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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광대 Nov 23. 2023

서울 코마

서울 나라의 앨리스

지금은 27살. 24살까지 대구에서 살았다.

25살부터 27살까지 3년동안

3번의 직장을 이직하며 3천만원을 모으고

1번의 사기를 당해 2천만원을 잃고

365일을 울며

200명의 사람을 만나고

2000명과 소통하는

고독한 서울 생활을 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주인공이었던 내가

3년간의 기억을 잃지 않도록 기록하는 책이자


수많은 앨리스를 위한

지침서가 되기를 기대하는 글이다.




좁다면 좁을 수 있는 대구에서 24년을 살았다.


남들은 20살때 아무것도 모르고 대학에 따라 서울에 올라오지만 국립대라는 이유로 대구에서 대학교 졸업까지 끝내고 취업준비를 해왔었다.

(이것이 내 인생의 첫번째 갈림길이 아니었을까.)


그럼에도 24년을 대구에서 시간을 보내며 나름대로 안락함을 누리고 있었다.


어른들이 좋아하는 착하고 바르고 공부도 잘하는 모범생이었기에, 계속 대구에 있었다면 부모님이 주시는 옷과 음식, 따뜻한 집, 그리고 사랑하는 친구와 가족과의 화목한 시간. 모든 것이 갖추어진 평탄한 곳에서 취업 준비를 했을 것이다.


익숙한듯이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하여,

누군가의 부모가 되고

대한민국의 그 나이에 해야하는 생애주기를 착실하게 따르며 살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평행우주 속 나의 모습


하지만, 


그 죽일놈의 호기심이 나를 또 지옥으로 이끌었다.


바로 서울이었다.


(언제나 호기심을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로 불렀다.)


자신감이 가득찼던 취준 1년차,


나름대로 준비된 스펙이라고 생각했음에도 서류도 통과하지 못하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고 답답한 마음뿐이었다.


과연 이 수많은 중고 신입들 사이에 이길 수 있을까? 하는 의문뿐

(지금도 '중고신입'이라는 말은 이해할 수 없는 단어 조합이다.)


경력이 많은 신입 사이에서 쌩신입은 경쟁력이 없을 것이라는 판단했고, 당연한 수순인 인턴을 지원하게 되었다. 그 중 전공을 살리며 갈 수 있는 공기업(참고로 이런 공기업은 정말 드물다.)에 면접까지 보게 되었다.


운좋게 동기 친구와 같이 면접을 보게되어, 우리 둘은 영상 녹화를 하며 열정적으로 면접을 준비했고,

값비싼 교통비와 숙소까지 기꺼이 투자했다.


하지만 언제나 부족함이 많은 아이었기에 또 다시 쓰디쓴 불합격을 맛보았다.


단념한 채 대구에서 죽어라 공부하고

2년 안에 공기업 입사하는 것을 다짐했다.


그런데, 정말 운좋게(?) 후보 3번이 돌고 돌아, 인턴으로 추가 합격을 하게 되었다.


당시 집에 혼자 있을 때,

추가 합격 전화를 받고 심장이 쿵쿵 뛰었다.


일생일대의 중요한 갈림길이라는 것을 온몸의 세포가 말해주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는가?


나는 이럴 때, 언제나,

이성보다는 심장이 시키는대로 결정을 하는 사피엔스이자,


'내가 이 기업에서 인턴을 하게 된다면?' '그래서 내가 정규직으로 입사를 하게 된다면?'과 같은 낙관론자였기에 희망회로를 돌렸고,

2주라는 짧은 시간안에 첫 출근이 가능하냐는 말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당시 나는 기업과 근로자는 철저한 갑과 을의 관계라고 생각했다.)


그 결과, 서울에서 집도 없던 내가,

서울의 중심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인턴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제는 3번째 직장을 다녀본 입장에서 결과론적으로 말하면 첫 번째 직장은 굉장히 좋은 사람들이 많았던 신의 직장이었지만, 당시 이를 알기에는 어리고 이기적이었다.


인간의 민낯을 알고 싶어 들어간 두 번째 직장이었던 중소기업은 돈과 사회의 본질을 알게해주었으며,


번아웃이 와서 정신력으로 버텼던 세 번째 직장은 인간의 한계와 몰락하는 삶을 알게 해주었다.

(다행히 모든 기업에서 인사이트를 얻었고 좋은 사람들이 많았다.)


젊음과 쾌활함으로 갑옷은 만들었지만,

실상은 어리숙한 겁쟁이가

3년동안 울면서 단련을 했고,

현명한 앨리스들이 나처럼 상처받지 않기를 바라며

꿈 같았던 서울 생활의 문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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