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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Jan 26. 2024

괜찮음의 정의

그건 내가 정할래

친구가 블로그에 글을 올렸다. 도대체 언제 괜찮아지냐고, 우울증이 나을 수 있긴 한 거냐고 썼다. 우울증이면 다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나도 친구랑 똑같이 시간이 지나면 정말 나아질까? 우울증이 나을 수 있긴 한 걸까?라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기 때문이다. 난 요즘도 자해를 하고, 죽고 싶다고 말한다. 그 친구의 기준으로는 난 안 괜찮은 거겠지. 근데 난 괜찮아졌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전보다는 상태가 나아졌으니까. 괜찮음의 기준을 남에게 두지 말고 나에게 둬야 한다. 괜찮음의 정의는 주관적인 거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해야 괜찮아지는지는 나도 모른다. 나도 아직 '완치'가 안 됐으니까.


참 어려운 질문인 것 같아서 괜찮다의 정의를 찾아봤다.


"괜찮다."

1. 별로 나쁘지 않고 보통 이상이다.
2. 탈이나 문제, 걱정이 되거나 꺼릴 것이 없다.


내가 살기에 별로 나쁘지 않으면 괜찮은 거고, 걱정이 안 되면 괜찮은 건가 보다. 근데 저렇게 괜찮아지려면 너무 어렵다. 난 아마 평생 못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난 괜찮음의 정의를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지은의 괜찮다."

1. 그래도 오늘 하루 중 웃는 일이 있었다.
2. 나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다.


이렇게 생각하면 좀 더 괜찮아지는 게 쉬워진다. 자해를 해도 한 번 웃었으면 그날은 나름 괜찮은 하루였던 거다. 죽고 싶었어도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방법을 알고 있다면 나를 사랑한다는 뜻이니까, 그것도 나름대로 괜찮은 상태인 거고. 그렇게 죽고 싶은 하루를 넘기는 것 같다. 우울을 이겨내는 방법도 연습이었다. 나도 처음엔 계속 무너졌다. 동굴을 걷는 기분이었고, 점점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근데 동굴에서 휘어진 터널로, 휘어진 터널에서 빛이 보이는 터널을 걷고 있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계속 무너지고, 상처가 낫기도 전에 또 다른 어려움이 날 아프게 했지만, 계속되는 우울은 날 단련시켰고 이제는 나름대로 우울을 다룰 수 있게 된 것 같다. 우울이 날 덮칠 땐 난 아직도 숨을 못 쉰다. 근데 이제는 그 우울에 둥둥 떠다니며 잠시 쉬어갈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 우울이 내 삶에서 사라지길 바라기보다는 그저 우울을 잘 관리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바라는 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인 것 같다. 우울을 감당하기엔 아직 우린 너무 조구만 존재니까. 그래도 어려움에 무너져 생긴 상처는 꼭 교훈을 주고 낫더라. 그러니까 너무 미워하지 말았으면 한다. 지금은 그 상처가 너무 보기 싫고 짜증 날 텐데, 그 상처들은 우리에게 우울을 다룰 수 있는 능력을 주고 낫게 될 거다.


그리고, 이건 나에게도 해주고 싶은 말이다.


자신의 상태의 의문을 품지 말고 있는 그대로 감싸주길 바란다. 어제의 나도, 오늘의 나도, 내일의 나도 모두 소중한 나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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