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역자 부부, 토요일 새벽 일기
사역자 부부인 우리는 각자의 교회로 출근한다.
우리의 신혼집은 노들역이고 나의 사역지는 용산이다. 파란 버스를 타고 한강대교를 건넌 후, 다시 초록 버스로 갈아탄다. 물리적 거리는 참 가까우나 버스 사정 때문에 30-40분 정도 시간을 두고 출발한다. 가까운 편이다. 반면 오빠의 사역지는 분당이다. 굉장히 멀다.
결혼을 준비하던 당시에만 해도, 오빠의 사역지는 흑석이었다. 흑석과 용산, 양쪽으로 출근하기 좋은 동네를 찾다가 우리는 노들역 부근으로 집을 얻었다. 그런데 풀타임이 되면서 오빠의 사역지가 바뀌었고, 전혀 예상치 못하게 노들에서 분당까지 출근을 하게 되었다. 다행히도 출근이 시작된 지 얼마 안 되어 아버지가 쓰시던 차를 물려받았다. 2001년식 산타페. 18살이나 된 이 친구와 함께 오빠는 매일 아침 야탑으로 향한다.
거리가 멀어서 힘들겠다, 라는 생각이 절실히 들 때는 오빠가 새벽 예배를 가야 한다며 알람을 맞출 때다. 새벽에 임사가 있어 예배 시간 전에 도착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알람을 맞추는 시간은 새벽 3시 10분이다. 전날에 9시나 10시에 잠들기만 하면 상관없겠지만, 12시가 넘어서 들어오는 날에 퀭한 눈으로 알람을 맞추는 모습은 너무 안쓰러워서 머리카락이라도 한 번 더 쓰다듬게 된다.
사실 오빠가 나를 배려해서 이사 날짜를 늦추고 있다는 것을 나는 안다. 내가 분당에서 용산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해 오는 것보다 본인이 노들에서 분당으로 차를 운전해 가는 것이 훨씬 낫다고 생각해 최대한 버텨보겠다는 그 마음을, 나는 안다. 그래서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가끔은 안타깝기도 하다. 여러 마음들은 오빠가 새벽 예배를 가는 날이면 증폭된다. 그리고 생각한다. 배려를 하는 쪽보다 받는 쪽, 도움을 주는 쪽보다 받는 쪽 마음이 더 불편한 법이다.
어쨌든 그 때문에 언제부턴가 오빠가 세시 정도에 일어나야 하는 힘든 날에는 내가 잠에 들지 않고 기다렸다가 깨워주곤 한다. 워낙 올빼미 성향이 강해 그날(아침)에 자서 그날(오후)에 일어나는 일상을 즐기는 나에게는 그 정도쯤이야 가뿐하다. 세시가 뭐야, 다섯 시나 일곱 시에도 깨워줄 수 있지.
오늘, 이 아닌 어제 오빠는 열두 시 반쯤 들어왔다. 옷을 입은 채로 거실 바닥에 뻗어버리더니 눈을 반쯤 감은 채로 내일은 새벽예배에서 찬양인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평일이라면 망설임 없이 밤을 새워서 깨워줄 수 있겠건만 토요일은 퍽 난감하다.(파트타임 사역자인 나는 금, 토, 일요일에만 교회에 간다. 그렇다고 평일에 놀기만 하는건 아니다!) 가뜩이나 평일엔 밤낮이 바뀐 상태로 지내는 내가 토요일에는 오전에 일어나 교회에 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 사실만으로도 체력 쓰레기인 나에게는 피곤이 가득한 하루가 예상되는 바이다. 거기에 오빠를 깨우려고 새벽까지 잠을 자지 않으면 잘 시간을 놓쳐버린다. 그래서 더 늦은 시간에 자게 되고, 결국에는 늦잠을 잔다. 부랴부랴 준비해서 퉁퉁 부은 얼굴로 교회에 도착하는, 그런 나의 모습이 ‘세시 십분’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머릿속으로 스쳐 지나간다. 아, 내일도 마찬가지겠구나. 사실 늘 퉁퉁 부은 얼굴로 허겁지겁 도착하는 지각쟁이라서 굳이 오빠를 핑계로 삼는 걸지도. 고마워 나의 핑계가 되어줘서!
지금은 새벽 네시. 너무 피곤해하는 오빠를 세시 십오 분에 깨워서 세시 반쯤 보냈다. 두 시간도 채 못 자고 운전할 오빠를 생각하니 혹여나 졸음운전을 하지는 않을까 걱정도 되고 마음이 불안하다. 나는 이미 잠 잘 타이밍은 놓쳤고, 그렇다고 책을 읽자니 정말 밤을 새워서 토요일 사역을 망칠까봐 선뜻 시작하지는 못한다. 오빠를 생각하면 빨리 이사를 가야 될 것 같은데, 막상 내가 대중교통으로 다닐 생각을 하니 막막하다. 차라도 끌고 다니 자는 생각에 몇 달 전 운전면허 학원을 등록했지만 차알못 겁쟁이가 패기롭게 1종 수동을 신청해버려서 아직도 주행 시험을 통과하지 못했다. 내가 면허라도 빨리 따야 대신 운전이라도 할 텐데.
어쨌든 오빠가 출근한 이른 새벽, 본격적으로 잠들기 전에 정리해보는 오늘 우리 부부의 교훈은 ‘배려하는 사람보다 배려받는 사람의 마음이 더 불편하다’는 것. 사고가 날는지 새벽 임사는 제대로 할는지 오늘 하루의 시작이 너무 힘든 것은 아닌지 꼬리에 꼬리를 물며 배려받은 사람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걱정들을, 이 새벽에 글로 다 풀어냈다. 다음 스텝은 “오늘 하루도 우리 오빠 안전하게 도착해서 즐겁게, 기쁨으로 사역할 수 있게 지켜주세요.”라는 기도와 함께 잠드는 것. 아니 잠깐, 그럼 오늘 나의 사역을 위해서는 누가 기도해주지? 새벽부터 예배 자리를 지키는 오빠가 할 거라 믿으며, 딱히 기도하는 사람 없어도 당신 자녀를 위해 알아서 잘 준비해두실 것을 기대하며, 정말로 good n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