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평일에는 주로 시댁에 있고, 금요일 저녁에 아기 자는 시간에 맞춰 친정이 있는 인천으로 넘어간다.
인천에서 주말을 보내고 일요일 오후, 아기 낮잠시간에 맞춰 다시 시댁이 있는 서울로 복귀한다.
얼마간은 시댁에 있는 장난감들을 매번 가지고 다녔는데, 챙길 것이 너무 많아 빠뜨리는 것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안되겠다, 그냥 인천집에도 아기 장난감을 두도록 하자!
그리고 인천집에 둘 아기 장난감을 구하러 다니기 시작했다.
아기 장난감은 사용 주기도 짧고 어떤 것을 좋아할 지 알 수 없어 중고거래를 많이 이용한다.
나눔인 것도 있고, 몇 천원짜리부터 몇 십 만원에 육박하는 장난감까지 그 가격대가 천차만별이다.
나는 주말에 잠깐 동안만 쓸 것 같아 저렴한 장난감 위주로 검색해보았다.
감사하게도 가성비 좋게, 혹은 나눔으로 얻을 수 있는 장난감들이 꽤 있었다.
애기가 요즘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블럭부터 낚시 장난감까지 총 두 번의 거래 약속을 잡았다.
아기가 있는 집들은 문고리 거래를 많이 한다. 문 앞에 물품을 두고 출입할 수 있는 번호를 가르쳐주면 알아서 가져가는 거래이다. 이 거래는 서로 대면하지 않고 그 사람이 거주하는 집을 직접 방문하는 것이 특징이다.
방문을 하며 그 사람의 육아 생활을 어림잡아 짐작할 수 있다.
첫 번째 방문한 집.
우리 동네 근처에 이런 곳이 있었나 할 정도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였다.
재개발로 싹 밀어버리고 최고 층수가 44층인 아파트로 변신한 것이다. 주차 구역도 몇 개나 되는 단지였다.
대규모 단지니 만큼 여러가지 부대 시설이 많아 보였다. 아파트 단지 바로 앞, 막 지어져 반짝거리는 상가 건물엔 키즈카페부터 태권도, 피아노 까지 있어 여기 아파트에서 애를 키우는 부모들은 참 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과 호수를 가지고 다녀야 하는 거래라 동을 직접 찾아다니고 또 호수에 맞는 라인을 찾아야 했다.
주차장이 구역별로 나눠져있어 한참을 해멨다. 반짝 빛나는 놀이터에 어떤 공간인지 잘 모르겠는 유아 대기존까지. 다양한 공간들이 있어 부모에게는 여러모로 편리하겠다 싶었다.
빠른 속도의 엘레베이터를 타고 단숨에 33층으로 향했다. 문 앞에 놓여진 거래 물품 뒤로 고급 유모차와 아기 붕붕카가 보였다. 아마 이 유모차 또는 붕붕카를 타고 유아 대기존을 거쳐 어린이집을 오갈테고, 주말엔 집 바로 앞 키즈카페에 가서 시간을 보내겠지 하는 상상을 하며 물건을 챙겨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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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어 들렀던 두 번째 거래 장소에 도착.
오는 내내 이 길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유흥가 밀집 지역이었다.
눈이 따갑도록 반짝이는 네온 사인 뒤로 유흥가 간판들과 마구 엉켜있던 사람들(방문 당시 저녁시간이었다), 거리에 빼곡하게 주차된 차들 사이로 빵빵- 경적을 울려대며 먼저 가려고 하는 자동차들.
그곳 어딘가에 노후된 작은 빌라 한 채가 있었다.
한참 애를 먹으며 겨우 주차를 한 후 빌라 안 5층으로 향했다.
여기도 문고리 거래. 집 앞에는 마켓컬리 박스가 하나 놓여 있었고, 바로 옆에 아기 장난감이 놓여 있었다.
나눔 받은 블록 세트를 들고 와 트렁크에 넣은 후 집으로 향했다.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는 귀갓길이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그들의 중고거래 내역을 찬찬히 살펴 보았다.
첫 번째 집은 중고거래 건수가 총 103건이었고, 두 번째 방문했던 동네에서 신혼집을 차리고 임신을 한 것 같았다. 집들이 선물, 임신 백과사전 책 등의 중고 물품이 올라왔던 지역이 두 번째 거래 장소 근처였기 때문이다.
아마 애기를 낳고 키우다 아파트로 이사간 것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그리고 두 번째 집은 10건 정도의 중고거래가 있었고 계속 그 동네에 거주하는 듯 했다.
미국에서 출산한 후 육아를 하며 각자 사는 환경에 대해 이렇게 생각해본 적이 있었을까.
보스턴에도 물론 학군지가 있고, 부유한 사람들이 많이 사는 동네가 있다. 하지만 그곳에서는 이런 느낌을 느꼈던 적이 없었다. 왜 그럴까, 이유를 알고 싶다.
동네와 환경을 잠깐 본 것으로 그 사람의 삶을 속단할 수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같이 애를 키우는 엄마로서 우리 아기를 조금 더 안전하고 좋은 환경에서 격차없이 키우고 싶은 건 모든 부모들의 마음이 아닐까.
아, 이래서 한국에서는 아파트값이 잘 떨어지지 않고 계속 오르는 지역이 있는거구나,
그래서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그곳에 들어가려고 노력하는 구나.
아기를 낳기 전까지는 큰 관심이 없었던 사람들의 삶에, 이 사회에, 세상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저 소박한 행복을 자주 느끼며 즐겁게 사는 것이 최고였던 나에게 이런 관심들은 혼란으로 다가왔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유연하지만 단단한 삶의 철학을 가지고 흔들리지 않는 삶을 살고 싶다.
또 그런 내 모습을 자양분 삼아 튼튼하게 아기가 자랐으면 좋겠다.
한국에 지내는 동안 나에게 큰 과제가 주어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