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잘 살고 싶어졌다
마흔 후반, 갑자기 잘 살고 싶어졌다.
돈도 많이 벌고, 좋은 배우자도 만나고, 성공도 하고 싶다. 마흔 줄에 들어서부터는 늘 병들고 늙는 것에 대한 심한 두려움에 사로잡혀 살았던 나에게 이런 변화는 낯설다.
나는 불안장애, 심한 건강염려증 환자이다.
지나치게 예민해서 아주 작은 감각의 변화에도 몸에 큰 이상이 있는 것 같은 망상에 곧잘 시달리고, 불안에 떨며, 병원을 전전한다. 그랬던 내가 다시 잘 살고 싶어진 것이다.
사람 인생 모른다지만, 부모님을 보면 향후 적어도 30년은 더 살 거 같은데, 남은 인생 내내 늙고 병드는 것에 대해 걱정만 할 것인가, 그런 인생이 의미가 있는가, 다르게 살아볼 생각은 없는가, 하는 질문들이 머릿속에 떠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갑작스러운 변화는 그동안 정기적으로 다니던 정신과 치료 덕분일 수도 있겠지만, 얼마 전 돌아가신 막내 고모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듯하다.
"꿈이여 다시 한번"
지난 8월 췌장암으로 돌아가신 막내 고모의 카톡 상태 메시지였다. 고모는 마지막 순간까지 새로운 꿈을 꾸고 있었던 것일까?
고모는 대학교수로 정년을 마치고 이제 막 제2의 인생을 시작하려 할 때쯤, 유방암 진단을 받으셨다. 다행히 유방암은 잘 치료받고 5년 후 완치 판정을 받으셨지만, 이번엔 췌장암이 발병하였다. 발견 당시 어떻게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말기였다. 그렇게 췌장암 진단 후 고모는 3개월도 안되어 유명을 달리하셨다.
병상에 계실 때 가끔 통화를 해 힘내시라고
응원하면, 고모는 정말 힘없는 목소리로 "나에게 제발 힘을 줘"라고 답을 하셨다. 그런 고모에게 만약
30년의 삶이 주어졌다면, 그 세월은 고모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어떤 꿈을 꾸셨을까?
이런저런 고모에 대한 생각이 삶에 대한 나의 태도를 조금씩 변화시킨 듯하다.
오십을 눈앞에 두고 다시 힘을 내 보려 한다.
걱정만으로 가득 찬 하루 대신 새로운 꿈을 꾸어야겠다. 그것이 내일을 꿈꾸며 안타깝게 돌아가신 많은 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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