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andelion Oct 18. 2020

넌 꿈이 뭐니?

이세상의 모든 이직준비생과 취준생에게

어려서 많이 받던 질문이다.

물론 너는 커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니? 무슨 일에 관심이 있고 재미를 느끼니? 무슨일을 할 때 행복할 꺼 같니? 보다는 "장래희망 직업"을 물어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리라.



나는 외교관이 꿈(장래희망 직업)이었다.

단지 영어가 좋고 세계 여러 곳들을 다니며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겠다는 단순한 어린아이의 생각이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난 여전히 영어를(잘 못하지만) 좋아하고, 잘하고싶고, 다른 언어들도 배우고 싶다. 또 몇년 전까지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세계여행이었다. 다양한 세계와 사람들에 대한 경험의 갈망은 여전히 내 안쪽 깊숙한 곳에서 아주 깊은 잠에 빠져있다. 외교관 이후에도 내꿈은 최소한 10개 이상으로 바뀌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먹고사니즘을 해결하기위해선 경제활동을 위한 직업을 가져야만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 최근 나는 지금 내 직업이 나를 발전하게 하는가 도태되게 만드는가? 인공지능이 인력시장을 대체하는 21세기에 지금 내 직업은 안전한가?에 대한 생각에 깊은 고민에 빠졌더랬다.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난 꿈이 뭘까? 난 지금 행복한가?라는 오래 묵어있던 질문을 꺼내보게되었다.



주 40시간도 힘겹다.

나에겐 세번째 직장인 지금 직장에서의 하루하루가 그리 즐겁지 않다. 사무실에 앉아만 있었는데 집에오면 녹초가 되어버린다. 첫번째와 두번째 직장보다 몸도 편안한 사무직이고, 하는 일도 다양하고(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일도 포함), 무엇보다 있어보이고 안정적인 직장이라 꽤나 만족하고 다녔었는데 이제는 하루하루 이직에 대한 고민을 한다.

사실 나는 궁금한 걸 잘 못참고, 하고싶은게 많고, 싫증도 잘 내는 성격이다. 단조로운걸 싫어하고 가만히 있는 것도 좋아하지 않다보니 매일 반복되는 일상과 꽉막힌 사무공간에서 팍팍한 논문만 들여다 보는 일과로부터 자꾸만 탈출구를 찾아해맨다. 하지만 때론 일의 재미와 보람을 느끼는 순간도 있고 내 일에 자부심도 느낀다. 정확히 말해서 나는 "지금 하는 일이 괜찮긴 하지만 난 더 재미있는 다른 일을 하고싶다"



지루함은 주기적으로 찾아온다.

첫직장은 어리버리였고 두번째 직장은 몸을 너무 많이 써서 병이났다. 멋모르고 성적에 맞춰 대학에 들어가 어리버리하다 졸업했고 첫직장에 들어갔다. 처음 갖은 내 직장이라는 생각에 열정은 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회사에 대한 조사도 안해보고 너무 생각없이 들어갔다. 지금은 없어진 내 생애 첫직장. 좀 더 배워보겠다고 들어간 두번째 직장에서 지난 2년반 경력에도 불구하고 같은 연차의 동기들에 비하면 나는 거의 인턴이었다(경력직이었음에도). 나는 흥분됬다. 우와 나보다 잘하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니. 나는 닥치는 대로 질문하고 선후배할것없이 배우고 교육이란 교육은 다 참석하고 너무 신이났다. 그렇게 2년 후부터는 내가 교육을 할 수 있는 실력이 갖춰졌고 배움을 나누는 것의 기쁨을 느꼈다. 나를 보고 병원을 옮겨 찾아오는 고객도 생겼다. 어느정도 인정받고 쑥쑥 늘어가던 실력이 안정권에 들자 일상이 루틴해지고 지루함이 느껴졌다. 또 몸으로 아픈사람을 치료하는 일이라 가면 갈수록 내몸이 부서저라 남을 치료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리를 쓸 수 있는 일을하자" 그때부터 사무직이 꿈이 었고, 관련분야와 연계된 연구직으로 방향을 틀었다. 세번째 직장으로 분위기 환기에 성공했다. 내 몸을 상하지 않고 적정에 맞는 일을 하게되어 기뻣다. 일이 능숙해지며 칭찬도 받고 존경도 조금 받는 성과와 실적을 냈다. 그렇게 첫번째 직장 2년반, 두번째 직장 4년반, 세번째 직장 3년 반에 나는 또 지루함을 느낀다.



