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공부 이렇게 시작했습니다!

성인들을 위한 영어 공부법

by 가을

내가 통번역사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영어를 잘할 수 있는지"를 물어본다. 나도 효과가 확실하고 모든 사람들이 활용할 수 있는 만능 영어 공부법을 알고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한다. 그런 비법을 내가 알고 있다면, 우선 내 통번역 실력부터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향상하고 싶다.


처음부터 내가 영어로 밥 벌어먹고 살아야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다(사실 그럴 실력도 없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7년간은 호텔에서 근무했고, 이후 육아를 위해 회사를 그만두었다. 그러다 보니 순식간에 경단녀가 되었고, 아이가 어느 정도 커도 재취업이라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려워졌다. 아, 이러다 정말 평생 집에서 썩겠구나라는 하는 위기의식에 점점 불안해졌을 무렵, 영어 공부를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거의 30대 중반의 나이였다.


영어 공부를 시작하기로 결심한 데는 별 이유는 없었다. 그저 영어를 잘한다면 한국 사회에서 뭐라도 기회가 있겠지, 과외라도 할 수 있겠지 하는 막연한 희망에 기반한 선택이었다. 영어 학원을 알아보던 중 강남역에 통번역 대학원 준비학원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다른 곳보다 커리큘럼이나 레벨이 다양해 등록하게 되었다.


하지만, 가장 기초반을 등록했음에도 첫날 듣기 시간에 나는 강의실을 뛰쳐나와 환불을 받았다. 무슨 미국 뉴스인가를 틀어주었는데, 솔직히 한 문장은 고사하고, 한 단어도 들리지 않았다. 아, 이 길은 아닌가 보다고 생각해 몇 달을 쉬었다. 하지만 뭐, 별수 있나... 다른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다시 학원을 등록해 독해부터 시작했다.


시사적인 내용의 기사를 한 시간에 하나씩 마스터하는 수업이었다. 처음에는 배경지식, 문법, 단어 모든 것이 부족해 수업 따라가기가 벅찼다. 하지만 딱 3개월이 지나자 기사를 읽는 것이 조금은 편안해지는 기분이 들었다(절대 모든 문장의 독해가 수월해졌다는 뜻은 아니다). 그런 후 기초 반의 듣기 수업을 다시 등록했다. 역시나 처음에는 하나도 안 들렸지만, 반복해서 듣고, 그래도 안 들리면 스크립트를 본 후 다시 한번 듣고, 그래도 안 들리면 받아쓰기를 해 보았다. 그렇게 하기를 또 3개월... 또한 영어 듣기가 조금은 편안해졌다(절대 다 들렸다는 뜻은 아니다).


그렇게 영어 공부의 인풋(읽기, 듣기)만 거의 1년 이상을 한 것 같다. 그 후, 기초반의 통역 수업에 등록했다. 강사가 몇 문장 읽어주면, 그것을 영어로 옮기는 수업이었다. 역시나 처음에는 뭐 될 리가 있나... 그래서 수업 자료를 그냥 암기하기 시작했다. 한국어 문장에 대응되는 영어 문장을 그냥 통으로 암기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통암기는 그리 가성비가 좋은 방법은 아닌 듯하다. 우리가 세상의 모든 문장을 암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표현 위주로 암기하는 것이 더 영리한 방법일 것이다.


그런저런 방식으로 어언 3년을 공부한 끝에 나는 결국 통번역 대학원에 입학하였다.


정리해 보면, 성인이 되어 영어 공부를 시작할 때, 처음에는 읽기, 듣기 등 인풋 위주로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미 굳어버린 뇌 속에 영어라는 존재를 막 무식하게 들이붓는 시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 들이부어야 하냐고 묻는다면, 나의 경우 최소 하루 3시간 1년 이상은 노력했던 것 같다. 그러다 보면 들이부은 양이 어느 정도의 임계점을 지나면서, 뇌 속 영어가 조금씩, 아주 조금씩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그때가 영어의 아웃풋, 말하고 쓰는 단계로 발전하는 시기이다.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그동안 듣고 읽은 표현들이 말로 또는 글로 나오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 때부터는 인풋과 아웃풋을 병행하며 읽고 듣도 암기하고 말해보고를 계속적으로 반복하면 된다. 나름의 선순환 고리가 형성되는 것이다.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직 통역사로 일하고는 있지만, 솔직히 영어는 여전히 어려운 도전과제이다. 100% 다 들리지도, 다 해석되지도 않는다. 알고 있는 영어 표현에도 한계가 있다. 하지만 그럴때마다 내가 성인이되어 처음 영어 공부를 시작할때의 마음가짐과 공부 방법 등을 되새긴다. 어쩌겠는가... 그냥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할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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