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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찌양 Dec 27. 2020

굿바이, 블루

중독된 우울에서 벗어나는 방법

회의감의 원인을 찾았으니 이제는 그 원인과 이별할 차례이다. 절망에 중독되었나 보다. "나는 잘 되지 못할 거야."라는 생각 뒤에 숨어서 게으르게 방관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비관적으로 보면 이렇다. 나는 우울에 중독되었다. 


그런데 나라는 존재가 없으면 내 미래도 없다. 모든 것이 없어지는 거다. 그러니까 나를 잘 달래서 나아가야 한다. 


나를 달래주기 시작했다. 


"그래그래. 오늘 영어 단어 못 외워도 괜찮아. 내일 외우면 되잖아." 천천히 달래주었다. 그다음 날은 "오늘 50개 못 외워도 괜찮아. 5개 먼저 외워보자." 이런 식으로 천천히 달랬다. 


처음부터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처음에는 좀 부족해도 완성도를 높여가면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살아있다는 거다. 나는 살아있고 살아 있으려고 발버둥 치고 있다. 이런 나에게 미래가 없을 리가 있겠는가. 인생을 산다는 것이 중요하지, 당장 할 일을 하지 않았다고 무기력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뭐든 중간이 좋지만 절망이 무조건 나쁜 것도 아니다. 절망은 휴식처가 된다. 다큐멘터리의 영화감독이 회의감을 느끼고 바닷속을 들어가는 것처럼, 부정적인 감정을 마주 볼 시간을 갖게 해 준다. 쉽게 놓치는 것이 여기 있다. 이 시간이 너무 길어져서 갇혀있게 되면 또 문제가 생긴다. 치우침은 좋지 않다. 


뭐, 너무 늦지만 않으면 되죠. - <멜로가 체질> 대사 중


그 나이에 이루어야 하는 것은 없다. 이 사실을 인정하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렸다. 남들보다 빠르게 성공하고 싶었고 안정적이고 싶었다. 그래서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취업해야 하고 돈을 벌어서 30살에 집을 사고 싶었다. 그렇게 내 꿈은 30살이었다. 그런데 내가 졸업하자마자 취업할 수 있을지 확신이 안 서더라. 그래서 알바를 하면서 돈을 더 모으려고 했다. 20대에 이루어야 할 것에 포함시켰다. 그런데 왜 20대에 이루어야 할까? 남들보다 빨리 집을 사면 과연 내가 행복할까? 지금도 다른 친구들에 비해서 돈을 많이 모은 편이지만 전혀 행복하지 않다.


20대 - 취업
30대 - 집 사기 
...

나는 행복하려고 사는 것인데 왜 남들보다 빨리 가야 행복하다고 생각했을까? 이렇게 가다 보면 또다시 회의감이 들 것 같았다. 급 브레이크를 밟았다. 다큐멘터리에서 감독이 문어의 생의 끝을 보면서 자신의 생을 돌아보는 것처럼 나도 내 생애 끝을 상상하면서 삶을 돌아보았다. 그래, 


이건 내가 원하는 게 아냐. 


남들보다 빨리 집 안 사도 되잖아? 행복은 하늘에서 갑자기 뚝하고 떨어지는 것이 아니니까. 절망에서 벗어났다. 돈은 어디선가 생겨. 회의감을 직면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으로 채워나갔다. 


2021 - 브런치 넷플릭스 스토리텔러 
2022 - 영어회화, 브런치 작품상 
2023 -...(비밀)


하고 싶은 것이 넘친다. 아아. 살아야겠다.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 빈 종이 위에 그려야 할 것이 아니라 그리고 싶은 것을 그려보자. 

흘러가는 인생에 몸을 맡기고 순간의 선택에 나를 기울여야겠다. 순간을 즐기고 행복하자. 내가 배우고 싶은 것을 모두 배우는 것이 새로 생긴 나의 20대 목표이다. 지금 그림을 그리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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