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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delion Jan 04. 2022

다이어트에 대한 불편한 진실

다이어트 어떻게 해야할까?

요즘 젊은 세대에서 바디프로필이 유행이다. 내 주변에서도 인생의 가장 젊고 예쁜 순간을 남기고자 도전하는 사람들이 꽤있다. 주변 지인이 너도나도 몸을 만들어 찍은 화보같은 사진을 보면 나도 한번 해볼까 라는 마음이 굴뚝같다. 요즘 바디프로필은 남, 녀, 뚱뚱한 사람, 마른사람 할 것 없이 도전한다.

요즘 유행하는 바디프로필 예시 (출처: https://blog.naver.com/ernest0425/)


'와 이렇게 마르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되지? 넘 부럽다!'


위 사진의 주인공은 바디프로필 촬영을 앞두고 원래 체중인 45-46kg에서 42kg까지 감량하였고 근육이 도드라져 보이게하기 위해 그리고 체지방 감소를 위해 성인 여자 기초 대사량에도 훨씬 못미치는 식단과 근육운동을 강행했다.

바디프로필을 위한 식단, 최종 체중 예시 (출처: https://blog.naver.com/ernest0425/)



최근 바디프로필을 찍은 또다른 지인의 후기를 들어보니 화보찍는 비용도 비용이지만 값비싼 의상(속옷)과 소품, 헤어, 메이크업, 왁싱까지 적은 돈이 들어가는게 아니어서 깜짝 놀랐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투자비용 대비 본전을 뽑아야 겠다는 심리와 촬영날까지의 데드라인 설정이라는 환경설정 덕분에 꽤나 성공적으로 다이어트에 성공했다는 사람들이 속속히 나온다.


하지만 문제는 이 멋지고 훌륭한 몸매가 얼마나 유지될 것인가이다. 위 사진의 주인공은 바디프로필 촬영이 끝나자마자 부대찌게를 먹는데 복통이 느껴졌고 일반식으로 돌아온지 한달이 채 안걸려 본래의 몸무게로 돌아왔다고 한다. 또한 다이어트하는 동안에 폭식, 식이장애, 지금당장 먹어야겠다는 강박적 식탐, 쉬도 때도 없이 나던 음식생각이 있었고, 먹방을 보며 허기를 참던것이 이제야 조금씩 사라진다고 한다. 하지만 원래도 마른 체격과 체중(46kg)에 속하던 사람조차 살이 다시 찌는게 무서워 다이어트 한약을 먹고있고, 스트레스를 받고있다고 하니 이러한 요즘의 유행과 다이어트에 대한 강박적 관념들이 바람직하게 보이진 않는다.


우리는 '평생 다이어트'라는 말을 한다. 누구나 날씬하고 마른몸을 보기좋다 여기고 상대적으로 뚱뚱한 사람은 건강하지 못하고 미련한 자기관리 못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있다. 뚱뚱한 사람은 무능하다 취급받고 취업의 문턱도 더 높으며 취업하더라도 더 적은 연봉을 받는다는 연구 결과는 좀 충격적이다. 그야말로 '살찐사람은 불결하고 위험하다'는 이미지가 사회에 만연해있다. 그렇기에 더욱 누구나 날씬해지고 싶다는 욕구가 있다. 그런데 다이어트는 쉽지않다. 과연 뭐가 문제인걸까?

<비만 백서>는 건강과 다이어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우리가 알고있던 다이어트에 대한 이면과 잘못된 상식들, 비만으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사람들과 이들이 경험한 사회적 따돌림과 편견들, 그리고 정책적 상업적 필요에 의해 변질되고 오용된 진실들에 대해 최신의 연구결과와 사례 중심적으로 쓰여져서 재미있고, 몰입감있다. 무엇보다 직업 요리사인 저자의 통찰과 유머러스함에 고개를 끄덕이다가고 피식 웃게되며 책을 술술 읽게된다(하지만 꽤 두껍다 550여쪽). 이 책을 읽기 전과 후, 다이어트에 대한 나의 기준은 상당부분 바뀌었다. 무엇이 건강을 위한 것인지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무엇보다 비만인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를 달리하게 되었다.


