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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찌양 Jan 21. 2021

22살, 구찌 갱을 외치다!

가치있는 소비의 주체

앞서 쓴 글에서 언급했듯이 올해의 목표는 흥청망청 돈을 쓰지만 어쩔 때는 찌질하고 꾀죄죄한 22살이다. 나의 목표를 표면적으로 쉽게 보여줄 수 있는 아이템을 사고 싶었다.


그것이 바로 "구찌"였다. 특히 내가 구매한 카드 지갑은 20대가 많이 쓰는 지갑이라고 한다. 그 정도로 대중적이다. 다만, 구찌라는 브랜드에 맞게 가격은 대중적이지 않았다. 사악한 가격과 마음에 드는 디자인에 절로 카드 결제를 했다.


일시불이요~


보고만 있어도 흐뭇하다. 왜 고민했을까. 이렇게 좋아했을 거면서. 나에게 명품 가방, 명품 지갑을 소비하는 것은 또 다른 의미가 있다.


나는 왜 돈을 벌까?


20살이 되어 대학생이 되었다. 그리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열심히 돈을 벌었고 모았다. 하나의 목표를 향해서. 빨리 모으고 싶은 마음에 단기간에 정말 많이 일을 했다. 그러면서 몸도 마음도 망가졌다. 나를 위한 소비가 없었다. 애초에 나는 주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조금의 여윳돈이 생기면 가족들에게나 친구들에게, 또는 주변 사람에게 선물을 주었다. (조금 뜬금없지만, 선물은 참 좋다. 내가 그 사람을 얼마나 생각하고 좋아하는지를 눈으로 보여줄 수 있는 수단이니까.) 정작 나를 위한 선물은 없었다. 돈을 모아야 하니까 오늘 먹고 싶은 치킨을 참고, 선물을 주고 싶으니까 사고 싶던 옷을 포기한다.


일을 하는 건 '나'다. 하지만 소비의 대상은 내가 될 수 없었다. 돈을 가치 있게 쓰려면 나에게 쓰면 안 된다. 더 가치 있는 일이 있을 거다. 돈을 벌수록 더 공허했다. 몸도 마음도 지쳐갔다. "나는 왜 돈을 벌지?"


해외 교환학생이 가고 싶어서. 이렇게 돈을 벌고 선물하고 남는 돈을 모아서 정말 교환학생을 갈 수 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 지금도 내게 돈 쓰는 것을 아까워하는데 나중이라고 그렇게 할 수 있겠는가. 절대 그럴 수 없을 것이다. 소비는 습관이니까. 내게 쓰는 돈을 또 아까워하고 있을 거다. 내가 사고 싶었던 것, 먹고 싶었던 것들을 모두 내려놓고 해외로 간다고 한들 무언가 달라질까? 내가 그럴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나를 위해 돈을 쓰자.


노동의 주체는 '나'다. 소비의 주체도 '내'가 되어야겠다. 지금은 여행을 갈 수 없는 시기이므로, 다른 곳에 돈을 써보기로 결정했다. 배우고 싶던 영어 회화 강의, 사고 싶던 책, 사고 싶던 가방, 지갑, 먹고 싶던 음식 같은 곳에 말이다. 22살이 된 나를 위해 현재까지 가장 큰 소비는 가방과 지갑이다. 르메르 가방, 구찌 지갑. 이름만 들어도 좋다. 그토록 사고 싶던 가방을 샀고, 상상만 하던 지갑을 샀다.


지갑을 보고 있으면 일을 하고 싶어 진다. 이 구찌 지갑이야말로 노동의 집약체라고 할 수 있으니까. 정말 많은 돈이 들어갔다. 이 돈이면 2달은 호의호식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갑을 샀다. 주변에서는 이미 지갑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지갑을 샀느냐고 물어본다. 내게 지갑이 주는 의미는 조금 특별하다.


지갑은 돈이 머무는 호텔이라는 말을 들었다. 지갑이 깔끔하게 정리되어야 돈이 들어오고 머물고 나가도 다시 돌아온다고 하더라. 무엇보다도 자주 만지게 되고 보게 되고 쓰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지갑은 충분히 소비할만한 가치가 있다. 오히려 지인들에게 되물었다. "가방은 여러 개 사는데, 왜 지갑은 그렇게 못해?"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 지갑도 때에 따라 구분해야 한다.


그중에서도 구찌를 고른 것은, 내가 생각하는 구찌의 이미지 때문이다. 구찌는 20대의 상징 같다. 20대가 많이 소비하고 사용하는 것을 자주 본다. 나는 자유롭고 어딘가 철없는 20대를 동경하기 때문에 그런 이미지를 얻고 싶었다. 그래서 구찌 갱을 택했다. 결과는 아주 만족스럽다. 나를 위한 소비는 새로운 무언가를 꿈꾸게 한다. 


지갑은 너무 예뻤고, 나는 열심히 일을 했다.



에필로그 : 흔한 것을 왜 사요?

내가 구매한 구찌 지갑은 정말 흔하다고 한다. 많이 사용한다는 거다. 그래서 이런 질문도 들었다.


지인 : 그 지갑 명품이긴 하지만 너무 흔하지 않아? 그래도 괜찮아?
나 : 괜찮아.


나는 그래도 괜찮다. 내가 생각하는 예쁨에는 희소성이라는 가치는 포함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소유하고 있더라도 그저 예쁘다. 내게 예쁨은 상대적이 아니라 절대적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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