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김치 도전기

파김치

by 덕택

매년 김장김치를 보면 자연스레 할머니가 떠오른다.


어릴 적, 우리 가족은 할머니와 함께 살았고

김장하는 날이면 나는 할머니 옆에 쪼그리고 앉아

배춧잎에 싸주시는 김칫소를 받아먹곤 했다.

그러다 할머니는 시골로 내려가셨고, 김장을 하시던

날엔 옆에서 알짱거리던 내 모습이 생각나 김치를

제대로 못 드셨다고 한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오래도록 슬픔이 가시지 않았는데…

이제는 시간이 흘러 이렇게 ‘추억의 장면’을 마주할 때

비로소 할머니를 떠올릴 수 있게 되었다.


할머니가 떠난 뒤 고모들이 빈자리를 대신해 주셨고,

때마다 김치도 담가주셨다.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김치는

우리 큰고모 표 파김치.

아빠와 나이 차가 크게 나는 큰고모는 이제 팔순을

바라보고 계시는데, 지난해 많이 아프셨다.

회복하시자마자 만들어 보내주신 파김치를 받아

들고는 감사함과 미안함이 한꺼번에 밀려와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제는 내 집 김치는 스스로 담가야겠다는 생각에,

드디어 파김치에 도전했다.


손맛도 유전인지, 큰고모의 파김치와는 비교가 안되지만 처음 치고는 제법 괜찮다.

이 작은 양의 파김치를 담그는 것도 이렇게나 쉽지가

않은데 할머니, 고모, 엄마는 늘 자식·손주들 몫까지

챙기시느라 얼마나 힘드셨을까.

그동안 아무 생각 없이 받아먹기만 했던 게 너무

죄송해졌다.


다음에는 조금 더 많이 만들어 제일 먼저 큰고모께

가지고 가고 싶다.


고모를 닮아 조카의 파김치 솜씨도 만만치 않다고,

그래도 고모의 손맛은 따라갈 수 없으니 오래오래

건강하셔서 고모 표 파김치를 계속 먹게 해 달라는

말씀도 꼭 드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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