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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졸리 Jul 14. 2021

청각장애 교사와 발달장애 학생

(4월 초에 써놓고 게을러져서 늦게 다듬고 다듬느라 이제야 발행하는 글입니다. 시기가 맞지 않아도 양해 부탁드립니다.)


우리가 처음 만난 그날은 3월 개학식이었고 정신없이 인사만 하고 끝난 날이었다. 가족과 같이 동행한 학생들은 모든 게 낯설어 어색하고 부끄러운지 선생님들과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가족에게 장난치면서 딴짓을 하곤 했다. 같은 반 친구를 한번 쳐다보고 교실 안을 탐색하듯이 눈을 조용히 굴려보는 학생도 있었다.

 

 그런 학생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줄곧 상상만 해왔던 일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왔다는 것을 실감했다. 현실은 설렘보다 걱정이, 두근거림 보다 두려움이 앞섰다. 


 공기의 흐름마저도 서먹했던 개학식이 지나고 걱정과 두려움의 첫 수업이 다가왔다. 선생님들은 발달장애 학생들이 졸리 선생님의 장애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지, 발음도 잘 알아들을 수 있을지 한 마음으로 걱정하셨다. 학생들은 한 가지 장애 유형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자폐스펙트럼 장애, 지적장애, 뇌병변 장애 학생이 섞여있어 각각의 장애를 고려하여 접근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덤으로 청각장애 선생님까지 교실 안에 들어와 있으니 고려해야 할 부분이 더 늘어나는 것이다. 학생들이 선생님을 거부하는 최악의 상황까지는 일어나지 않겠지만 그래도 조심스럽게 거리를 좁혀가며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본디 첫 만남은 좋은 인상을 남기는 게 중요하다고 하나같이 말한다. 장애를 가진 사람 사이에서도 당연히 적용된다. 학생들도 사고, 감정, 인격을 가지고 있는 존재다. 장애가 있다고 하여 막 대하고 쉽게 선을 넘어서는 안된다. 서로에 대한 존중과 예의가 필요하다. 내가 청각장애에 대한 설명 없이 곧바로 수업을 시작하게 되면 처음 겪어보는 낯선 상황에 학생들이 당황하면서 어쩔 줄 몰라할 수 도 있다. 이는 학생을 존중하지 않는, 무시하는 행동이고 학생들도 자신이 무시받고 있다고 느낄 것이다. 그래서 본격 수업에 들어가기 앞서 청각장애에 대한 사전 설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신분은 학생이지만 그전에 사람대 사람으로서 선생님의 장애를 설명하고 협조를 구해야 한다. 선생님들과 상의한 끝에 첫날만 1, 2반 수업에 부장 선생님이 보조해주기로 하고 함께 들어가기로 했다. 내 발음을 보완할 수 있는 자료인 소개 피피티를 미리 만들어두었다. 소개 피피티를 TV에 띄워놓은 후 소개하기 앞서 부장 선생님께서 학생들에게 졸리 선생님은 청각장애가 있고, 자신이 도와주러 왔다고 미리 알려주었다. 



"선생님은 너희들과 대화하고 싶어."

"너희의 입모양을 봐야 해."


 소개 피피티를 천천히, 최선을 다해 읽으면서 학생들의 반응도 수시로 살폈다. 학생의 반응이 곧 나에게 피드백이 되어 돌아오기 때문이다. 다행히 학생들은 진지하게 들어주었다. 그 누구도 문제행동 없이 가만히 앉아 집중해주었다. 비록 부장 선생님의 도움으로 어찌어찌해서 첫 날을 마쳤지만 다행인 점은 학생들이 청각장애인 선생님을 약간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 후에 다른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졸리 선생님, 학생들이 샘이 말하는 거 다 알아들었다고 하더라고요. 참 다행이에요."


 다른 선생님의 얘기를 듣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긴장은 여전하지만. 한편으로 내가 상처 받을까 봐 일부러 알아들었다고 말하는 걸까? 괜히 이런저런 생각을 해본다. 하지만 학생들이 나를 거부감 없이 받아 들었다는 것만으로 한시름 놓았다. 이제 시작이다. 모두가 그렇듯이 첫 수업, 첫 만남, 첫 대화는 어색하고 낯설다. 앞으로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학생들과 같이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친해질수록 학생들은 점점 말이 많아지고 선생님께 하고 싶은 말이 늘어날 것이다. 학기 초에 어떡하지? 어떡하지? 하며 발을 동동 구르며 걱정하기보다 현장에 직접 몸으로 부딪히면서 서로에게 맞는 소통 방식을 찾아가는 것도 일이다. 



(이 글을 쓴 것은 3월 말이고, 지금 7월 중인데 학생들은 벌써 각자의 소통 방식으로 나와 소통을 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글을 조만간 브런치에 쓰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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