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크리스마스는 연말에 큰 행사 중 하나이다. 종교를 떠나 전 세계인이 즐기는 파티 느낌이 강하다. 나도 크리스마스의 분위기를 좋아한다. 모두가 행복해질 것 같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행복을 모두 챙길 수는 없을까?" 그래서 나는 넷플릭스로 크리스마스 시즌에 딱 맞는 드라마를 보았다.
짧은 TV시리즈라 더 좋다. 릴리와 대시는 노트로 대화한다. 릴리가 시작이었고, 서로 미션처럼 어떤 행동을 하도록 유도한다. 그러면 상대는 그것을 해내고 상대에게 미션을 주면서 이 랠리를 이어간다. 이번에는 이 TV 시리즈를 보고 정리한 내 생각을 이야기하고 싶다.
[넷플릭스 시리즈 대시&릴리 3. 하누카]
도전할래요?
내가 태어나서 오늘까지 7,753일을 살았다. 최근 사색을 하면서 깨달은 것인데 나는 같은 생각을 반복해서 하고 있더라. 내가 몇 년 전에 고민하고 답을 내린 것에 다시 고민하고 답을 내리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나는 그 반복에 갇혀있는 것 같다. 마치 풀지 못하는 수학 문제 같다. 수학 문제는 한번 틀리면 또 틀린다. 한번 정한 답으로 가는 과정이 계속 똑같다. 똑같은 과정을 거치니까 똑같은 결과가 나온다. 결과를 바꾸려 해도 과정이 같으면 바꿀 수 없더라. 그런데 아무리 끙끙대던 문제도 선생님이 잘못된 점을 짚어주는 순간 정답이 나온다. 편향된 생각은 답이 정해져 있다. 생각이 치우쳐있으니 답도 치우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내 생각도 그랬던 것 같다. 비슷한 선택에 순간에서 회피하는 방법만을 염두에 두었다. 그러니까 매번 같은 답을 내고, 그 답은 틀렸으니까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면 영영 나머지 수업에서 벗어날 수 없다. 나는 좀 다른 길을 택하고 싶다.
그런데 이게 참 쉽지가 않다. 치우침에는 이유가 있다. 그 반대편이 정말 싫다. 난 무척 겁이 많은 겁쟁이다. 겁쟁이에게 새로운 환경, 새로운 사람, 새로운 모든 것들은 겁이 난다. 사람들이 건네는 평가와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한동안 글을 쓰기가 무서웠다. 10명의 잘한다는 평가보다 1명의 별로라는 평가에 상처 받아서이다. 글을 쓰는 내 모습을 모두들 멋있다고 해줬는데, 사실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찌질한 겁쟁이에 불과하다. 좋아서 시작한 일인데도 불구하고 겁이 났다. 또다시 별로라는 평가를 마주할까 봐. 그리고 그 평가를 본 사람들이 나의 멋없음을 알아챌까 봐. 자꾸 치우쳐서 생각하고 결과를 냈다. 그 결과 글을 쓸 수 없었다. 글은 공개됨과 동시에 평가받을 테니까.
이와 동시에 꿈이 완성되는 것이 무서웠다. 글을 쓰고 좋은 평가를 받아서 내 꿈이 이루어져 버리면 나에게 남는 것은 무엇일까? 그다음에는 무엇을 해야 할까? 그런 사사로운 걱정들 때문에 글을 쓸 수 없었다. 그러던 중에 <대시&릴리>를 보았고 릴리가 대시의 미션을 수행하러 클럽에 가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릴리는 평소에는 절대로 입지 못할 과감한 옷을 입고 낯선 장소인 클럽에 갔다. 그러다가 두려움에 화장실로 급히 들어갔다. 두려움에 떠는 모습. 그 모습이 나와 닮았다. 그런데 화장실 거울에 그 상황을 예상한 대시가 적어놓은 글씨가 있었다.
"다시 나가봐, 릴리" 덕분에 릴리는 화장실을 나가서 신나게 클럽을 즐겼다. 미친 듯이 춤을 추더라. 그리고 왕관을 얻었다.
이 장면이 내게 큰 위로와 격려가 되었다. 슬럼프 같은 며칠을 지내었다. 그런데 그 순간에도 나는 글의 소재를 찾고 있더라. 깊이 생각할수록 힘들 때도 있었지만, 글을 쓸 생각에 행복했다. 이 내용을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시간들이 즐거웠다. 난 글쓰기가 여전히 너무 좋다. 누군가 나타나서 내 글이 별로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 나는 글을 멈출 수가 없다. 난 글쓰기가 너무 좋은걸?
다시 돌아갈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나가보면 되는구나. 이건 글쓰기뿐 아니라 모든 것에 해당된다. 어떤 이유에서든 물러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순간을 후회하거나 넘어서고 싶을 때는 그냥 다시 가면 된다. 나도 그렇다. 회피했던 결정들을 바로잡으러 가야겠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