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기록을 시작하자마자, 시작한 것을 후회했다.
글을 짓는다는 것은 밥을 짓는 것만큼 간단하지
않았다.
나의 일상과 생각이라는 기본 재료로 솔직하게 써
내려가고 싶은데, 막상 쓰다 보면 너무 심심하고
밋밋했다.
흔하지 않은 특별한 단어들을 넣어 멋과 맛을 내고
싶으면서도, 또 인위적인 맛은 나지 않기를 바랐다.
건강한 재료만으로도 깊은 맛을 내는 글을 쓰고 싶은,
어쩌면 과한 욕심이 있었다.
기록이 어렵게 느껴져 막막하던 어느 날, 어린 시절
일기를 다시 한번 꺼내 보았다가 너무 많은 감정이
밀려와 금방 덮었다.
자식이 있다면 이런 느낌일까?
지금의 나와 너무 닮은 어린 나를 마주하니 괜히
마음이 짠해졌다.
가진 것보다 욕심이 늘 앞서고, 욕심만큼 해내지 못하면 금방 포기하고 실망해 버리던 나.
여전히 크게 다르지 않은 지금의 나를 보며, 그 아이를
꼭 안아주고 용기와 응원을 건네고 싶어졌다.
그래서 다시 힘을 냈다.
이번엔 욕심에서 끝내지 않으리.
잘- 마무리해서 다시 무언가 포기하고 싶은 날이
찾아왔을 때, 이 글을 보며 힘을 얻으리.
일단 쓰자! 그리고 다 썼다.
어떤 맛일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올여름
두 달간의 글 짓기와 밥 짓기는 끝이 났다.
주제를 정해 다양한 집밥을 만들고, 그 밥을 먹으며
남편과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다.
기록과 집밥은 그렇게 나의 소소한 일상이 되었다.
그동안 나는 내가
‘하다 말다’만 하는 사람인 줄로 알았다.
그런데 돌아보니, 결국엔 ‘하는 사람’이기도 했다.
하루하루, 순간순간의 작은 성과에도
만족할 수 있는 내가 되기를 바란다.
그렇게 쌓인 작은 성취감을 기억하며
쉽게 포기하지 않기를.
다시 ‘하다 말다’의 순간이 오더라도,
또다시 ‘하는 사람’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