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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찌양 Jan 21. 2021

면접에서 떨어질 것 같다.

순응과 반항


면접에서 떨어질 것 같다.


최근에 면접을 봤다. 학교 편입학 면접이었는데 면접실에 들어가자마자 분위기가 이상했다. 마지막 순서라 그런지 면접관들이 지쳐있는 게 보였다. 예상했던 대로 첫 질문은 자기소개였다. 문제는 자기소개를 하면서 본 면접관의 표정이 벌써 좋지 않다는 것이다. 내가 대답을 하면 면접관은 표정을 찡그리고 중반쯤 되었나? 면접관이 이런 말을 하더라. "우리가 맞춰가려 해도 하나도 맞는 것이 없네." 5분 정도 되는 짧은 면접이었는데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전하는 내 앞에서 면접관이 옆으로 눕더라. 면접실을 나와 집을 챙기는데 면접관이 나와서 면접을 도와주는 학생에게 "오늘 면접 온 사람들 다 별로야."라고 말하더라. 내가 버젓이 옆에 있는데 나는 안중에도 없더라.


내가 기대했던 것은 무엇일까. 나는 과거의 결과가 아니라 지금의 내 상태, 생각에 더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랐다. 나는 점점 나아지고 있고 지금이 가장 나아진 상태니까. 하지만 그 사람들은 다른가보다. 그냥 그런가 보다. 모두들 내게 기대해줬는데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기분이다. 무엇보다 스스로에 대한 기대가 무너졌다. 절로 울적해질 때, SNS에서 이런 글을 읽었다.


고딩 때 담임이 "이 수능이 너희 인생의 90%를 결정할 것이다."라고 하니 아버지가 "그건 틀린 말이고, 많은 사람들이 잘 봤던 못 봤던 그 시험이 인생을 결정한 듯이 살겠지. 그렇게 인생을 망치는 거야."라고 하셨다. 지나고 나니 아버지 말이 맞는 것 같다. - 출처 미상(출처를 아시면 말씀해주세요, 수정하거나 삭제하겠습니다.)


맞아. 나에게는 무한하고 싶지만 유한한 가능성을 가진 내가 있다. (유한하지만 정확히 몇 개나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거의 무한하다고 보자.) 이런 나를 좀 더 믿어보기로 했다. 시험은 내년에 또 봐도 되고 1년이 지난 나는 무언가 달라져있겠지. 면접 때 있었던 일과 내 생각을 말해주니 오히려 주변에서는 나를 토닥토닥 다독여주었다. -순응 반, 반항 반.-




하기 싫은 일을 하지 말자.

어떤 글에서 이런 내용을 읽었다.


하기 싫은 것을 하지 않는 것과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행복할까요?


정답 같은 답을 본 것 같은데 기억나지 않고 이 질문만 기억난다. 과연 뭐가 더 행복할까? 생각을 이어나가다가 답을 내렸다. 드라마 <런 온>을 보다가. 하기 싫으면 하지 말자. 모든 건 우리의 선택이다. 선택의 결과로 하기 싫은 일이 따라올 수도 있겠지. 책임감이라는 이유로 그것들까지 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하기 싫으면 하지 말자. 당장 시험공부하고 싶지 않으면? 하지 말자. 당장 아르바이트하러 가기 싫다면? 알바를 그만둬야지. 하기 싫은 시험공부를 하는 것도, 가기 싫은 알바를 가는 것도 우리가 선택한 거다. 그런데 청개구리 본능 때문인가? 웃기게도 하기 싫어서 안 하려고 했더니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시작의 이유를, 의미를 되새기다가 결국 하게 된다.


정말 하기 싫은 게 아니라 투정 부리고 싶은 거였나? 내가 선택하지 않았다고 생각해서 그런 건지도 모른다. 사실은 모든 건 내가 선택한 건데. 잊지 말자. 나의 선택. 그냥 해야겠다. -완전 순응.-



일단 해봐. 그냥 해봐.


A : 당연히 안 되는 거 아냐?
B : 그런 게 어딨어. 일단 물어봐야지. 물어봐서 안 된다고 하면 그게 안 되는 거지.
A : 아니 그렇잖아. 염치가 없잖아.
B : 염치 좀 없으면 어때. 염치가 있으면 떡이 생기냐? 일단 물어보고 안 된다고 하면 깔끔하게 인정하면 되는 거야.

 갑자기 혼자 머릿속에서 대화를 시작했다. A와 B, 둘 다 내 생각이다. 자아가 분열하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논쟁을 벌였다. 결론은? B의 승리였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하면서 은연중에 A를 따라갔다.


나는 예술가가 되고 싶었다. 그런데 내 예술은 상업성도 없고 독창성도 없다는 이유로 묻어두었다. 나는 그림도 잘 그리지 못하고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판타지를 그려낼 수도 없으니까. 단지 넘치는 것은 잔머리뿐이었다. 그런데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내게 이런 말을 해주더라.


친구 : 너는 예술 쪽 하면 잘할 거 같아.
나 : 나도 하고 싶었는데 내가 그림을 잘 못 그리잖아. 그래서 못할 거 같아.
친구 : 아이디어는 있는데, 손이 따라갈 수 없구나. 지금부터 배우다 보면 언젠가 손이 따라갈 수 있지 않을까?


인생은 길게 봐야 한다고 자신 있게 말하고 다녔으면서 오히려 식견이 좁은 건 나였다. 내가 이래서 어리석은 중생인가 보다. 지금부터 조금씩 나아가면 되는데, 빠른 성공만을 좇아다녔다. 핵심을 놓친 채 방황하고 있었다. 맞아. 나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지. 그걸로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보여주고 싶었다. 내 생각과 감정, 개인적인 것들을 말이다. 지금부터라도 해야겠다. 내가 이렇게 손이 많이 가는 어린 사람이다. 모두의 관심과 손길이 필요하다. 일단 해보자. -완전 반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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