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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찌지링 Jan 14. 2024

Q2. 엄마 삶에서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는 뭐였어?

Q. 지난번 답장에서 '이제부터라도 나를 사랑하는 마음을 첫 번째로 하려고 한다'라고 했잖아.

그럼 지금까지 엄마 삶의 첫 번째 우선순위는 뭐였어?


우선순위라기보다... 결혼하고 나서 나는 희생양이었던 것 같아.

시집와서 시어머니 비위 맞추고, 욱하는 성격을 가진 남편에게 맞추고, 경조사가 많아 친인척들한테도 맞추고. 좀 내가 약지 못하고 미련했던 것 같아. 참는 게 미덕인 줄 알았지.

그래서 가끔 지난날을 뒤돌아 볼 때 아마 지혜롭고 깍쟁이였으면 지금까지 가정을 이루고 살았을까 싶어ㅋㅋ 웃기는 얘기지.

그래도 남편이 우선순위였고, 표현 없이 아주 많이 사랑하는 세 딸을 머릿속으로 그리면서 살아왔지.

그러다 세 딸이 좋은 짝들을 찾아 예쁜 둥지를 만들고 나니 어느 순간 '나는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어.

다행히 60의 중반이 되고 나의 10년이 그려졌지.

그래, 나는 내 것이야. 건강도, 행복도, 믿음생활도.

추운 겨울이 지나면 다시 요양보호사 일하면서 봉사하는 마음으로 용돈도 벌어 쓰고 교회 감사헌금도 내면서 매사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어. 




'어느 순간, 나는 뭐지' 

'그래, 나는 내 것이야'

이 사이에 엄마가 했을 수많은 생각들과 느꼈을 수많은 감정들을 언젠간 나도 알게 될 날이 올까.

첫 번째 문장에선 엄마에게 왠지 미안해서, 

두 번째 문장에선 엄마가 너무 대견해서 눈물이 터져 나왔어.

그래, 엄만 내 것이 아니라 엄마 자신의 것이야.

긴 시간, 내 것이 되어줘서 고마웠고 이제라도 더 이상은 내 것이 아니라고 해줘서 고마워.

엄마의 기특한 새 출발을, 내가 표현 없이 늘 응원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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