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부부가 이별을 앞두고 오늘
젊은 시절 함께 자주 걷던 골목
후미진 카페로 시간 여행을 왔다
그들은 카페 창가에 앉아
오늘 그들이 본 형편없는 사진전과
길 잃은 자들에 앞장서는 자들의 역겨움
빛을 내나 타오르지 않는 시간들
투명 잔에 담긴 값싼 차의 향기를 이야기했다
비가 내렸고
카페에는 이름 모를 노래가 흘러나왔다
창밖 처마에 매달린 빗방울들은
별 무리 떨어진 듯 줄지어 하얀빛을 냈다
두 연인은 서로에 기대
창에 비친 그들의 앳된 얼굴
맞잡은 매끈한 손
그 위로 끓어 흐르는 핏줄
골목길 웅덩이로 금세 다시 수그러지는
늦은 봄의 빗 자국을 바라보았다
돌아가는 길 그들은 나란히 걸으며
오늘보다 조금 오래전 유행하던
노래 가사 몇 소절을 흥얼거렸다
봄의 끝자락 이 골목에는 항상
인동초 꽃향기가 진동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