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살 일대기 3

정신병원 방문기

by 솔솔

내 생애 처음으로 정신병원을 방문한 날은 중3 무렵이었다. 엄마가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고 몇 달 뒤였다. 아빠는 나와 동생을 차에 태우고, 한참을 고속도로에서 달리다 부산의 한 정신병원 앞에서 멈추어 섰다. 약을 받기 위해 1층 데스크 앞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들, 엄마가 입원한 층까지 천천히 올라가던 엘리베이터, 막상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니 맡아지던 퀴퀴한 소독 냄새. 엄마를 만나러 가는 길에서 부딪쳤던 건물과 사람들, 냄새 모두 내게는 낯설게 다가왔다. 엄마는 유리창 너머 면회를 기다리는 환자들 사이에서 우리를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강제 입원을 한 사람치곤 엄마는 지나치게 조용했다. 아빠가 사 온 치킨과 충무김밥만 묵묵히 먹었다. 병원에서 엉덩이에 주사 약물을 주입하고, 때로는 성경책을 읽으라고 시킨다고 했다. 엄마는 집에 있을 때와는 딴 사람처럼 굴었다. 아빠한테 고래고래 소리 지르지도 않았고 물건을 집어던지지도 않았고 밥을 먹고 토하지도 않았다. 병원을 일찍 퇴원하기 위해서 갖은 노력을 다했다. 우리가 병원을 다녀오고 나서 외가 친척들이 엄마 얼굴을 보기 위해 병원을 찾아왔다. 엄마는 그때도 온순하고 고분고분했다.


어느 날은 엄마를 면회하러 갔다가 다른 환자가 아픈 걸 목격했다. 그 아이는 머리를 노란색으로 물들고 중학생쯤 되는 용모를 가지고 있었다. 소년은 자신을 보러 온 가족 앞에서 음식을 던지고 악다구니를 썼다. 그 모습을 본 소년의 가족들이 소리 내어 울었다. 저 친구는 무슨 이유로 저렇게 어린 나이에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었을까. 나는 소년의 눈망울에서 가족에 대한 원망을 엿보았다. 그리고 소년 앞에서 미안하다는 듯이 우는 엄마의 처량함도 보았다. 내가 짐작하지 못할 사연이 소년의 가족에게 있었다.


엄마는 1년 정도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그리고 이후로 집에서 통원하며 약을 처방받았다. 엄마가 정신병원에 가는 날이면 나도 남동생도 따라나섰다. 엄마와 같이 탔던 부산 지하철, 예약번호를 받고 가만히 앉아 있던 병원 1층 의자, 약을 타러 가던 엄마의 뒷모습까지. 정신병원에 대한 이미지는 파편처럼 기억 속에 남았다. 엄마는 처음에는 약을 꼬박꼬박 받으러 병원을 방문했다. 하지만 점차 약을 잘 챙겨 먹지 않고, 나중에는 병원을 방문하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아빠와 나는 깜빡 속았다. 엄마를 통원해도 된다는 병원의 결정에. 엄마가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정도로 나아진 거라고 여겼다. 하지만 병원에서 퇴원한 엄마의 모습은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엄마는 자신의 몸을 제대로 겨누지조차 못했다. 엄마가 소풍날 싸준 도시락은 곧바로 쓰레기통에 박힐 만큼 역했고, 비 오는 날이면 엄마는 머리에 우산 대신에 비닐을 쓰는 추태를 보여 주었다. 나는 점차 엄마가 부끄러웠고 엄마를 못 본 척 도망 다니는 날이 늘어났다. 도대체 무엇이 엄마를 그토록 힘들게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엄마는 여전히 장을 보고 돌아오는 날이면 지친 기색으로 종일 잠만 잤으며, 밥을 먹으면 제대로 소화시키지 못하고 게워냈다. 엄마는 몸도 마음도 병들어 있었다. 엄마가 여전히 아픈 걸 알았던 순간, 엄마를 다시 입원시켰다면 지금 많은 것이 달라졌을까? 엄마의 병이 심해진 이유에는 엄마에 대한 우리 가족의 외면, 무책임함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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