈으로 페달 밟아 유유히 헤엄친다.


온갖 것을 입으로 가져가는 아가와 금세 무릎에 진 얼룩을 매만지는 엄마가 있고 날파리 떼에 소스라쳐 하늘만 보며 뜀박질 하는 아이들과 멀찍이 벤치에 앉아 저들 사이 어딘가를 바라보는 할머니가 있다.


소프트 아이스크림은 깊게 파여 아이들 혀에 닿을락 말락 하고 떨어질 줄 모르는 해는 짧은 봄을 두고 하루가 길다 한다.


아이들 웃음소리에 하루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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