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하기
유튜브, 텔레비전에 등장하는 모든 정신과 의사 선생님들이 입을 모아 우울증을 극복하려면 꼭 운동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 읽었던 책 ‘우울할 땐 뇌 과학’,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에도 운동의 중요성에 대해서 말한다. 심지어 내가 싫어했던 전 정신과 의사 선생님도, 감정의 벽을 허물어 가고 있는 현 정신과 의사 선생님도 운동하기를 적극 권장했다. 그렇다면 우울증 환자로서 운동이 우울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개인적인 소견을 밝히기로 하겠다.
나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중증 우울증을 겪었다. 매일 등교하는 게 고난이었고 우울증 때문에 또래 친구들 집단 사이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 동창들은 가끔 나를 자신들의 집단에 넣어주려고 했다. 하지만 곧 ‘이상한 아이’라고 낙인을 찍으며 나를 무리에서 추방했다. 책상에 엎드려 반나절을 잠을 자는 데 쏟아붓고, 잠에서 깨면 학교 옥상에서 추락해서 자살하는 상상을 하였다. 내가 중증 우울증을 겪게 된 원인에는 외가의 가족력, 정신적으로 아픈 어머니, 가난한 집안 사정, 방임하는 아버지 등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운동 부족이라는 부수적인 원인도 있었을 것이다.
내가 다니는 학교는 인문계 고등학교라는 특성상 아침 7시에 등교해서 밤 자정에 하교하는 기이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한 기이한 시스템은 한창 예민한 고등학생들의 운동할 기회를 전부 빼앗아 가 버렸다. 아직도 기억한다. 교내 식수대 근처에서 줄넘기하는 학생들을 보고 운동하지 말라고 방송하던 영어 선생님의 고압적인 목소리를. 나는 매일 저녁 기독교인 동창 한 명과 찬송가를 들으면서 운동장을 뛰는 습관을 가지고 있었지만 좀처럼 우울증은 나을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고등학교 생활은 나를 정신적, 육체적으로 갉아먹었다. 살은 중학교 대비 20kg 이상이 쪘으며, 수시로 변비에 걸렸고, 고2~고3 때는 우울증이 정점을 찍었다.
다행히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생이 된 이후에는 운동할 기회의 폭이 넓어졌다. 대학교 기숙사 제일 밑층에는 러닝 머신을 비롯한 각종 운동기구가 즐비한 공간이 있었고, 나는 그곳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그리고 시간이 나면 틈틈이 강가 산책로를 따라 걸어 다니고, 근처 초등학교 운동장을 달리는 습관을 만들었다. 하지만 운동은 우울증에 미미한 영향만 미칠 뿐 극적인 변화를 일으키지는 못했다. 그리고 대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취업 준비를 하다 보니 다시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가는 불상사가 생겼다. ‘대체 왜 그랬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우울증 약의 복용 여부와 전문가의 부재가 가장 큰 관건이었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대학생 때는 단순히 운동만 했다면 취업 준비 기간인 지금은 우울증 약 복용 플러스 운동을 하고 있다. 확실히 우울증 약을 먹기 전후로 운동을 하면 우울증을 극복하는 데 극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 나의 운동 패턴은 이렇다. 공원 15바퀴 달리기, 공원 15바퀴 걷기, 산책로를 따라 만 보 걷기. 이 세 가지를 완성하면 운동 시간 2시간과 2만 보 걷기를 달성할 수 있다. 그리고 주 3~4일은 꼭 운동하는 걸 원칙으로 한다. 달리는 게 지겨워지면 수영으로 종목을 바꾼다. 하지만 수영은 달리기에 비해 우울증 극복에 효과가 작다. 여름에는 아침과 저녁 시간을 활용해 운동하는 편이다. 어느 날 패기 넘치게 낮 12~13시에 달리기를 했다 높은 습도와 온도, 펄펄 끓는 운동장 바닥에 참패한 기억이 있다.
우울증이 너무 심하면 주 3~4일이 아닌 매일 운동하기를 권장한다. 밤낮으로 하루에 2번 운동하는 것 역시 좋은 방법이다. 나는 공원 15바퀴 달리기와 걷기를 반복하고 나면 적어도 반나절은 우울감이 사라진다. 사실 완전히 운동으로 우울감을 막으려면 아침, 저녁으로 운동하는 게 최고이다. 운동하는 사람들이 모인 공원이나 운동장에 가면 사람들이 내뿜는 열정과 좋은 기운을 흡수할 수 있다. 그리고 사람들 사이에 들어가 섞이다 보니, 나도 모르게 가슴속에 쌓아둔 응어리를 없애는 데 도움이 된다. 운동은 외로움, 답답함, 자살 충동 등 여러 부정적인 감정을 솎아내는 데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사실 지금도 아침에 눈을 뜨면 ‘죽고 싶다.’ 생각이 드는 날이 있다. 그러면 침착하게 운동화를 신고 물 한 병을 챙기고 밖으로 나간다. 운동이 도저히 하기 힘든 날에는 일단 산책로를 따라 만 보를 걸으면서 몸의 긴장을 풀어준다. 그리고 달리기를 시작한다. 다리 근육은 팽팽해지고 땀은 턱선을 따라 흐른다. 그리고 강렬한 여름 햇볕이 온몸에 내린다. 심장에 피가 빠르게 돌고 숨이 턱 끝까지 막힌다. 벤치에 앉아서 잠시 휴식을 가져도 심장은 콩닥콩닥 뛰기를 멈추지 않는다. 이렇게 운동으로 몸으로 살아있다는 느낌을 계속 스스로 생성해야 한다. 그러면 어느새 죽음에 대한 끌림이 멈추어져 있다. 가슴의 답답함이 사라진다. 우울증을 겪고 있는 모든 분이 힘내서 달리셨으면 한다. 달린 만큼 우리는 살아갈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