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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자헌 May 30. 2021

연인

노부부가 이별 앞두고 오늘

젊은 시절 함께 자주 걷던 골목

후미진 카페로 시간 여행을 왔다


그들은 카페 창가에 앉아

오늘 그들이 본 형편없는 사진전과

길 잃은 자들에 앞장서는 자들의 역겨움

빛을 내나 타오르지 않는 시간들

투명 잔에 담긴 값싼 차의 향기를 이야기했다


비가 내렸고

카페에는 이름 모를 노래가 흘러나왔다

창밖 처마에 매달린 빗방울들은

별 무리 떨어진 듯 줄지어 하얀빛을 냈다


두 연인은 서로에 기대

창에 비친 그들의 앳된 얼굴

맞잡은 매끈한 손

그 위로 끓어 흐르는 핏줄

골목길 웅덩이로 금세 다시 수그러지는

늦은 봄의 빗 자국을 바라보았다


돌아가는 길 그들은 나란히 걸으며

오늘보다 조금 오래 유행하던

노래 가사 몇 소절을 흥얼거렸다


봄의 끝자락 이 골목에는 항상

인동초 꽃향기가 진동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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