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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ley Feb 21. 2021

오늘의 위로

매일 무엇인가는 나를 위로하고 있다

마음이 무너질 때가 있다. 다양한 이유와 상황, 정신없이 바쁜 일상, 견디기 어려운 내외부의 갈등 때문에 마음이 무너질 때가 있다. 사실 내가 지금껏 멀쩡하게 매일 아침 눈을 뜨는 것은 그때마다 꼭 무언가가 무너진 마음을 다잡아주었다는 것의 반증이다. 마음을 다잡아주는 것은 다양하고 또 많다. 어떤 때는 사람, 어떤 때는 노래,  또 어떤 때는 창 밖으로 보이는 하늘이다. 어떤 때는 새벽 공기, 어떤 때는 문득 생각나는 소설, 또 어떤 때는 내가 믿는 신의 존재다. 내 마음을 무너뜨릴 수 있는 것이 셀 수 없이 많은 것처럼, 알지 못하게 나를 위로하고 있는 것도 셀 수 없이 많다.


집에 왔다. 정리해야 할 것이 산더미다. 며칠 전에는 생일이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축하해줬다. 그들이 보낸 택배 상자와 포장지들이 신발장 한 구석에 쌓여있다. 파트타임을 벗어나 풀타임으로 일을 시작하면서, 시간과 힘을 쏟아야 하는 상황에서 내가 제일 먼저 타협한 것은 사실상 주변 사람들이었다. ‘나는 원래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지 못해’라고 스스로 합리화하며, 나는 그냥 오늘을 열심히 살뿐이라고 되뇌며 하루하루 지내는 동안, 그들에게 더 많은 것을 쏟지 못했다는 죄책감도 차근차근 쌓여 왔다. 때로 생일이 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들 때가 있는데, 생일이 그 죄책감의 결과를 몸소 확인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마음의 가장 밑바닥에 죄책감을 깔아 두고서 막상 당일이 되면, 이제까지 몰랐던 가장 중요한 것을 깨닫는다. 내가 또 노력한 만큼 사랑받을 것이라는 강박을 이고 지고 일 년을 지냈다는 것이다. 사람들과의 관계에도, 내가 믿는 신과의 관계에도 그 강박이 여전히 끈질기게 살아남아 있었구나. 매번 내가 노력하지 않아도 세심히 나를 봐주는 사람들과 나의 신 앞에서, 그 강박을 붙들고 마음이 무너져 내리면서도 여전히 나는 그것을 이고 지고 새해를 넘어왔다.


괜히 마음이 허전해서 부엌에 갔다가, 텔레비전을 켰다가, 사부작사부작 방을 정리하는 척했다가, 핸드폰을 만지다가, 노래를 틀었다. 아이유의 <celebrity>를 듣다가 괜스레 울컥했다. 오늘의 위로는 갓이유의 마음을 때리는 가사다. 가사를 곱씹고 또 곱씹는다.(사실 위로 지분의 다수를 아이유에게 이미 내어줬는지도 모르겠다.) 느려도 좋으니 결국 알게 되길 바란다는 말, 헤매도 좋으니 웃음 짓게 되길 바란다는 노래 속 말이 오늘 나의 위로다.

마음을 다잡고, 오늘의 위로는 오늘로 남겨두고 내일은 내일의 위로를 또 찾아야 한다. 하루하루 그날의 위로를 찾다 보면 어느새 많은 것들이 나를 붙잡아주고 있을 것이다. 그럼 나는 어떤 많은 것을 이고 지고 있더라도 무사할 것이다.


아무도 모르게 무너진 마음을 부여잡고 있던 오늘, 몇 년 전 깨작깨작 적어두었던 “매번 무엇인가는 나를 위로한다.”는 문장을 떠올렸고, 그때는 무엇에 위로를 받았나 가만히 생각해보았고, 결국 오늘의 위로는 무엇인가를 가만히 떠올려보았다. 당분간은 위로 수집가가 되어 그날의 위로를 수집하며 짧은 글을 쓰기로 결심했다. 매일 무엇이든 나를 위로해주고 있을 것이다. 그것에 부지런히 관심을 기울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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