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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자헌 May 25. 2019

매미

지하철 4호선 오이도행 열차에 매미가 탔다. 처음에는 튀어나온 나사못인가 했다. 어째 요즘 매미답지 않네. 새끼손가락 두 마디만치 작다. 아무 말도 없고. 그냥 사람 없는 자리 널찍한 창틀에 늙은 개처럼 앉았다. 꺼먼 창 밖만 꿈벅꿈벅 바라봤다.


처음에는 나갈 길을 찾나 하였다. 평생 땅 속에서만 살았다지 않나. 날개 달고 사는 날이 몇 날 되지 않을 텐데 그래도 남은 생은 바깥 세상서 사는 편이 좋지 않을까 염려했다. 하여 한두 정거장은 매미를 바깥 세상에 내보낼 방도를 궁리했다.


허나 매미는 점잖았다. 좁은 보도를 뒤덮은 매미들처럼 소란스럽지 않았다. 네온사인에 정신 잃은 매미들처럼 혼란스럽지도 않았다. 이따금 꺼먼 세상에 앞다리를 몇 번 휘저을 뿐이었다. 열차 안이 나름 즐거운 것인지 아님 그냥 포기한 것인지 튀어나온 나사못 그대로 자리를 지켰다.  


매미란 응당 소란스럽고 혼란스러워야 하지 않나요. 맴맴 악을 써야 짧은 생 살다가는 보람이나마 있지 않나요.


매미는 다시 손을 저었다. 꼭 그렇진 않겠지. 사람도 고개를 저었다. 꼭 그렇지는 않네요. 매미는 점잖았고 사람 마음은 소란스러웠다.


시원하게 소나기가 내렸으면. 어제도 오늘도 마음이 맴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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