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연재북에 올리게 된 계기는 무기력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매일 나에게 일거리를 던지자. 써둔 시가 있으니 정리해서 묶어두자. 단순한 마음으로 시작했다.
시를 옮기면서 그때의 내가 흥미롭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다. 열심히 살아온 나의 행적을 돌아보는 것은 행복했다. 동기를 얻고 과정을 함께했던 곳을 빠져나와 홀로 섬을 만든 지금, 나의 존재를 다시 들여다본다.
사람은 겪은 만큼 쓴다. 멈추면서 느끼는 감정들이 다시 간절함을 채워줄지도 모를 일이다. 준비되지 않은 나를 조급함에서 꺼내준 것이 브런치 스토리라고 생각한다.
추석에 아이와 걸으며 달토끼 이야기를 하고 착한 사람 이야기를 했다. 혼자 걸었다면 생각도 안 했을 이야기를 들려주는 아이다. 감정에 솔직한 아이는 거짓이 없다. 왜라는 질문폭격에 나는 이야기장수가 된다.
나의 하찮은 마음을 잊게 만드는 아이의 두 눈이 반짝거린다. 반딧불이를 연상케 하는 가로등 밑에 모인 벌레떼들이 외로운 밤에 온기를 준다.
세상에 하찮은 건 없다고 말해주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