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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lie Aug 14. 2020

골프채가 14개나 되는 이유

골프채(골프클럽)를 샀다. 종류, 가격도 천차만별인데 초보인 주제에 브랜드를 따질 처지는 아니고 채 별로 차이점도 모르는 주제니 그냥 수용 가능한 가격 범위 안에서 풀세트로 적당히 골랐다. 무턱대고 일단 사고 보니 골프채가 엄청 많이(생각해보면 드라이버 1개, 아이언 6개, 우드 2개, 유틸리티 1개,  퍼터 1개 등 총  11개 정도) 들어있는 거다.  


‘뭔 놈의 채가 이렇게 많담?’


길고 머리가 큰 드라이버와 그린 위에서 쓰는 퍼터의 쓰임은 대충 알 것 같은데 아이언의 종류가 이렇게(!) 많은 이유는 도무지 못 찾았다. 생긴 것도 길이도 약간의 차이만 있을 뿐 비슷해 보였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캐디 입장에서 무척 당황스러운 질문이었겠지만 처음 나간 라운딩에서 캐디에게 “저 이 채(7번 아이언)로 계속 쳐도 돼요?”라고 묻기도 했다. 다른 이들은 이 채 달라, 저 채 달라하는데 나는 한 가지 채로만 치는 게 이상해서 물었던 거다. 처음 라운딩에 나갔던 날 티샷을 빼고 그린에 올리기 전까지 나는 7번 아이언만 들고뛰어 다녔다. 7번 아이언만 배우고 나갔으니 당연한 얘기지만. 


알고 보니 다양한 기울기와 길이의 채가 여러 개(최대 14개) 필요한 건 공을 정확한 거리로 타깃 방향으로 보내기 위해서다. 골프채는 헤드의 형태에 따라 크게 우드, 아이언, 퍼터로 나뉜다. 샤프트의 길이와 헤드의 크기, 각도에 따라 번호가 매겨진다. 


먼저 우드(Wood). 헤드가 크고 샤프트가 길다. 옛날에는 감나무로 만들어서 우드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이후 1980년대부터 금속 등으로 만들어진 다양한 재질의 우드가 나오고 있어 우드라는 이름이 무색하지만, 여전히 우드라고 불린다. 우드는 대체로 거리내기용으로 쓰인다. 정확도보다는 최대한 멀리 보내는 것이 목표다. 가장 길고 머리가 큰 1번 우드는 드라이버라고 부른다. 100m 내외의 파3의 숏홀을 제외한 파4, 파5 등의 홀에서 티샷을 할 때 주로 드라이버를 이용한다. 헤드의 크기에 따라 번호를 매기고 각각 고유한 이름이 있다고는 하는데 실제로 드라이버 외에 이름으로 우드를 부르는 경우는 못 봤다. 일반적으로 4번 우드, 7번 우드 이런 식으로 번호로 부른다.   


다음은 아이언(Iron). 헤드 부분이 얇은 스테인리스로 된 골프채를 말한다. 그린 100m 내외의 거리에서 그린 위에 정확히 올리거나 러프나 벙커 등에서 공을 치는 용도로 사용한다. 예컨대 벙커에 공이 빠지면 헤드를 파고들어 공을 퍼 올려야(?) 하는 공을 띄우는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에 헤드의 각도가 많이 누웠다. 이런 식으로 헤드의 길이와 각도에 따라 번호를 매기는데 숫자가 낮을수록 길이가 길다. 아이언6번 채가 아이언9번 채보다 길다. 일반적으로 9번 이하는 웨지(Wedge)로 분류한다. 웨지는 그린 50m 내의 짧은 거리에서 그린 위에 공을 올려놓는 피칭웨지(PW 48~50도), 벙커에서 사용하는 샌드웨지(SW 55~56)가 있다. 


퍼터는 그린 위에서 홀에 공을 넣기 위한 채다. 일자로 길쭉하게 생긴 일자형(블레이드)과 둥그렇게 반달 같기도, 말발굽 같기도 한 말렛형으로 구분한다. 


이런 골프채 14개가 제대로 쓰임을 받으려면 골프채별로 일정한 거리를 내야 한다. 공이 그저 뜨기만을 바라는 초보자에겐 사치스러운 일이지만 초보를 벗어나기 시작하면서 7번 아이언으로는 100미터, 8번으로는 90미터, 9번으로는 80미터로 동일한 거리를 내기 시작한다(고 하는데 나는 여전히 길이건, 방향이건 여전히 일관성이라곤 없다. 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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