건강과 다이어트가 필수이고 나를 가꾸는 것이 당연한 요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세계적으로 평균 체중은 늘어나고있고 고도비만자들은 증가하고있다. 누구나 다이어트를 하지만 대다수(80%가 실패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가 매번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이유는 뭘까? 우리가 하고있는 다이어트가 정말 건강에 괜찮은걸까? '다이어트에 관한 불편한 진실'을 통해 평생의 건강관리 팁들을 얻어가보자.



첫째, 살이 찌는 체질은 따로있다.
“침대에서 연명” 609㎏ 사우디 남성, 10여년만에 63㎏ ‘대변신’ (출처: 서울신문)

고도비만은 질병으로 분류 될 수 있을정도로 많은 건강문제들이 따를 뿐 아니라 정상적인 일상생활조차 어렵게 만든다. 이들은 정상적인 체중의 사람들과 어떤점이 다른걸까?

'그냥 덜 먹고 더 움직이면 되'

'의지력의 문제야'

과연 고도비만자들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을까? 조금 예외적인 상황이 있을 거라 생각된다.

아니면 다른 조금 통통한 사람들에게는 해당되는 말일까? 다른건 잘 해내도 다이어트에는 실패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전세계적으로 그렇다. 왜일까?


만약 당신이 열량제한 다이어트만으로 평생 날씬한 몸을 얻고 싶어한다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체중 증가의 원인을 단순히 섭취 열량과 운동량만으로 생각해서는 큰 오산이다. 체중 조절에는 생각보다 많은 요소들이 복잡하게 관여한다.


유전자와 호르몬이 지배하는 식욕조절 시스템

렙틴은 지방세포에서 생산되고 시상하부에 신호를 보내 식욕을 통제하는 호르몬이다. 장기간에 걸쳐 지방이 축적되면 지방세포는 렙틴을 다량 생산하고 이에따라 식욕이 감소한다. 반대로 렙틴이 결핍된 경우, 뇌는 우리몸이 아사상태에 있다고 여겨(생명을 유지하고자) 식욕이 폭발하고 생명유지 이외에 불필요한 에너지를 차단하여 면역기능 저하, 성장 저하, 생식능력 저하, 불임, 인지기능 저하, 무기력증, 머리카락과 손톱이 빠짐, 체온 떨어짐 현상이 나타난다. 극도의 식이제한 다이어트를 할 때 우리가 흔히 경험하는 현상이다. 하지만 어떠한 이유로 렙틴이 결핍된 사람의 경우, 평소에도 불필요하게 과한 식욕으로 인해 음식을 제어하지 못할 수 있다.


만약 렙틴을 생산하는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긴 경우에도 시도때도 없이 식욕이 솟구쳐서 과식증에 빠지고 이것이 중증비만의 원인이 된다. 실제로 중증 비만 가운데 렙틴 반응 경로에 유전적 결함이 있는 사람들은 10-15%로 추정된다고 한다.


그렐린은 장내에서 분비되며 '배 속이 비었을때 허기를 느끼고 짜증을 내게하는' 호르몬이다. 공복감을 느끼면 단기간에 그렐린이 증가하여 시상하부에 전달되고 음식을 섭취하도록 유도한다. 특히 그렐린은 고지방, 고열량 음식에 대한 선호도를 높이기를 좋아한다.


