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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씽크 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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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피원 Nov 09. 2020

'아멍대', 귀엽긴 했는데...


지난 추석, ‘아이돌 멍멍 선수권대회(이하 아멍대)’가 방송됐다. 최근 장기화되는 코로나19 시국을 의식해 매년 개최되던 ‘아육대’ 대신 MBC에서 새롭게 기획한 특집 프로그램이었다. 추석 특집답게 출연진 역시 화려했는데, 유빈, 갓세븐 영재, 마마무 문별, 김우석, 골든차일드 최보민 등 인기 아이돌과 그들의 반려견이 다수 출연했다. 유명 아이돌의 반려견은 그들의 SNS 게시글을 통해 대중에게 알려진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연예인들뿐 아니라 반려견들의 얼굴 역시 꽤 익숙했다.                   





방송이 나가기 전 아멍대는 국내 예능에서 최초로 선보이는 독(dog) 스포츠 어질리티 대회라며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단순히 반려견의 얼굴만 비추고 끝나는 예능이 아니었기 때문에, 출전하는 반려견들과 견주들은 2개월가량의 훈련을 마쳐야 했다고 한다. 실제로 강아지들은 너도나도 열심히 훈련받은 것을 뽐내듯 훌륭한 모습을 보여줬다.                           





많은 이들이 코로나19가 나아지기는커녕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 ‘아육대’ 대신 ‘아멍대’를 기획한 것은 잘한 일이었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부정적인 반응도 있었다. 재미와는 별개로 아이돌들의 반려견이 대부분 ‘품종견’이라는 점. 그리고 인기 있는 아이돌이 대중에게 끼치는 영향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점이 논점이었다.   




        

최근 동물권이 하나의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며, 강아지 공장 등 품종견 관련 문제들이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말티즈, 시츄, 포메라니안 등의 ‘품종’이 있는 강아지를 생산하기 위해 마치 하나의 기계처럼 다뤄지는 강아지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 사회엔 아직도 믹스견을 ‘잡종’이라 칭하며 레벨이 떨어지는 강아지로 취급하고, ‘순종’ 품종견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남아있다. 이런 상황에 누가 봐도 한눈에 품종을 특정 지을 수 있는 강아지들을 주르륵 전시한다는 건, 공장 속에서 고생하는 강아지들에게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있다.              





또 아이돌, 즉 연예인이 가지는 영향력은 강아지 품종에 있어 하나의 ‘유행’을 부추긴다는 점이 문제다. 아는 사람은 알고 있듯이, 강아지 품종에도 분명한 유행이 존재한다. 반려견을 데리고 가까운 공원에만 나가도 많이 보이는 강아지 품종이 몇 년 주기로 달라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안 그래도 있는 유행이, 연예인이 개입할 경우엔 더 심해진다. 몇 년 전 ‘삼시세끼’에서 ‘산체’라는 이름의 장모치와와가 등장한 이후, 강아지 공장엔 장모치와와 개체 수가 급증했다. 강아지 공장과 긴밀하게 연결된 ‘펫샵’에도 마찬가지다. 어느 펫샵을 가든 새끼 장모치와와가 1-3마리는 꼭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 수가 확연히 줄어들었다. 유행이 끝났기 때문이다. 이런 비슷한 사례는 수없이 찾을 수 있다. 즉 연예인들은 대중으로 하여금 일종의 소비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따라서 방송국들은 해당 프로그램이 부적절한 소비욕구를 불러일으키진 않을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아직도 동물을 ‘재화’로 취급하는 우리 사회의 경우 더더욱 그렇다. 이 점에서 ‘아멍대’는 비판받을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장수 명절 특집 프로그램으로 살아남던 아육대를 불가피한 상황으로 포기하고 기획한 아멍대는 물론 귀여웠고, 재밌었다. 하지만 지상파 프로그램으로서, 프로그램이 사회에 끼칠 수 있는 영향을 조금 더 고려했다면 훨씬 좋은 특집 프로그램으로 기억에 남았을 것 같다. 만일 2월에 있는 설 연휴까지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는다면, MBC가 어떤 대체 프로그램을 또 기획해낼지 기대가 된다. 아멍대를 한 번 더 하게 된다면, 그때는 품종을 특정 지을 수 없는 강아지들이 조금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미디어에서 믹스견을 많이 노출시킬수록 대중 역시 믹스견도 ‘일반적’이란 생각을 품게 될 것이다. 그렇게 작은 변화에서부터 큰 변화가 생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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