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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lie Jul 24. 2020

캐디 없는 골프 어때?

최근 포털사이트에서 논란이 된 사건이 있다. 이른바 한 배우의 골프장 캐디 갑질 논란이다. 그 배우는 플레이를 하면서 매너 없이 행동한 캐디 때문에 기분이 나빴고, 집에 가서 생각하니 더 기분이 나빴고, 잠이 안 올 정도로 계속 기분이 나빠서 골프장에 캐디비 환불을 요청하고 골프장 홈페이지와 SNS 등에 골프장과 캐디를 비하하는 글을 올렸다. 캐디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플레이가 진행되지 않을 만큼 매홀마다 사진을 찍고 일행과 대화하느라 늑장 플레이를 했다는 거다. 


현장에 없었던 사람으로 누가 더 억울한지는 모르겠다. 다만 매너 없는 캐디 때문에 불쾌했던 경험도 있고, 안하무인 플레이를 하는 골퍼도 본 경험이 있기에 충분히 있을 법한 일이었다는 생각이다. 


캐디는 골퍼를 보조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크게는 카트를 운전하고, 골프백을 운반하고, 골프채를 건네는 일을 한다. 골퍼가 처낸 공을 확인하고, 찾아내는 일도 하며 골프채와 골프공을 세척하고 관리하는 일도 한다. 골프공이 그린 위에 올라갔을 때 공이 홀로 들어가기 쉽게 라이(lie, 골프에서 공이 멈춰 있는 위치나 상태)도 봐준다. 에이밍(aming, 목표물을 겨냥하는 일)을 돕기도 하고 전문 캐디의 경우 스윙 교정을 해주기도 한다. 


캐디 때문에 불쾌했던 경험은 이렇다. 골퍼의 샷이나 행동을 보고 한숨을 쉰다거나 무시하는 식이다. 자신의 불편한 컨디션과 심기를 티 내 분위기를 해치는 경우도 있다. 카트를 자신이 유리하게 이용하고, 골프채를 잘못 가져다주거나 스코어를 잘 못 적은 뒤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경험도 해봤다. 경기 운영을 돕기는커녕 캐디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었다. 캐디 때문에 기분이 상하는 걸 넘어 플레이 자체를 망쳤다. 


대다수의 평범한 캐디는 적당히 친절하고, 골퍼의 요청에 성실히 임한다. 좋은 기억을 남긴 캐디는 초보 골퍼가 무안하지 않도록 티 안 나게 라운드에 잘 섞일 수 있게 돕고, 적당한 유머와 센스로 분위기를 만들었다. (요청이 있을 시)에이밍을 봐주고, 라이를 잘 봐주는 캐디도 좋다. 캐디 덕분에 플레이가 즐거운 걸 넘어 스코어가 좋아지면 더할 나위 없다. 


물론 무례한 골퍼도 많다. 어찌 보면 국내 캐디 문화는 골프라는 스포츠가 뿌리 깊은 접대 문화와 기득권자들의 과시용 목적에서 시작했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반말, 욕설, 성희롱 등의 발언을 일삼는다. 야, 너라고 부르며 채 갖고 와, 이거 해 하는 식이다. 자신의 샷이 잘못되거나 플레이가 잘 되지 않을 때 캐디 탓을 한다. 캐디 들으라는 식으로 화끈거리는 성희롱 발언을 거침없이 하는 경우도 있다.  


초보 골퍼 시절엔 온갖 눈치가 보이기 마련인데 캐디라는 존재도 그랬다. 동반자만 해도 충분히 부담스러운데 시누이가 한 명 더 있는 기분. 그래서 캐디 없는 플레이가 좋았다. 골프채가 왜 이렇게 많이 필요한지도 모르고 골프 룰도 모르던 시절, 일본에서 골프를 친 경험이 있다. 골프가 너무 악몽 같아서 정말 편한 친구와 함께 노(No) 캐디 플레이를 즐겨보고자 했다. 캐디가 없어 카트도 직접 운전하고 채도 직접 알아서 꺼내어 썼다. 당연히 에이밍도 라이도 직접 봤다. 다행히 페어웨이까지 카트가 들어갈 수 있어서 크게 플레이가 전혀 힘들지 않았다. 노캐디 플레이가 더욱 활성화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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