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찌지링 Jan 28. 2024

Q4. 아빠랑 엄마는 어떻게 만났어?

Q. 아빠랑 엄마는 처음에 어떻게 만났어? 둘의 러브스토리가 궁금해!


아빠와의 첫 만남은 긴 세월이 흘렀지만 또렷이 기억나.

1980년대의 스토리. 

사촌올케언니 병문안 갔을 때 올케언니 친구인 병문안 왔던 아주머니가 처음 보자마자 '아휴 아가씨~ 우리 주인집 총각 휴가 나왔던데 한번 만나봐요'해서 만나게 됐지.

어쩌다 보니 올케언니와 친구분이 중매쟁이가 된 거지.

첫인상은 밝은 모습이라 호감이 갔고, 전체적으로 키가 작은 것이 흠이었달까. 

아빠는 28세, 엄마는 24세 때였어.

4살 차이는 궁합도 안 본다는 주변 사람들 얘기에 50%는 넘어갔지.

때는 초봄이라 좀 쌀쌀했던 것 같아.

엄마도 3년간 서울에서 직장 생활하고 집에서 놀면서 마을 하우스 일손 돕기를 했기 때문에 얼굴도 조금 그을리고 말하자면 좀 촌스러웠겠지.

어찌 되었든 서로는 싫지도 아주 좋지도 않은 가운데 찐한 사랑 한번 못해보고 그해 늦가을 결혼을 하게 됐어.

이런 것도 운명적 만남일까. 서로 이런저런 조건도 따지지 않았고 나 또한 때가 되어 남녀가 만나 가정을 이루는구나, 그 정도로만 생각했지.

순진했던 건지, 생각이 짧았던 건지.

콩깍지가 씌었던 것도 아니었는데... 요즘 세대에선 있을 수 없는 얘기지.


연애할 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춘천 공지천 다리 건너면 왕바위라고 하는 락킹하우스가 있었어. 

맥주와 커피, 아이스크림을 파는 곳으로 그 시절 젊은이들의 데이트 장소였지.

아빠가 제대를 앞두고 휴가 나왔을 때 무더운 여름날이었는데 부라보콘을 먹었던 것 같아.

손이 예쁘지 않아 살짝 아래로 내렸는데 부라보콘이 쏘옥 빠진 거야.

글쎄, 어찌할까 하다 발로 살짝 밀었는데 아빠가 본 거야.

그때는 얼굴이 홍당무가 되었었지.

그리고 지금의 MBC 문화방송 길을 걷기로 했어.

그때 아빠의 결정적인 한 마디.

'이 길은 나의 반려자가 될 여인과 걸으려고 아껴두었던 길'이라며 '이 길을 같이 걸을래요?' 하더라고.

나는 미소를 지으며 싫지 않은 듯 고개를 끄덕였어.

조금 걸었을까? 손을 살며시 잡는 거야.

그때부터 가슴이 콩닥콩닥 뛰고,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근데 아빠도 떨고 있더라고ㅋㅋ

청춘남녀의 러브스토리지.


살아가면서 아빠에 대한 좋은 점이랄까. 아빠는 어떤 한방이 있더라고.

술을 좋아하고 가정보단 밖에서의 활동을 더 좋아하고, 친구를 좋아하다 보니 바깥생활이 늘 우선이었던 것 같아.

남들한테 유머도 있고 돈도 잘 쓰고, 인간관계를 잘하는 편이지.

그러니 내가 바가지도 많이 긁고 싸움 아닌 싸움도 많이 했어.

그래도 때론 미안하다며 바닷가 드라이브를 가자하고,

외식할 땐 꼭 돈가스집을 데려가고,

'난 이 세상에서 당신이 제일 예뻐'라고 말해주고,

누구한테 소개할 때도 '우리 와이프 이뿌지요~'라고 말해서

민망할 정도로 내 마음을 녹이지.

그러다 보니 세월이 40년을 훌쩍 넘었네.

사실 장손 며느리라 만만치 않은 생활이었지만 어떤 일이 내 앞에 놓이든 내 운명이라 받아들이며 살아왔던 걸 후회는 없어.

지금까지도 웃는 모습이 젤로 예쁘다고 하는 남편과 언제나 내 편이 되어주는 사랑하는 세 딸이 든든한 나의 버팀목이 되어 지켜주고 있으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Q3. 엄마의엄마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어떤게 떠올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