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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찌양 Dec 27. 2020

과거의 그 아이를 용서해주자.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넷플릭스 시리즈 대시&릴리 4. 신데렐라 / 5. 재회]


릴리가 한창 클럽을 즐길 때, 누군가 다가온다. 에드거라는 아이이다. 릴리가 중학교 때 좋아했던 남자애인데, 릴리가 직접 만들어 선물한 팔찌를 바닥에 버리고 이야기하는 것을 릴리가 보았다. 그 날이 릴리에게 큰 상처가 되었고 트라우마가 되어 친구를 사귀기 어려웠던 것이다. 에드거를 클럽에서 만났고 릴리는 도망쳤다. 

상처는 돌고 돌아 만난다. 피할 수 없다. 상처 입은 나는 그 자리에 머물게 된다. 상처를 받는 것 역시 피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 상처를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내면에 집중했다. 내가 12살로 돌아간다면? 내가 13살로 돌아간다면?


처음에는 복수하고 싶었다. 화가 났다. 내게 왜 그랬는지 물어보고 싶었다. 그때 그 순간으로 돌아가서 나를 괴롭힌 그 애를 밀치고 욕하고 때려주고 싶었다. 그리고 허무했다. 그렇게 할 수 없으니까. 그때로 돌아갈 수 없으니까. 답답했다. 어딘가에 풀어놓고 싶었다. 누군가에게 말을 하기 시작하면 부끄럽다. 꺼내고 싶지 않다. 그런데 한번 말하기 시작하면 후련하다. 더 얘기하고 싶어 진다. 말해야 안다. 표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상대는 영영 모를 것이다. 상처를 준 상대방이 내가 상처 받은 것을 모른다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릴리는 그렇게 했다. 릴리는 시 낭독회 무대에 서서 자신이 상처 받은 것들을 터트리기 시작한다. 관중석에 있는 에드거를 향해 자신이 상처 받았음을 직설적으로 이야기한다. 


나 상처 받았어.


그 순간 받은 상처를 지금까지 가지고 있다. 그에 반해 에드거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 사실에 릴리는 또 상처 받는다. 그리고 에드거가 말한다. "나도 그때 12살이었어." 릴리와 그것을 보는 나는 순간 무언가를 깨닫는다. 릴리가 12살 때 받은 상처는 12살인 에드거가 준 것이고, 12살 에드거는 지금 없다. 릴리의 상태가 어떻든 말이다.


맞아.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상처 받는 사람은 상처를 받았다는 그 사실에 집중할 게 아니라 지나가야 한다. 그 순간을 유유자적 지나가야 한다. 그 순간에 사로잡혀서 내가 그때, 그 상대에게 '이렇게 말했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후회를 남길 필요가 없다. 그 사람은 실수였고, 지나갔다. 그러니 나도 지나가 보자. 사실, 나도 실수를 많이 했다. 친구들에게 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말이나 행동들을 했다. 그래서 후회를 했다. 내가 상처를 줬을 까 봐. 하지만 그때로 돌아가서 그 친구들에게 그렇게 하지 않을 수는 없다. 과거로 돌아갈 수 없으니까. 그런 것처럼 나에게 상처를 준 상대방도 그 순간으로 돌아가서 나에게 그렇게 하지 않고 싶을 수도 있다. 물론 아닐 수도 있고. 


그래서 생각한 것이, 그 사람이 실수한 걸 수도 있으니까 그냥 지나가자는 것이다. 잊어주는 것이다. 그 사람의 순간의 그릇됨을 잊어주는 것이다. 그 순간의 아이를 탓하지 말고 지나가자. 그게 내가 생각하는 배려이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 상처 줬을 수 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상처 받는다. 인간관계에서 어떻게 상처를 안 받을 수가 있을까? 상처는 필연적이다. 피할 수 없다면? 당해야지. 


알면서도 피하지 못하는 일을 어쩌겠어. 당해야지. - <멜로가 체질> 대사 중 


             당하고, 지나가자. 누군가의 실수를 탓하지 않고 그 순간의 나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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