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12)
오늘의 한 컷
보스턴에 온 이후로 혼술을 참 많이 했다. 친구도 없거니와, 밖에서 술을 한 번 마시면 10만원은 거뜬히 넘겨버리기 때문인데, 재밌는 것은 식료품점에서 사는 술은 또 반대로 엄청 저렴하다는 것!
내가 왜 이렇게 술을 좋아하는지 거슬러 올라가보면, 술에 취해 몽롱한 기분이 들고 세상일이 아무 것도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 행복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뭐, 습관도 조금 있는 것 같긴 하지만..
어쨌든 혼술을 너무 마시니 남편이 옆에서 뭐라고 잔소리를 하다가 갑자기 오늘 나에게 (정말 사고 싶던) 찻잔 세트를 선물해줬다. 10만원 남짓 하는 이 찻잔 세트, 짠돌이인 신랑에겐 얼마나 큰 결심이었을까.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었다. 그는 이 선물을 사며, 내가 진심으로 건강하게 오래, 함께 잘 살기를 바랐을 것이고, 술을 마시고 다음 날 힘들어하는 대신 차를 마시며 잔잔한 시간을 내 스스로에게 선사하기를 바랐을 것이다.
그간 다 내려놓지 못하고 미국에서의 시간들을 손해보지 않으려했다. 나한테도 돌아와야 할 이득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생각했다. 그로 인해 신랑에게 부담을 줬고, 우리는 다퉜으며, 내 가슴은 막막할 때가 많았다.
찻잔 선물을 보며 이런 마음들을 정리했다.
내가 조금 손해보면 뭐 어때. 우리는 평생 함께 나아가야 하는, 한 배를 탄 선원인데 말야. 누구보다 건강하고 잘 살길 바라는 것이 서로일텐데. 내가 손해본다고 생각하는 이 시간들을 최대한 줄이고 성공해서 돌아가기 위해, 그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얼마나 많이 노력하고, 얼마나 많이 생각하고 생각할까.
그의 보이지 않는 시간들과 새하얀 진심이 이 작은 선물 안에 숨어 있었네.
(PS. 그래도 좋은 안주와 함께 곁들어 마시는 한 잔의 술은 포기 못 해 ㅋㅋㅋㅋ!!)
오늘 기억하고 싶은 좋은 말
김혜자 선생님의 유퀴즈 출연 영상을 봤다. I appreciated every single minute (every moment) during I am watching the TV show, But 그 중에 제일 기억에 남는 한 마디.
내가 경험한 거, 읽은 거는요
절대로 없어지지 않아요
언제, 어떤 식으로든 나에게 뿜어져 나온다는 것인데, 나한테 딱 와 닿은 얘기였다.
최대한 많이 경험하고, 읽고, 쓰며 살다 돌아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