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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찌양 Jan 02. 2021

꾀죄죄한 22살이 되고 싶어!

KEEP UP YOUR VIBES

최근에 넷플릭스를 통해서 영화 <허니와 클로버>라는 작품을 보았다. 출연하는 배우에 이끌려 선택한 영화였다. 가난한 미대생들이 한 집에 모여 산다. 그 집은 낡았다.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들이 연기하는 미대생들은 어쩐지 조금 꾀죄죄해 보이더라. 현실적이다. 재능 있는 천재들을 부러워하는 모습이나, 돈을 아끼려 아르바이트를 하는 모습에서도 말이다. 아르바이트라. 나도 아르바이트를 했다. 


나 꼭 해외유학 갈 거야. 

난 해외유학이 가고 싶었다. 아메리칸드림. 대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아르바이트를 구했고 열심히 일했다. 한 달에 일하는 시간이 점점 많아져서 바쁠 때는 200시간 가까이 일을 했다. 햄버거를 조리하고 커피를 내리기도 했다. 화장실 청소도 하고 고객 응대도 한다. 어떤 때는 감정적으로 힘들고 또 다른 때에는 체력적으로 힘들었다. 돈을 벌었고 쓰기도 했고 결국 모았다. 그리고 꿈을 잃었다.  정말 우습게도, 해외유학이 가고 싶어서 돈을 벌고 모았는데 그 돈을 쓰기 싫어서 해외유학이 가고 싶지 않아 졌다. 천만 원이라는 액수가 내가 열심히 했음을 증명해준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돈을 써버리면? 내 증거가 없어지지 않나. 그리고 내 또래들보다 돈이 많을 수 있는 건 지금밖에 없을 텐데. 이 시간을 오래 즐기고 싶었다. 


그러던 중 <허니와 클로버>를 보았다. 분명 꾀죄죄하고 엉성하고 일그러지고 있다. 찌질하기도 하고 초라하기도 하다. 그런데 그 모습을 보는 것이 싫지 않더라. 오히려 좋은 쪽이었다. 방황하는 모습이 멋있어 보였다. 그만큼 '열심히'라는 뜻이니까. 나도 꾀죄죄하고 초라했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어 졌다. 청춘은 모름지기 돈도 없고 방황하고 무모하고 초라하고 꾀죄죄하고 형편없는 맛이 아닐까? 


돈 없는 청춘이 멋인데, 왜 돈 많은 청춘이 되려 했을까. 


우리는 너무 쿨하게 살려다가 꾀죄죄한 청춘의 맛을 잃어버린 것 같다. 조금 덜 쿨하면 어때? 초라하고 꾀죄죄해서 형편없어 보이면 어때? 적어도 난 잃어버렸었나 보다. 다시 꼬질꼬질해져야겠다. 


흥청망청 쓸 거야.

철없고 방황하는 청춘을 살아보고 싶어 졌다. 왜 돈은 무조건 가치 있게 써야 할까? 흔히 돈에는 소울이 없다고도 말하지 않나? 소울도 없는 걸 뭘 그리 가치 있게 쓰려고 고민했을까. 내가 하는 모든 일이 가치 있는 일이 될 수 없듯이 내가 쓰는 모든 돈이 가치 있게 쓰일 수도 없다. 그러니 나는 내가 번 돈을 가치 있게 쓰지 않을 거다. 흥청망청 내가 쓰고 싶은 대로 쓸래. 


돈이 없으면 어때. 어떻게든 되겠지. 어차피 나는 돈이 있을 때는 인간관계에 대해 고민하고 돈이 없을 때는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을 하지도 않는다. 오직 돈에 대한 고민만 한다. 어차피 할 고민이라면 차라리 돈에 대한 고민이 낫겠더라. 그건 내가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는 물질적 수단이니까. 그러니까 돈에 얽매이지 말자. 돈은 있으면 좋고 없으면 마는 그런 수단이니까. 


올해만큼은 돈 말고 나에게 집중하자. 내가 하고 싶던 것들 다 해볼 거다. 전부 해볼 거다. 돈이 많이 들면 어때. 돈을 다 써버린다면, 그동안 모아뒀던 천만 원에서 꺼내면 되지.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 할 수 있는 게 너무 많아. 


재작년(2019.1) 촬영 영상입니다.

재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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