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답답할 때는 미지근한 물을 마신다.
미지근한 물 한 잔을 한 모금 입에 넘기면 더 이상 속상하지 않았다. 들끓던 마음도 냉랭한 마음도 물 한 모금에 흩어졌다.
그 순간 안도하며 기억하려고 애쓰지 않았다. 붙들고 있던 마음을 편안하게 놓아주는 방법이었다.
사랑도 이젠 미지근한 온도가 어색하지 않다.
자연스러움에 역행하며 저질렀던 고백들은 바닥에서 떠올라 내려앉는 풍선들처럼 날아다니다가 터지기를 반복했다.
결국은 나무에 걸리거나 바닥에 납작하게 붙은 껌딱지 신세가 되었다. 긁어모아도 부스러졌고 다시 모아봐도 흩어지기를 반복했다.
반복한다는 건 지루함을 참아내는 일도 포함된다. 그 시간을 견디지 못한다면 반복의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 구부정한 허리를 더 굽혀야 한다.
처음이 남기는 것은 대부분 어설프지만 아름답다는 공통점이 있다. 시작에 비밀이 있을까?
반복되기 전에 만나는 첫 감정. 그 마음만큼 매일 아름답기를 기대하다가 만나게 되는 아픔들도 처음의 감정을 대하듯 보듬어주기를 바란다.
미지근한 물 한 모금이 주는 편안함을 느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