이시대를 살아가는 직장인들은 고민이 많다. 몇 년 사이에 세상은 변해도 너무많이 변했다.

초딩부터  대학원생까지 (무려 21년간)나는 모범학생이었고 직장 생활에도 누구보다 충실했던거 같은데 막상 아직 내 분야에 정체성도 뚜렷하지 않고 내가 뭘 잘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내가 걸어온 일도 너무 전문화 되어있어서 다른분야로 이직을하자니 내 모든 실적과 경력을 포기하는 것 같고, 무엇보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용기가 부족하다. 또 직업의 형태가 바뀌어가고 어떤 직업이 없어질지 모르는 세상에 섣부른 판단으로 경제적 안정감을 잃고 후회할까봐 겁이난다. 그래도! 평생 이 직장에서 주 40시간을 채우며 하루하루 불행하게 정년까지 일할 생각을 하니 한숨이 절로나온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와카스 아메드는 저서 "폴리매스"에서 끝없는 호기심과 배움에 대한 갈망은 인간의 본성이며,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놀라운 창의성과 뛰어난 지능, 통합적 사고 아래 다양한 분야들을 연결하여 돌파구를 만들어내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자아를 실현하는 길이며 인생을 충만하게 사는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이제 한우물을 파는 시대는 끝났다" 그래 이거다!



한눈팔아도 괜찮아.

자꾸만 다른 일에 한눈팔고싶은 나에게 이 조언은 찰떡이었다. 내가 가만히 한 직장에서 계속 정년까지 머물러있는 것을 답답해하는 것도, 자꾸만 지루해하고 다른 분야에 기웃기웃 하는 것도 다 "인간본성"이란 명목하에 합리화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폴리매스라 일컬어지는 인물들은 다양한 분야의 뛰어난 업적(대략 노벨상)과 천재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큼의 놀라운 지능(자연 법칙의 발견 등), 남다른 예술적 감각, 모든 분야의 상호 연결성을 깨달은 통찰력을 갖춰 다양한분야의 책들을 저술한 팔방미인이었고 나와는... 거리가 좀 있어보였다.



팔방미인 나도 해볼까.

나의 꿈은 더 행복하고 즐겁게, 인생을 충만하게 사는 것이었다. 그래서 항상 내 배움과 성장, 흥미에 대한 욕구를 충실히 따랏고 그 결과는 3번의 이직과 몇가지 취미이다. 한번은 음악이 좋고 밴드공연이 하고싶다는 생각에 덜컥 직장인 밴드에 가입해서 1년이 안되는 시간에 3번의 소공연과 1번의 광화문 광장 공연까지 했더랬다. 직업에서 이직을 결심하는 시점은 어느정도 일이 익숙해지고 주변사람들에게 칭찬받을만한 성과가 나오는 시점이었지만 그 분야를 대표할 만한 내세울 업적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이렇게 원없이 내 호기심에대한 욕구를 채우면 으례 다른 것들에 눈을 돌리면서도 사실 뭐하나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지 않은것 같은 죄책감이 있었다. 하나를 해도 제대로 못하는데 한우물만 파야 성공하는게 아닌가. 하지만 이런 인식은 "전문화의 늪"으로 직장인을 내모는 사회적 배경을 생각해보게한다.



스페셜리스트냐 제너럴리스트냐.

