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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찌양 Apr 11. 2021

관계 부자,찌양

나의 부자의 정의

사람이 좋아요

사람들과의 만남이 좋고, 관계를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대화가 좋다. "저 사람은 저렇게도 생각하는구나."를 이해하는 순간의 기쁨이 좋다. 돈을 벌려는 목적도 있었지만, 사람이 고팠다. 


사이버 강의만 듣고 있노라니,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가 정말 없더라. 그래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이유도 있다. 큰 매장이 좋았다. 많은 사람들과 같이 일할 수도 있고, 만날 수도 있으니까. 주기적으로 만나는 관계는 정말 소중한 것 같다. 사람들은 자신의 시간을 소중하게 여겨 허투루 쓰고 싶지 않아 한다. 그러니 관계가 성립되지 않은 사람과는 많은 시간을 쓰려하지 않는데, 같이 일을 하는 사이라면 달라진다. 같은 시간에 만나는 사람끼리는 이야기의 무거움과 가벼움을 따지지 않고 한다. 아주 사소한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밥은 먹었어?' '오늘 뭐했어?' 같은 대화가 관계의 결을 다듬어준다고 생각한다. 그런 대화가 이루어지는 일이 좋았다. 그리고 같이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는 듯해서 좋았다. 일종의 전우애랄까? 나는 그 관계가 좋아서 평생 일할 것 같다. 처음 시작과는 다르게 일은 너무 힘들었고, 금방 그만두고 싶었다. '짧고 굵게 일해야지!' 싶었는데 지치는 관계나 상황 속에서도 사람들과의 어울림이 좋았다. 


쓸만한 인간, 찌양 

배우 박정민 씨의 책 <쓸만한 인간>의 제목을 발췌했다. 나는 제일 많이 노력하고 맞춰주었다고 생각하며 일했다. 그만둘 때 뒤를 돌아보니 다들 내게 맞춰주고 있더라. 내게 일을 못한다고 비난하기도 하고 조언하기도 하고 도움을 청하기도 한다. 그리고 나도 그렇다. 우리는 왜 이렇게까지 치열하게 일을 했을까? 


우리는 모두 쓸모 있도록 노력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서로에게 도움을 주려고 살아가고 있다니. 지독한 현실에 피어오른 낭만이 제법 마음에 든다. 다 잘 될 거다. 



생애주기가 뭐라고. 

천만 원을 모은 후에는 더 많은 돈을 벌고 모으려고 집착했다. 그래야 나중에 살(LIVE) 집을 살(BUY) 수 있을 테니까. 집을 사려면 아르바이트를 그만둘 수가 없다. 내가 나중에 취업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니까. 꿈을 사려고 모아두었던 돈이 집이 되어야 했다. 나는 왜 그렇게까지 집을 사고 싶었을까. 어떤 나이에는 취업을 해야 하고 어떤 나이에는 집을 사야 한다. 그리고 가정을 이루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있었다.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그래야만 평범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꿈도 버리고 돈을 좇았다. 허겁지겁. 그런데 돈을 모을 수로 내가 왜 이렇게 초라하게 느껴질까. 불어나는 통장 속 잔액을 보는 것이 이렇게 고통스러울 수가. 이게 맞나?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건가? 누군가에게 확인받고 싶어 졌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 신뢰, 확신 따위가 전혀 남아있지 않다. 생애주기를 따라가는 것이 너무 비참하다. 그대로 따라가지 않으면 낙오자가 될 것 같았다. 그리고 앞질러 가야 뒤처지지 않을 터인데. 


그런데 생애주기를 따라가면 그 끝에는 뭐가 있을까? 


죽음? 우리는 잘 죽으려고 살아가는 건가. 행복은 집이 있어야만 할 수 있는 걸까? 일을 하는 시간에도, 일을 하지 않고 가만히 누워있는 시간 속에서 나는 계속 고민해왔다. 그리고 어떤 대답을 내놓음으로써, 해방되었다. 


생애주기가 뭐라고.


일하는 인간, 찌양

1년만 벌고 나머지는 일하지 않으려 했는데. 그 목표는 무너진 지 오래였다. 벌고 쓰다 보니 내가 절대로 번 돈의 반 이상을 남기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런 내가 미래를 위해 돈을 남긴다면 현타가 오지 않을 수가 없지 않나. 이렇게까지 부정과 부정, 연속되는 부정을 더하여 표현하니 더 확실하게 드러난다. 나는 이런 사람이다. 파이어족은 못할 거 같고 남은 대학 시절도 알바를 할 듯하다. 


사람들과 어울리며 좀 더 일해야겠다. 같이 일하는 사이는 매력적이니까.



수중에 5만 원

최근 역주행을 한 걸그룹 '브레이브 걸스'의 유정님이 하신 말을 들었다. "꿈보다 수중에 5만 원이 더 중요하게 느껴진다."는 말. 크게 공감했다. 꿈 너무 좋지. 그렇지만 당장에 먹고 마실 수 있는 돈이 더 필요하다고 느끼는 순간 처참하게 꿈에게 밟혀버린 기분이 든다. 내가 진정 원하는 건 꿈일까? 


역시 꿈의 완성도는 삶의 안정감에서 오는 걸지도.


관계 부자, 찌양

브런치 북을 만들 소재로 "부자"를 골랐다. 누구나 되고 내가 정말 되고 싶었던 사람. 부자를 소재로 글을 쓰다 보니 '부자의 정의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되고 싶었던 '부자'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사전에는 '재물이 많아 살림이 넉넉한 사람' 또는 '그것이 많은 사람을 나타내는 말'이라고 나온다. '그것?' 그것이 뭔지를 정하는 것이 부자의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나는 무엇이 많은 사람이 되고 싶을까?

사람. 주변에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내게 안부를 물어봐줄 사람. 밥을 먹었는지, 잠은 잘 잤는지 따위를 물어봐줄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그런데 그것은 단지 사람뿐만이 아니라, 그 관계를 원하는 듯하다. 그래서 나의 부자의 정의는 "관계 부자"이다. 안부를 물어봐줄 사람이 많은 것이 나의 부자의 척도이다. 


그런 의미에서, 재물이 많은 정도는 "나와 관계를 맺은 사람들에게 맛있는 것을 사줄 여유가 있는 정도"이다. 사람들과 맛집에 방문해서 맛있는 음식을 실컷 먹고, 맛있는 커피와 디저트를 즐기는 여유를 가지고 싶다. 


이런 말이 나올 타이밍 아닌가? "제가 맛집을 알아요, 같이 가요." 지금 당장은 사줄 수 있는 여유가 되지 않지만, 먹을 여유는 있지 않은가? 맛있는 것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고 싶다. 


고양이는 빵 냄새를 좋아해요. 그냥 냄새를 맡을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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