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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lie Jul 23. 2020

골프가 운동의 대명사처럼 쓰이는 이유

어른들의 대화 중 스스럼없이 이런 말이 오간다. 


“운동하세요?”


이 질문에 “아 네, 제가 요즘은 자전거를 좀 타고 집에서는 유튜브를 보며 요가를 합니다”라고 답하면 질문한 사람이 약간 당황할 수도 있다. 여기서 말하는 운동은 exercise도, movement도 아닌 golf다. 


운동의 대명사가 골프는 당연히 아닌데, 사회에서는 ‘운동하세요’라는 말이 ‘골프 하세요’라는 뜻으로 쓰인다. 여기서 사회에서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는 기득권자들의 약간의 거들먹거림이 있다. 그들은 운동을(그러니까 골프를) 하지 않는 사람들은 하지 않는 이유를 집요하게 묻거나 골프 할 것을 지속적으로 설득, 회유, 협박을 할지도 모른다. 왜 치지 않느냐, 얼마나 재미있는지 아느냐, 너 그렇게 골프 안치면 승진에 안 좋다, 영업은 어떻게 하려고 그러냐 등 각종 설득과 회유와 협박을 들어야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골프를 하지 않으면 ‘골프 안 치는 애’로 낙인찍힐지도 모른다. 이젠 익숙해졌지만 처음엔 다소 불편하게 다가왔다. 골프를 하지 않았을 때는 이런 설득과 회유, 협박 등을 적당히 무시했다.  


사실 골프를 하지 않았던 이유는 너무나 명확했다. ‘너무 비쌌고’, ‘시간을 너무 뺏긴다’는 이유면 충분했다. 실제로 그렇다. 골프를 하기 시작하면 골프에 투입되는 시간과 돈이 만만치 않다. 골프장을 오가는 시간이 3시간, 18홀을 다 도는데 걸리는 시간 5시간, 씻는 시간, 뒤풀이까지 하자치면 12시간도 우스웠다. 하루가 다 날아가버린다. 


골프가 스크린 골프 덕분에 많이 대중화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비싸다. 골프장비며 골프웨어, 연습장 이용료에 레슨비까지 치면 끝도 없다. 모든 운동이 그렇듯 장비 발을 무시할 수 없는데 처음에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가 않다. 골프웨어도 그렇다. 같은 재질인 것 같은데 골프웨어라고 규정지어지면 말도 못 하게 비싸진다. 무엇보다 골프는 골프장에서 치는 건데 골프장에 가면 그린피에 카트피, 캐디피까지 3단 콤보를 내면 20만 원이 우습게 들어간다. 무엇보다 다들 골프 골프 하는 게 너무 꼴 보기 싫었다.

  

어쩌다 골퍼(golfer)가 된 지금, 그럼에도 불구하고 골프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재밌다. 그저 재밌다는 이유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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