예전의 사회구조에서는 한 분야의 전문가이자, 선형적이고, 순응적이고, 표준화된 사람이 생존하기 쉬웠다면, 현대는 다양하고 변화하는 세상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사람이 생존하기 쉽게 변화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아직 나는 "전문화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이직과 취업에 너무 많은 방황과 고민을 한다. 이도 당연한 것은 고등학교 때부터 이과와 문과로 학생들을 나누고(나는 한국사가 너무 배우고 싶었는데 이과여서 들을 수 없었다), 대학교때는 얕은 교양과 전공의 교과목을 배우긴했으나 취업 맞춤식 교육을 성공적으로 받기위한 성적을 잘 받기 위한 공부에 그쳤을 뿐이다. 나는 학생 때 내가 왜 이걸 배워야 하지? 이 교과목이 내가 사회에 나가 직장을 구하고 일할 때 써먹을 수 있는건가? 내 인생에 이 지식은 어떤 쓸모가 있을까?하는 의구심을 품었었지만 끝내 배워야 하는 이유와 재미를 못느낀채 다른 놀이와 흥미에 주의를 기울였었다. 우리의 대부분은 우리가 배워온 모든 교과목이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내가 배운 지식이 내 삶과 어떤 관계를 맺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런 교육은 받아본 적이 없다. 이런 맥락없이 전달된 지식은 파편적인 정보에 불과했음을 뒤늦게 깨달으면 다행이다. 대부분의 직장인은 모든 지식이 리셋된 상태로 직장에 들어와서 복잡한 세상에 적응하며 지식이 필요한 이유를 발견하고, 업무에 필요한 지식들을 다시 공부한다. 하지만 그나마 자신의 일에 특화된 기술과 지식을 얻어 성과를 내기에 급급하며, 그런 시각으로 보는 세상은 좁고 모호해서 다른 직종과 직업을 생각할 여유도 용기도 생기지 않는다. 사실 내 분야의 스페셜리스트가 인생최대의 목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삶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누가 뭐래도 나의 나아갈 방향은 내가 결정할 권리가 있고 지나온 삶에 대한 책임 또한 나에게 있다. 한번도 직업에 대한 걱정과 불만이 없었거나, 적성에 맞는 직업은 찾아 헤메고 있거나, 직업을 갖기 위한 전공을 선택하거나, 그 어디쯤에 있는 사람 모두에게 직업과 전공이 나의 꼬리표의 전부는 아닌지 생각해 볼 만 하다.

수조개의 뉴런이 죽는 순간까지 끊임없이 새로운 연결을 형성하고 또 재형성 하며 독특한 패턴을 이룬다는 것은 나와 같은 사람이 과거에도 없었고 미래에도 없었다는 것이다. 또한 동시에 나는 지금 어디쯤 와있고 어디에 서 있는지와 무관하게 새롭게 배우고, 배운 것을 연결하고, 통찰을 갖춰나가 나 자신을 더 알 수 있는 경험들과 도전을 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금까지의 모습과 다르게, 사회의 관습과 다르게 나의 호기심과 독특함을 따라 살아가는 것은 어쩌면 나의 내면에 더 귀기울이고, 나의 가치를 알아가는 길 일수 있겠다. 어쩌면 있을지도 모르는 천재성을 발견할 수도.





네 꿈을 펼쳐라.

누구든 들으면 울컥하는 단어가 있을지도 모른다. 나에게는 "꿈"이 그렇다. 누군가가 어렸을적 꿈을 억압한 것도 아닌데 **생명의 "네 꿈을 펼쳐라~"라는 광고가 나올때면 나도모르게 눈시울이 촉촉해진다. 꿈꾸지 못하는 삶은 나에게 죽은 삶이고 의미 없는 삶이다. 역사속의 폴리매스, 이시대의 폴리매스들은 자신에 대한 이해를 넓혀가고 잠재력을 마음껏 실현하여 최적의 자아실현을 경험한, 자기만의 꿈을꾸고 이뤄나간 사람들이 아니었을까.

