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찌양 Mar 04. 2021

22살의 명품 탈출기

내 젊음은 빛나니까!

알바를 하기 싫다. 일을 하기 싫다. 돈은 더 벌고 싶다. 


내 1시간이 최저시급이라니...!


아르바이트는 보통 시급으로 돈을 받는다. 몇 시간 동안 일하느냐에 따라 돈이 달라진다. 나의 경우 한 달에 적게는 100시간 많게는 200시간 가까이 일했었다. 어느 정도 일하다 보면 주휴수당이 적용되어 한 시간에 만원이 넘는 경우도 있었지만, 주휴수당을 못 받는 곳의 경우 최저시급이다. 그렇게 2년 정도를 일하다가 지금에 이르렀다. 나는 왜 일을 할까? 정말 열심히 일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멘탈까지 털려서 혼이 나간 표정이다. 모두들 같은 표정으로 만원 지하철에 오르고 집으로 향한다. 그리고 저녁을 먹고는 쓰러지듯이 잠을 잔다. 그러면 다음날, 또다시 출근이다. 이렇게까지 일하는 이유가 뭘까? 


아르바이트는 대학생들이 용돈을 벌기 위해 많이 한다. 어른들은 젊음은 돈 주고도 못 산다고 하지만, 우리는 젊음을 팔아 돈을 번다. 돈은 정말 무섭다. 벌수록 더 벌고 싶어 진다. 그래서 더 일을 하다 보면, 내 시간이 없어진다. 내 꿈을 찾을 시간, 계획에 맞춘 공부를 할 시간, 젊음을 즐길 시간 말이다. 그렇게 우리의 젊음은 간다. 


2년 만에 깨달았다. 내 젊음에 비해 최저시급은 너무 적다는 것을. 나는 왜 일을 할까? 그전까지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은 다르다.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는 것에 더 행복하다. 내가 싫어하는 것은 일하는 것이고, 하고 싶은 일은 쇼핑이다. 윈도쇼핑도 좋아하지만, 저 물건을 샀을 때 오는 행복감이 컸다. 그래서 더 사고 싶었고 열심히 일 했다. 어떤 경험을 하고 싶었고 그 대가를 벌기 위해 젊음을 팔았다. 


무조건 경험이 좋은 것일까? 자기 계발? 그게 그렇게 좋은가? 경험을 쌓기 위해 지불해야 할 돈을 벌고자 했다. 그래서 아르바이트를 했고 어느 순간 우울했다. 공허했다. 텅 빈 헛헛함을 채우기 위해 쇼핑을 했을지도 모른다. 경험?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정하는 것, 내가 행복한 순간을 더 많이 꾸려나가는 것이 아닐까? (아이러니하게도, 우울함을 경험해서 깨달은 것들이다.) 


그래서 싫어하는 것을 피하려고 한다. 동시에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것을 바꿔볼 기회이기도 하다. 사실 나는 쇼핑을 안 좋아할지도 모른다는 거다. 



쇼핑에 대해서 더 생각해보았다. 한창 일을 많이 할 때 가장 사고 싶었던 것은? 명품이었다. 명품은 보여줄 수 있다. 내가 이렇게 좋은 옷을 입고 잘 살고 있다는 것을 남들에게. 그런데 명품을 사면 돈이 없어서 잘 먹고살 수가 없더라. 어떤 날은 굶어야 하고 먹고 싶은 것을 먹지 못할 때도 있었다. 그리고 필요한 것을 살 수 없을 때도 있다. 그래서 명품을 사면서 먹고 싶은 것도 먹고, 필요한 것도 살 수 있게 돈을 더 벌고 싶었다. 그렇게 돈을 더 벌다 보면 '나'는 없어졌다. 내가 없는데 명품이 왜 필요할까.


명품은 좋아 보인다. 뭔가 더 튼튼해 보이고, 세련돼 보이더라. 그리고 가격이 만만치 않으니까 살 때부터 마음먹는다. 


이 옷을 5년 동안 입는다면, 다른 옷보다 싼 거야. 


그에 비해 저렴한 옷은? 뭔가 잘 해질 것 같고, 부족해 보인다. 그리고 살 때부터 마음먹는다. '대충 입지 뭐.' 여기서 명품과 그에 비해 저렴한 옷이 나뉘더라. 명품은 살 때부터 오래오래 아껴입겠다고 마음 먹지만, 후자의 경우 대충 입고 버린다고 결심하며 산다. 각오가 다르니 결과가 다르다. 그래서 오해하기 쉽더라. 


옷이나 물건이나 어떤 질적 수준보다 위로 올라갈 수는 없겠더라. 어느 정도 수준부터는 별 차이가 없다. 신소재가 아닌 이상 옷은 옷이고, 물건은 물건이다. 그리고 깨달았다.


가격으로 그 물건의 가치를 평가하고 있었구나. 


나는 내 가치관으로 물건을 고른다고 생각했는데, 단순히 가격에 의한 선택이었다니. 그리고 더 비싼 옷, 물건 들을 사기 위해 내 젊음을 팔고 있었음을. 그래서 그만두기로 했다. 쇼핑을. 알바를. 


최소한의 생활비만을 벌기로 했다. 더 이상 젊음을 팔지 않고 그저 누리기로 했다. 내가 누리기에도 짧은 젊음을 이렇게 보내기에는 후회가 클 것 같았다. 좋아한다고 오해했던 쇼핑을 줄이고, 싫다고 느낀 알바도 줄이기로 했다. 두 가지를 그만둔다고 말한 시점부터 (아직 알바를 하고 있음에도) 이상하게 마음이 편하고 자유로워짐을 느꼈다. 비로소 나는 내 젊음을 되찾은 듯하다. 


물건을 비웠다. 다음부터는 꼭 사야겠다고 마음먹은 것만 신중하게 살 것이다. 버리기가 너무 힘들었다. 


명품처럼 입자.


- 22살의 명품 탈출기 THE END.

이전 08화 팀플이 어때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