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극복 중 8

예술 즐기기

by 솔솔

우울증에 걸린 채로 사회생활을 하며 깨달은 사실이 있다. 사람들은 세상의 어두움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카페 아르바이트 면접을 보는 와중에도 그랬다. “묘하게 어두워요.” 그게 내가 아르바이트 면접에 떨어진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편의점 사장님도, 정신과 의사 선생님도 세상의 힘듦에 맞서는 나를 안타까워하시며 아껴주셨지만 어떨 때는 버거워하셨다. 그리고 인생에는 남이 대신해줄 수 없는, 반드시 자기가 극복해야 하는 어두움이 있다는 사실을 체감했다. 그래서 나는 어두움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예술을 택했다. 언제까지 남에게 아빠의 사업 실패 이야기를 하면서 감정적인 위로를 구걸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당시에 내가 푹 빠진 애니메이션이 있었는데 바로 ‘체인소맨’이다. 남자주인공이 아버지가 남긴 사채에 허덕이면서 작은 악마와 살아가다가 어떤 사건을 계기로 죽음을 맞이하고, 악마가 남자주인공을 되살리기 위해 본인의 심장을 바치면서 남자주인공이 부활해 사채업자를 다 죽이고 꿈을 찾아가는 내용이다. 아빠가 남긴 빚에 허덕이고 있다는 점, 평범한 사람들처럼 살고 싶어 하며 끝없는 외로움을 가지고 있다는 점, 현실에 안주하고 있다가 어떤 사건을 계기로 각성하고 꿈을 찾아간다는 점이 내 마음을 흔들었다.


특히 사채업자들을 다 죽이고 ‘다른 사람들은 다 꿈을 꾸는구나,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꿈을 꾸면서 살아가야겠다.’라는 식의 문구를 던지는데 그게 가슴을 울렸다. 나도 다시 살아나고 싶다, 주인공처럼 아버지 실직이라는 악몽을 다 집어던지고 다시 태어나고 싶다,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지내고 싶다, 다른 사람들처럼 꿈꾸면서 살고 싶다는 열망이 온몸을 가득 채웠다. 이 애니메이션을 너무나 좋아해서 하루에 한 회씩 아끼면서 봤지만 끝내는 1기로 끝나버린 비운의 작품이다. 2기 소식은 2022년 이후로 감감무소식이다. 나는 내 삶의 어두움을 ‘체인소맨’ 남자주인공에 감정 이입하면서 많이 희석했다.


이외에도 닥치는 대로 애니메이션과 만화책, 소설책 등을 보고 읽고 음미했다. 후르츠 바스켓, 오란고교 호스트부, 아몬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이방인, 데미안,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위저드 베이커리, 아홉 살 인생, 괭이부리말 아이들, 주술회전, 니나의 마법서랍 등 아주 유치하고 로맨틱한 내용부터 아주 우울하고 난해한 내용까지 광범위한 범위의 예술을 즐기려고 노력했다. 우울하고 난해한 내용에서는 공감과 위로를 얻었고, 로맨틱하고 유치한 내용에서는 치유와 희망을 느꼈다.


다양한 내용의 예술작품을 즐기면서 나는 단순하고 힘이 센 캐릭터를 좋아한다는 걸 알았다. 이런 캐릭터는 나와는 정반대로 인간관계와 사건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지 않고 먼저 행동하는 편이었다. 그리고 단순 무식하게 힘을 키워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현실에서도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를 닮아가려고 했다. 사람들의 말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아르바이트할 때도 단순 무식하게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방식으로, 무조건 시간과 노력을 쏟아붓는 방식으로 실력을 키워나갔다. 너무 깊은 생각, 너무 많은 상상과 공상을 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렇게 예술을 즐기면서 우울증을 극복하려고 했다. 예술에서 자신만의 친구를 찾는 것도 행복이다. 누구는 반고흐가 친구고, 누구는 한강 작가가 친구고, 누구는 김영하 작가가 친구다. 자신만의 그림자를 예술작품에서 만나셨으면 한다. 그리고 인생의 롤모델도 만난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예술에서 어두움을 희석하고 현실에서 밝은 모습을 보이려고 한다면 사회생활에 적응하는 데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우울증의 강도에 따라서 감정이입 되는 캐릭터도 다르다. 우울증이 중증이고 삶을 포기했을 때는 ‘니나의 마법서랍’에서 남이 버린 음식물 쓰레기를 주워 먹고, 남에게 돈을 구걸하고, 삶이 파멸로 끝나는 일명 쓰레기 캐릭터 ‘여공주’에게 감정 이입했다. 나중에 아르바이트에 차차 적응하고 돈 관리가 어느 정도 되면서 주인공인 ‘이니나’에게 많이 몰입했다. 현실을 극복하려고 하지만 로또라든지 마법서랍이라든지 환상에 빠지고 자꾸만 쉬운 길을 찾는 모습이 마치 현실에 적당히 타협하는 내 모습 같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예술을 즐기다 보면 자신의 우울증 강도도 대강 짐작해 볼 수 있다.


다들 자신만의 어두움을 해소하는 방법을 꼭 찾기를 바란다. 그게 예술이 아니어도 좋다. 누구에게는 연애일 수도 있고, 누구에게는 컴퓨터 게임일 수도 있고, 누구에게는 이웃과의 수다일 수도 있겠다. 이렇게 계속 어두움을 희석하다 보면 어느새 조금은 밝아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죽고 싶다, 는 생각에서 벗어나 평범하게 살아가는 그날까지 모두 힘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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