나는 이제 변하기로했다. 나도 내인생의 폴리매스의 길에 접어들기 위한 세가지 방법의 실천 계획을 세웠다.



첫째, 열린마음으로 다양한 경험 만들기

다양한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를 낸 폴리매스들은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고정된 관념을 갖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에 대한 열린마음을 유지했고, 그 어떤 모습으로 한계짓지 않았으며, 그 어떤 모습도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여기에는 어떤 분야를 가리지 않는 호기심과 직업과 전혀 무관한 일에도 거리낌없는 시도들이 있었다. "전문화의 늪"에 빠져나와 다양한 관점과 경험을 추구하는 것은 인지적 편향을 줄여 통찰력 있는 결정을 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또한 다양한 분야의 독서를 통한 간접경험은 시대를 거시적으로 보는 안목과 지식들을 연결하는 통찰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나는 이제 나의 긴 인생 내가 어떤 모습으로도 살아갈 수 있다는 열린 마음으로 호기심가는 어떤 분야건 시도해보고 도전하는 역동적인 삶을 살아보려 한다. 습관처럼 기억할 말이 있다 "나는 틀에서 벗어나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재미있다" 독서와 독서를 통해 얻는 지식을 연결하고 통찰을 갖게 해주는 글쓰기는 언제나 디폴트다.



둘째, 연결점 찾기

가지가 모여 나무를 구성하듯 지식의 종합이 우주를 이룬다고 한다. 전혀 무관한 분야라고 사실은 모두 연결된 불가분의 관계라는 것을 잊지말자. 지금 직장을 그만두고 전혀 다른 업종에 뛰어들어야 하는 것만은 아니다. 나의 전문성 있는 분야에서 가지치기를 해서 배움과 활동을 다각화하는것을 추천한다. 본업과 무관한 공부와 취미를 하는 것에도 거리낌이 없어 여러분야를 넘나드는 팔색조가 되길 바란다. 이 모든 경험들은 또한 내 전공분야를 더 깊이 다질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러한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통해 연결점을 찾고 고유한 전문성을 배양한다면, 이것이 바로 자신을 차별화 할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연결, 관계, 맥락을 아는 시스템적사고에서 1+1=2가아닌 3,4가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자.



셋째, 균형 맞추기

그렇다고 다양하게 얕게 많이 아는 제너럴리스트가 되는게 답은 아니다. 예나 지금이나 생존을 위해서는 협소한 영역에 집중하여 깊이있는 전문성을 얻는 것과 폭넓은 맥락을 살피는 사고가 모두 필요하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있다면 몰입하여 최고의 성과를 내기위해 집중하되, 큰 그림을 이해하는 종합적인 시각을 유지하자.








폴리메스의 저자는 이 세상은 학문을 여러 분야로 쪼개고 파편화된 지식과 이분법적 사고로 복잡한 세상을 지나치게 단순화하며, 이는 현실을 온전히 이해하는데 걸림돌이 될뿐이라고 한다. 더불어 세상의 지식은 본래 한 곳을 향한다고 강조한다.

복잡한 세상과 비구조적인 지식의 영역을 모두 이해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최소한 나를 제대로 알고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서, 이 시대는 나에게, 우리에게 다방면의 재능과 유연성을 요구하고 있다. 오늘날과 같은 인공지능이 전문화된 직업들을 대체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시대에, 다양한분야의 연결점을 찾고 통찰력을 갖춰 어느 분야에도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나가자. 이러한 통찰은 내가 어디쯤 서있는지 어디로 가야할 지에 대한 해답을 줄 것이다.



누구나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 자기 본업과 무관한 주제에 관한 글을 쓰는 것이 폴리메스 들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당신은 인생을 더 흥미롭고 다채롭게 살 준비가 되었는가?      - 와카드 아메드 <폴리메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