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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자헌 May 25. 2019

어머니

집에 돌아오니 어머니가 계시지 않았다. 전화를 드리니 장을 보고 돌아오는 중이라 하셨다. 나폴레옹 제과점 앞에서 만나기로 하고 다시 골목을 내려갔다.


제과점 앞에서 두리번거렸다. 어머니는 건너편에서 길을 건너오고 계셨다. 횡단보도에서 어머니 손에 든 짐을 건네 들었다. 금방이니 되었다 했으나 어머니는 기어이 내 손에 장갑을 끼우셨다. 걱정하시겠지. 아드님이 갓 전역하여 순진하다던 누구의 말이 떠올랐다. 속이 끓었다.


집으로 돌아왔다. 어머니는 늦기 전에 저녁을 먹자 하셨다. 나는 영 내키지 않아 이불 속에 들어가 몸을 뭉갰다. 허나 단팥죽을 끓여주신다기에 다시 부엌으로 나갔다. 단팥죽은 부드럽고 달달했다. 금방 그릇을 비웠다.  


어머니가 핸드폰으로 보헤미안 랩소디 영상을 트셨다. 어머니는 프레디의 영혼이 어딘가 남아 세상에 울려퍼지는 본인 목소리를 듣고 있을 것 같다 하셨다. 나는 그렇진 않을거다 굳이 토를 달았다. 그래놓곤 삶의 어딘가에서 이 순간으로 잠시 여행을 왔다는 상상을 했다. 그러다 왜 그리 얼굴을 빤히 보느냐 어머니께 핀잔을 들었다. 어머니와 나는 한동안 식탁에 앉아 좁은 화면 속 퀸의 뮤직비디오를 돌려봤다. 좋든 싫든 모든 것은 지나가 버린다.


내가 그릇 몇 개 설거지하는 동안 어머니는 파를 썰고 계란을 풀어 굴전을 뚝딱 만드셨다. 나는 접시에 갓 오른 노릇한 것 하나를 집어 오물오물 씹어 넘겼다. 금방 속이 뜨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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