이 두 호르몬의 작용으로 식욕을 조절하는 시스템이 단순해보일 수 있지만 사람에 따라 호르몬에 반응하는 민감도, 그렐린을 분비하는 시간, 다른 장내에서 생산되는 호르몬의 차이, 장내의 음식성분을 감지하는 대사경로의 차이, 섭취하는 음식의 차이(우리 몸은 음식마다 소화되는 시간을 계산하여 식욕을 조절한다), 음식을 섭취할 때 보상을 담당하는 쾌락중추의 활성화 정도, 고열량 음식에 가장 큰 감각적 보상을 제공하는 후각신경, 음식의 영양소를 파악하는 간과 췌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 외에도 즐거움, 스트레스, 기분, 피로, 대인관계, 수면 패턴, 신체활동 등이 모두 음식을 섭취하고 비축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또한, 체중과 체형에 영향을 미치며 식욕, 배고픔, 보상행동 통제에 관여하는 유전자는 100개가 넘으며 뇌 기저부의 시상하부에서 활성화를 통제한다. 즉, 식욕과 비만은 제어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유전자와 호르몬이 체중을 결정하는데 70% 기여한다.

따라서 '비만은 개인이 선택한 것이 아니다.'



둘째, 체중 회귀 현상(항상성)


인체의 신비는 항상성에 있다. 이점은 우리가 아플때 회복시키는 인체의 회복력을 설명하지만 체중이 쉽게 변하지 않게 하는 체중조절점과도 관련이 있다. 체중계에 몸무게를 매일 달고 일정 체중을 유지하고자 노력하지 않아도 우리 몸에는 일정 체중을 유지하려하는 '체중조절점'이 있다. 그렇기에 과식을 하거나 며칠 굶거나 해도 본래의 체중으로 돌아가려는 체중회귀를 보인다. 또한 놀랍게도 특정 체중구간을 벗어나지 않은 이상 내가 실제로 섭취하는 열량 수치는 체중과 별 상관이 없다.


대다수의 경우 열량을 줄인다고해도 예상한만큼 체중이 줄어들지 않는다. 우리 몸에서 줄어든 체중을 되찾으려고 보상 메커니즘을 가동하기 때문이다.
<비만 백서>_267


열량 제한 다이어트의 경우 정상 체중인 사람에게도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증거가 있다. 만약, 열량제한을 하며 쫄쫄 굶을 경우 끊임없이 허기를 느끼게될 것이고, 이는 렙틴 저항성을 높여 식욕제어 시스템이 훼손시킬 수 있다. 오마이갓!!! 즉 힘들게 한 다이어트로 인해 되레 살이찌는 결과를 낳을수도 있다!


열량을 제한할 때 인체는 나중에라도 부족한 열량을 체우기 위한 시스템을 작동한다. 휴식대사량이 줄고 고열량 음식에 대한 욕구가 커져 체중조절점이 아예 높아지기도 한다. 일단 체중조절점이 올라가면 체중이 늘고 사람들은 자신이 뚱뚱하다 여겨 음식을 더 열심히 제한하는데 이는 다시 체중 감량과 요요 현상으로 이어진다. 다시 다이어트에 돌입할 때마다 몸에서는 더 높아진 체중조절점을 유지하기 위해 강력한 호르몬 신호를 분비할 것이다.
<비만 백서>_83p

즉, 살이 찌고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것는 고열량 음식 섭취여부보다는 우리 몸이 균형있게 지방을 축척하는 것에 실패할 때 주로 발생한다.



셋째, 중요한 것은 섭취열량이 아닌 소비열량


어느날 점심에 구내식당에서 음식을 담고 식판을 보니 50kg인 나와 80kg인 남자 동료가 비슷한 양을 먹고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실 좀 뚱뚱한 사람들도 생각보다 그렇게 많이 먹지 않는다는걸 아는가? 혹은 매일 쥐꼬리만큼 먹고 쫄쫄 굶는 다이어트하는 친구도 생각보다 그렇게 살이 잘 빠지지 않는다. 이처럼 같은 음식과 칼로리를 섭취해도 '열량 소비 정도'가 개인마다 상당히 다를 수 있다.


