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보이니?
사람들 속을 걷다가 빠져나오면 자연 속으로 들어간다.
보도블록이 아닌 흙길을,
나무 아래를 걸으며 자연을 관찰한다.
사람들도 자연도 관찰하는 건 매번 흥미롭다.
그들의 삶을 훔쳐보며 내 삶에서 빠져나온다.
내가 본다고 그들의 삶이 달라지지 않기 때문에
죄책감 없이 구경한다.
만약에 누군가의 삶이 들여다볼 때마다 바뀐다면
제대로 쳐다보지 못할 것이다.
관찰하는 입장에선 내 삶을 잠시 잊고 쉴 수 있다.
그 순간에 나는 완전히 잊어버리고,
내 눈에 보이는 것에만 집중한다.
대중교통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는
목적지로 가는 과정이 궁금하기 때문이다.
가는 길에 보이는 풍경이 궁금하고 사람들이 궁금하고
어떤 일이 벌어질까 궁금하다.
사진을 찍는 것은 나에게 기록보다 관찰의 행위였다.
무엇을 남길까가 아니라 무엇이 보이느냐.
내 눈에 닿은 아름다움을 그 순간에 볼 수 있는 것.
아무 생각없이 내가 셔터를 누르는 힘이다.
혼자 걷는 것이 외롭긴 해도 지루하지 않은 이유다.
나의 마음을 비집고 들어오는 또 다른 마음이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