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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자헌 Jun 18. 2019

새벽중 천둥 소리에 잠을 깼다.

처음에는 전쟁이 난 건 아닐까 의심했고

다음으론 너는 퇴사를 해야한다,

하늘이 내게 보내는 신호가 아닐까 고민했다.


몇 차례 더 하늘이 무너졌다.

나는 계속되는 신호에

진정 이 신호들을 무시하고 출근길에 올랐다간

쉼없이 쏟아지는 후회와 우울로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곳까지 떠내려가리라 믿게 되었다.


하지만 그때 어머니는 베란다를 내다보시고

내게 카레를 데워주겠다 하셨다.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손에 닿는 시집 한 권을 집어

다시 한 번 간절히 뜻을 구했다.

어디서는 내게 제발 떠나라 했고

다른 어디서는 내게 그러지 말라 했다.

또 어디서는 자기 좀 그만 보채고 그냥 니 알아서 하라고 했다.


그때 어머니는 신문을 넘기다 나를 부르시곤

수많은 90년생들이 처한 오늘의 운세를 읽어주셨다.


버스를 탔다.

나는 자리에 앉아 안경을 닦았다.

왼쪽 알에 긁힌 자국 같은 것이 보였다.

여러번 문대도 지워지지 않았다.


어머니 안경 바꾸실 때가 되었다 했지.

손톱으로 긁으니 사각사각 소리가 났다.


작은 흠이 내는 사각사각 소리에

나는 거세던 꿈을 지나 다시 잠에서 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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