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에게 보내는 여섯 번째 편지
나아야 안녕? 어제는 도서관에서 알게되어 삼 개월 정도 친하게 지냈던 지인과의 마지막 식사 자리가 있었어. 남편이 주재원으로 잠깐 오게되어 따라왔다고 하더라. 성격이 정말 유쾌하고, 아는 것도 많아서 내가 배울 것이 참 많았어. 짧은 시간이었지만 정을 나눈 터라,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하니 많이 아쉽더라. 이번 주말에 있을 나아의 보스턴 송별회 자리까지 하면 한 주에 두 명이나 떠나 보낸다. 보스턴은 많은 사람들이 왔다가 금방 돌아가는 도시라고 들었는데 정말 그런 것 같아.
어제 만났던 지인이 한국으로 돌아 가면서 나에게 여러가지 필요한 물건들을 바리바리 챙겨줬지 뭐야. 생각하지 못했어서 많이 놀랐어. 식료품, 한국에서 가져온 것들, 조미료 등등 미국 생활에 꼭 필요한 것들이었어.
캐리어 하나를 꽉 채우고 집으로 오면서 우연히 “서동현-사랑이라 믿었던 것들은” 이라는 노래를 알게 됐어. 오랜만에 마음에 쏙 드는 곡을 발견해서 기분이 좋았고, 하루종일 이 수십번도 더 들은 것 같아.
사실 나는 누군가의 SNS 피드보다 그가 자주듣는 플레이리스트를 보는 걸 더 좋아해. 누군가를 만나면 그 사람이 어떤 종류의 노래를 듣는지 귀 기울이는 편이야. 어떤 장르인지, 어떤 가사의 노래인지, 어떤 감성인지 알아가는 것이 너무 즐거워.
나는 가요, Pop, 재즈, 라틴음악, 클래식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듣는 걸 좋아해. 그래서 말인데, 유튜브 쇼츠를 올릴 때에도 영상미 보단 그 영상에 어울리는 음악을 찾는 것에 더 시간을 써.
보스턴에 와서는 아무래도 POP을 많이 듣고 있어. 뉴올리언스 여행을 첫 미국 장기 여행으로 선정한 이유도 다름아닌 그 곳이“재즈의 고향”이기 때문이었고.('뉴올리언스' 여행기는 조만간 올리도록 해볼게!)
어떤 음악을 들으면 그 노래에 빠져있었을 당시의 내 모습과 감정이 떠오를 때가 있어. 추억은 미화된다는 말과 그 때의 감정을 버무려 말한다면, 모든 음악은 나에게 세상의 모든 순간을 설명해주는 것 같아. 치열하게 살 때, 행복했을 때, 좋았을 때, 슬펐을 때.. 음악은 인생에 큰 선물이야.
과연 나아도 나와 비슷할 지 궁금하다. 나아의 플레이리스트도 쭉 보고 싶고, 주로 어떤 음악을 즐겼는지도, 요즘엔 주로 듣는 음악도 알고싶어.
나중에 소소하게 팟캐스트도 해보고 싶은데, 그 때 생각해둔 코너 중 하나가 바로 ‘감성있는 언니의 음악 한 스푼’이라는 거야. 다양한 음악을 소개해주며 내 감성으로 풀어가보고 싶어. 그러려면 더 많은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나를 단련시켜야 할 것 같아.
음악은 누군가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치유의 효과도 있는 것 같고, 때론 영혼까지 끌어 모아 우주까지 날아가는 텐션이 가능하게 해주는 조미료같아. 나는 그래서 음악을 사랑하고,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을 사랑해.
몇 년 전, 음악을 만드는 일에 푹 빠져 내 이야기로 곡도 만들어보고 노래도 했었어. 싱글앨범으로 5집까지 냈지만 음악성은 거의 제로야.
하지만 그 조그만 성취들을 잘 주워담아 언젠가는 나만의 인디기획사를 만들고 싶어. 나와 결이 잘 맞는 크루도 만들고 싶고, 다양한 창작 활동을 해보고 싶어. 거창한 꿈일수도 있겠지만, 못 이룰 것도 없다고 생각해. 할 수 있겠지?
예전엔 구구절절하게 모든 걸 다 이야기하는 것이 투명하고 좋은거라 생각했는데 이제는 아니야. 꼭 모든 것을 다 말하지 않아도 마음은 전해지고, 진심은 통하니까. 오히려 온갖 미사여구를 갖다 쓴 긴 문장보다 함축적으로 담백하게 비유한 짧은 문구의 울림이 더 크고 오래가는 것 같아. 그게 내가 곡을 만들고 싶었던 이유기도 해. 나를 말하고 싶어서, 아주 담백하게.
나아야! 서로가 이루고 싶은 미래의 모습, 내 꿈에 대해 언젠가 글로 길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좋겠다.
이번주도 고생 참 많았어. 행복한 금요일 저녁 보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