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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찌양 Jan 27. 2021

나의 유일함에 반해줄래?

내 글의 정체성을 찾아서

에세이를 쓰기 시작했던 때가 언제였을까? 단순히 숙제를 위한 일기에서 시작되어 블로그 일기, 인스타 일기, 그리고 일기에서 벗어났다. 숙제가 아니라 내 의지로 글을 쓴다. 쓰다 보니까 에세이가 가장 어렵다. 일단 끝이 없다. 그리고 반복된다. 반복되는 소재가 나를 고민하게 했다. 


내가 같은 내용만 쓰면 사람들이 질려하지 않을까? 


에세이의 주제는 보통 나에게서 온다. 반복되는 일상을 뚫고 지나가면서 살아가는 사람인지라 소재가 번복될 수밖에 없다. 고민이 되더라. 내가 같은 내용만 쓰면 사람들이 질려할까 봐. 나는 아직 더 많은 비슷한 내용들을 당신들과 함께하고 싶은데 가버릴까 봐. 고민된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내 글을 오래도록 봐줄까? 



예전에 좋아했던 애니메이션 <강철의 연금술사>의 결말이 나오는 마지막 장면에서 이런 대사가 있었다. 


넌 이미 그 답을 알고 있었는데...


내가 알고 있는 답이란 무엇일까?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는 글을 찾아 쓰려다 보니까 정작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잃어버렸더라. "나는 왜 글을 쓰고 싶어 했지?" 난 어떤 이야기를 쓰고 공유하고 싶었다. 너무 무겁거나 가벼워서는 안 된다. 둘 중 고르라면, 가벼운 쪽이 좋다. 조금 무거워질까? 싶을 때 가볍게 피식 웃을 수 있는 글. 가볍게 웃고 넘겼지만 하루 종일 생각나서 하루를 살아갈 재치가 될 만한 글. 하지만 무겁지 않아서 다음 날이 되면 잊어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이야기로 또 다른 하루를 채운다. 딱 하루를 살아갈 재치가 될만한 글이 쓰고 싶었다. 생기 있는 날 것 그대로의 이야기를 성숙하게 표현하고 싶다. 아아. 난 답을 보고 있었구나. 아득함이 확신과 기대가 되어 돌아왔다. 내 앞날은 아직 밝구나. 안심도 된다.


매일 반복되는 따분한 소재를 다른 관점으로 보고 다르게 표현하고자 한다. 난 매일 성숙해진다. 매일 같은 소재지만 다른 성숙함으로 임하겠다. 성숙해지는 표현과 문장이 따분한 일상의 소재와 만난다면 조금은 다르게 느껴질 수 있지 않을까? 


저는 오늘도 표현할 테니, 피식 웃고 지나가 주세요. 



에필로그 : 그나저나

이번 아이유 신곡 너무 좋지 않나요? 저는 특히 "보이니 그 유일함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말이야." 파트가 좋더라고요. "유일함"이라는 단어가 확 들어오더라고요. 뭔가 유일함, 잠수함 이런 것들 말이에요. 잠수함의 함(艦) 자는 '배 함'이라는 배를 뜻하는 글자이고요. 유일함의 함자는 '유일하다'라는 형용사를 명사로 만들어 쓴, Identity의 번역인 것 같은데, 마무리 짓는 느낌이 너무 좋아요. 그나저나, 이번 아이유 신곡도 너무 좋아요. (이 와중에 '그나저나'라는 말도 좋습니다. '그러하나 저러하나'의 줄임말이라는데 대충 넘어가는 듯한 무심함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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