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에게 보내는 다섯 번째 편지
나아야! 요즘 보스턴 날씨는 정말 최고인 것 같아. 물론 아직도 5월 치고는 너무 추울 때가 있기도 하고, 한국의 5월보단 많이 움츠려드는 것은 사실이야. 그래도 너무 길게 이어져 오던 보스턴의 겨울이 끝나간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렇게 설렐 수 있는 일인가봐!
나는 비를 좋아하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 화창한 날씨를 엄청 사랑하는 사람이네, 나는.
어제는 하루종일 사진첩 정리를 했어. 미국에서의 일상을 올리는 브이로그 유튜버('방랑하는 언니 외국생활기')로 지내다보니 조금만 기간이 지나도 컴퓨터나 핸드폰 용량이 금방 다 차버려. 확실히 부지런해야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아. 게다가 300GB가 넘는 클라우드 서비스도 사용하고 있는데, 어제는 그 것마저도 용량이 가득 찼다는 메세지가 뜬 것 아니겠니.
사실은 클라우드 300GB 안에는 내 20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거의 10여년간의 모든 추억들이 다 담겨있어. 한 때 도피처로 생각했던 국내와 해외 여행의 추억들, 사랑하는 이들과의 순간, 열심히 살았던 흔적들까지.. 그저 쌓아놓기만 했지 이 것들을 정리 해야겠다는 생각을 못 했던 것 같아.
보스턴에 있는 동안 이 클라우드 자료들을 하나씩 정리해 볼 생각이야. 블로그를 쓰던, 유튜브 영상으로 만들던 정보성 자료들은 싹 정리해버리고 개인 자료들은 앨범으로도 만들어서 소중하게 정리해놓으려고 해. 그러는 동시에 미국에서의 새로운 추억들은 잘 쌓고.
새로운 무언가를 채우고 싶다면 먼저 그 안에 이미 들어있는 것들을 비워내야 한다고 하잖아. 공교롭게 타이밍이 딱 맞은 듯 해. 어제는 미국에서의 반 년이 넘는 시간들을 싹 다 정리했어. 이제 오늘부터는 조금씩 과거 자료들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볼거야.
가끔 재미있는 사진이 있다면 이 교환일기에 공유해보도록 할게. 찌질한 모습은 언제 봐도 재밌지 않니?흐흐
나아도 이런 비밀 앨범이 있는지 모르겠다. 있다면 정리를 잘 하고 있는지도 궁금해.
미국에 있는동안 우리 함께, 열심히 비워내고 열심히 채워 넣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