열량소비에 해당되는 활동들(출처: 비만백서)


운동은 우리가 쉽게 변화를 줄 수 있는 유일한 영역이지만, 기초대사량이 우리 몸의 가장 많은 열량을 소모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과 습관 또한 휴식대사량에 큰 영향을 미쳐 체중변화에 관여한다. 이러한 체중 증가에 영향을 미치는 복잡한 제어 시스템은 단순히 음식 섭취와 운동만으로 통제할 수 없다. 체중에 영향을 주는 운동을 하려면 고강도로 1시간이상 꾸준히 해야한다. 더불어, 운동 후 식욕이 마구높아질 수 있고, 운동을 일정기간 하다가 그만둘 경우 더 살이 찔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운동할 때 태우는 열량이든, 지방으로 축적하는 열량이든, 기초대사량을 끌어올리는데 사용하는 열량이든 그것은 나이와 신체 치수, 성별, 생애 주기 등 수많은 변수에 따라 달라진다.
<비만백서>_266p


예를들어, 일반적으로 기초 대사량이 높은 젊은 나이의 남자들은 그렇게 많이 먹어도 날씬한 허리 싸이즈를 유지할 수 있지만, 30-40대 이상부터는 같은 양을 먹었다간 배와 허릿살이 밸트 위로 쳐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게다가 체중을 조절하는 시스템은 이 외에도 많은 (예외적인) 요소들이 개인마다 다르게 관여하기에 '다이어트를 위한 단 한가지의 해결책'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것은, 운동이 우리 몸에 주는 혜택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이다. 체중조절과 다이어트가 아니더라도 운동은 우리 삶을 윤택하게하는 윤활제역할을 한다.






본래의 유전적 성질에 환경적 적응을 반복하며 우리의 인체는 철저히 생존을 위해 변화를 해오고있다. 지금까지 밝혀진 체중조절 기전은 우리 몸이 체중을 잃는 것 보다는 얻는것을 더 선호함을 말해주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 몸은 살을 빼기보다 살이 찌기가 쉬운게 사실이다. 또한 인체의 체중조절 시스템에는 워낙 똑똑해서 다양햔 변수들이 복잡하게 얽혀있고, 개인의 유전자와 호르몬의 발현 정도가 중요하게 영향을 미치기에 의지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알면 알수록 신비한 인체의 복잡성에 놀라울 뿐이다.


또한, 아무래도 디지털화된 시대적 배경과 활동량감소가 한몫한다.

체내에는 근육과 관절을 통해 물리적 부하를 감지하는 기제가 존재하고 이에 따라 식욕조절 호르몬을 분비해 체중을 조절한다. 장시간 앉아서 생활하는 요즘 사람들이 비만이 될 확률이 높은 것은, 앉아있는 자세가 지속될수록 우리 몸은 체중을 적게 인지해 체중을 늘려야겠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우리가 생각해보아야 할 것은 다이어트가 괜찮은가 하는 것이다. 한때 나는 살이 많이 빠지면서 피부가 푸석해지고 머리카락이 잘빠지고 생리불순이 생기고 면역력이 떨어져 한동안 고생한 적이 있다. 내 친구도 임신을 준비하며 건강을 위해 몸에 살을 일부러 찌운다고 한다. 만약 한국의 사회적 표준 체중에 도달하지 못해 스트레스를 받고있다면 무엇이 진정한 나의 건강한 삶과 빛나는 가치에 필요한 것인지 생각해보자. 남들이 정한 잣대와 사회의 시선이 다이어트에 대한 강박과 비만인들에 대한 편견을 조장한다면 이 사회는 건강하지 않음에 틀림없다. 날씬함이 도덕적 우월성을 대변하고 뚱뚱한것이 미련함과 부도덕함과 무능함을 대변하지 않는다. 누구도 비만을 선택하지 않았다.


다이어트와 적정 체중에 관한 많은 상충되는 연구결과들이 있지만, 정책적 상업적으로 조작되고 부각된 결과도 있음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나에게도 한가지 건강에 대한 확증과 편향이 없는지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젊었을때 약간 날씬하고 나이가 들면서 평균보다 조금 살찐 사람들이 가장 건강하다는 신뢰할만한 연구결과가 있다.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 골고루 영양을 섭취하고 즐겁게 운동하자. 건강한 식습관을 위한 팁들은 <비만백서>를 더 참고해 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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