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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lie Jun 23. 2020

골프, 너무 재미없다

골프연습장을 찾아야 했다. 점심 먹으러 가는 길에 받게 되는, 뻥 좀 보태서 수십 개의 전단지 중 골프연습장 전단지는 빠지지 않았다. 골프를 배우려고 마음을 먹고 나니 항상 식당에 가서 슬쩍 버리고 오는 전단지를 꼼꼼히 살펴보게 됐다.  헬스장에 스크린골프 시설을 두고 연습할 수 있는 곳이었다. 골프 연습을 하면서 헬스장 시설도 이용 가능하다는 점이 좋아 보였다(당연하게도 헬스장에서 운동을 한 기억은 손에 꼽을 정도다). 


‘시설이니 뭐니 해도 가까워야 자주 연습할 테니 회사 근처가 좋겠지.’ 


이 3개월 간의 기억은 거의 없다. 대번에 골프가 엄청 재미있고, 잘 칠 거라고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이건 재미가 없어도 너무 없었다. 가만히 있는 작은 공을 놓고 ‘똑딱’ 거려 봤자 도무지 운동 같지도 않았다. 재미도 없고 지쳤다. 흔히 말하는 똑딱이 연습만 주야장천 했다. 되든 말든 다른 사람들처럼 채라도 좀 휘둘러보고 싶은데 허락되지 않았다. 


‘하아.... 지겹다.’


골프에 있어 ‘똑딱’의 원리가 왜 중요한지는 오히려 골프가 재미있어지고 열정이 생길 때 다시금 들여다보게 된다. 꼭 골프에 입문할 때 똑딱이부터 시작해야 하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처음에 왜 꼭 골프의 심오한 논리부터 배워야 하냔 말이다. 일단 재미부터 느끼게 해주는 식이면 좋겠다. 


채를 구했다. 용케 공짜로 얻었다. 골프가방이 너덜너덜해 다 떨어져 나갈 지경이었다. 한 선배가 또 다른 한 선배에게 얻어서 연습하던 채라고 했다(난 또 또 다른 누군가에게 건넸다. 이름 모를 누군가가 그 채를 쓰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남자 채지만 너는 키가 크니 남자 채로도 충분히 연습이 가능할 거라고 했다(남자 채와 여자 채는 무게와 길이에서 차이가 있다). 골프채 개수가 왜 이렇게 많은지도 모른 채 골프를 시작하기로 한다. 일단 목표를 잡고 시작하는 게 좋으니까. 첫 라운딩을 잡았다. 3개월 후다.   


어휴, 큰일이다. 

똑딱똑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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