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극복 중 7

약 꼬박 꼬박 챙겨 먹기 2/2

by 솔솔

병원을 바꾼 건 1번, 정신과 약을 바꾼 건 2번, 정신과를 다니면서 약을 챙겨 먹은 지는 2년 6개월 드디어 나에게도 눈에 띄는 변화가 생겼다. 드디어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되었다. 항우울제에서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로 약을 바꾼 지 거의 2주 만에 나타난 변화이다. 처음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를 먹었을 때는 부작용으로 손발이랑 머리에 경련이 심했는데, 그런 부작용을 감수하고도 심리적으로 너무나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와 나는 신과 나의 담당 의사 선생님에게 감사하게 되었다. 아마도 병원을 내원하는 동안 체중이 10kg 늘어났는데 그런 체형의 변화를 보고 의사 선생님께서 바꿔야 하는 약의 종류를 선택하신 거 같다.


항우울제를 먹고, 운동하고, 일을 유지했을 때는 일로 나의 죽고 싶은 마음을 눌렀다. 보통 시간이 지나면 이런 마음도 사라진다는 걸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버티기가 힘들었다. 소리 내서 죽고 싶다, 고 중얼거리기도 하고, 몸으로 일을 하고 있지만 정작 일을 하고 싶은 의지는 없었다. 더 이상 소리 내서 울지는 않았지만 어쩌면 평생 이런 마음을 가지만 살아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고등학생 때부터 학교 옥상에서 떨어지는 상상을 매일 했고, 대학교 2학년 때 실제로 마포대교 위로 올라가 내려왔고, 대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는 가스 자살 준비물을 구매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항상 자살 고위험군에 속해있었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 종종 ‘네가 죽어도 난 이해할게’, ‘죽으면 안 돼요’, ‘얘가 묘하게 어두워’라는 말을 들어왔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 눈에도 내가 자살 시도한 게 눈에 보이나? 라는 생각이 들었고, 아무리 밝아 보이려고 노력해도 인생의 어두운 부분은 가려지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과거에는 마음이 꼬여 있어서 ‘아프니까 청춘이다’와 같은 부류의 책을 가장 싫어했고, 심리상담을 돈 많은 부르주아들의 공부라고 조소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가난과 불행해서 온 자격지심과 열등감인데, 그때 당시에는 심리상담과 정신과에 대한 불신이 상당했다.


지금도 죽음을 생각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당장 지역구 심리상담센터와 정신과를 방문하라고 추천하고 싶다. 내가 제일 삶에서 후회하는 것은 학교 옥상에서 올라가는 상상을 하던 고등학교 때, 정신과를 방문하지 않은 것이다. 그때로 돌아간다면 고등학생이었던 내 손을 잡고 당당하게 정신과를 방문했을 것이다. 그랬다면 가슴 속에 꽂힌 가시가 이렇게 오랫동안 박혀있지도 않았을 것이고, 좀 더 길게 인생의 행복을 즐겼을 것이다. 심리상담센터와 병원을 방문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선생님과 정신과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꾸준히 다니기를 바란다. 급한 마음에 조바심 내지 말고 길게 보기를 바란다.


상처받은 마음이, 닫힌 마음이 타인에게 열리기가 쉽지는 않을 테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노력하기를 바란다. 그러면 언젠가 사람과 사랑에 대한 믿음이 생기는 날이 분명히 온다고 자부할 수 있다. 내가 심리상담 선생님을 3명을 거치면서 겨우 우는 법을 깨우쳤듯이, 아르바이트 사장님한테 깨지면서 남한테 화내는 방법을 배웠듯이, 정신과 선생님 2명을 거치면서 죽고 싶다는 생각이 사라졌듯이 변화는 분명히 지금도 생기고 있으니, 포기만 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길 희망한다. 죽음과 우울에서 벗어나는 과정은 분명 순탄치만은 않다.


그 과정에서 약에 대한 믿음도 포기하지를 않기를 바란다. 아무리 나아지지 않는다고 느껴진다고 해도 다 한 발 짝씩 앞으로 나아가는 중이라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의사 선생님은 무신경해 보여도 다 환자를 관찰하고 있고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서 노력한다. 다만, 의사와 환자 사이의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무신경해 보일 때도 있으니 너무 일희일비하지 않도록 하자. 나에게 맞는 약을 찾으면 유튜브 동영상에서나 보듯이 드라마틱한 효과를 볼 수 있다.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던 영상 속 그 말이 이해되는 순간이 온다. 그날까지 모두 약을 끊지 않고 꾸준히 섭취하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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