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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광대 Nov 24. 2023

Chapter1. Lose myself

서울나라의 앨리스

가히 love myself 세상이다.


방탄소년단은 "LOVE MYSELF"로 전 세계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예술의 영역에서도 이것을 보고 "내"가 예술이라고 생각하면, 예술인 것이며, 그렇지 않으면 쓰레기가 될 수 있다.


모든 것의 답은 내 안의 자아가 답하는 것이며 나는 그 자아의 응답에 응할뿐이다.


최근 옥외 광고에서 본 광고 카피 역시, "아니, 근데 진짜 나, 좀 멋있네?"이며 그 놈의 "나"에 대한 환멸에 빠지기도 했다.


맞다, 모든 사람들은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내 인생에서는 내가 주인공이다.


아주 멋진 히어로물! 짝짝!


홍대에 살아서인지, 청개구리 성향이 있어서인지,

이런 세상일수록 나는 세상의 끝에서 Lose Myself를 외치고 싶었다


어떤 취향과, 어떤 태도와 어떤 기호를 갖고 있는지를 무시한 채, 그저 나의 몸과 호기심의 명령에 충실하려고 노력하며 살아왔다.


이것은 겁이 많고 실행력이 더딘 나에게 꽤 유용한 훈련방법이었는데,


가령, 내가 운동에 대한 궁금함이 있어도, "나는 운동이랑 어울리지 않은 사람이야", "나는 과격한 운동을 하면 안돼" 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누군가가 전혀 관심없는 어떤 것을 하자고 할 때에도 "나는 그것 싫어해", "나랑은 안 어울려" 라고 생각하지 않고 기회가 있다면, 일단 해보는 것이다.


"나"란 사람은 생각보다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는데 내가 생각하는 "나"란 틀에 나를 끼우기에는 아직까지 너무 어리지 않은가.


물론 처음 나를 무너뜨리는 것은 커다란 거부감과 두려움이 있지만 내가 모르는 나를 알아가는 재미를 놓치기엔 아깝지 않은가.


하지만 사람이란 약하디 약해서 나를 무너뜨리는 새로운 경험을 내가 선택하기에는 쉽지 않은 다.


때문에 그럴 수 밖에 없는 환경에 가는 것을 추천한다.


가령 "회사" 라는 환경.


서울에서 처음 시작한 직장생활에서 겁쟁이 기질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다른 인턴들과 달리 후보로 들어온 나는 동기가 없기에 외로움과 내 안의 작은 자존심이 일렁였는데 다행히도 좋은 인턴들과 사람들 덕에 임시 동기들을 만들 수 있었다.


이렇듯 새로운 환경에 내던져지자, 겁쟁이와 모범생 기질이 발현되었고 이런 나에게 유독 힘들었던 것이 있었다.


바로 "점심식사 메뉴 정하기"


그 누구보다 수동적이었던 내가,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점심을 ""가 먹고 싶어 하는 메뉴로 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적절한 가격대와 상사가 좋아할 것 같은 후보, 멀지 않는 거리 등 고려해야하는 요소가 많은데 서울 지리도 알지 못하며 눈치도 없어, 그냥 상사가 안내해주는대로 따라가고픈 맘이었다.(3년이 지난 지금, 후배가 알아서 내가 좋아하는 식당에 따라와준다면 너무 고마울 것 같다.)


다행히 팀의 상사분들 역시 나와 똑같았는지, 각자 자신들이 좋아하는 식당을 데리고 가곤 했는데 그럴때마다 주체적이지 못한 나는, 상사가 먹는 것과 똑같은 음식을 시키곤 했다. 그것이 빠르게 나올테니까.


그 중 기억에 남는 음식은 바로 "닭곰탕"이었다.


당시 나는 닭곰탕이 무엇인지도 몰랐는데 상사분이 걱정을 하며 괜찮겠냐고 물었을 때, 약간의 불안함이 고개를 들었지만, 이는 두더지 잡기 하고, 웃으며 괜찮다고 말했다.


닭곰탕의 비주얼을 처음 보았을 때, 닭에게 미안하지만..나 역시 똑같이 닭살이 돋아버렸다.


닭백숙에 있는 닭껍질의 오돌토돌한 겉면을 보기만 해도 혐오감이 피어올라 모두 떼서 먹는 어린 아이였는데, 사회에서 마주친 닭곰탕은 그보다도 더 적나라했다.


그럼에도 상사가 먹는데 먹어야지. 어쩌겠는가.(물론 상사분은 전혀 강요하지 않으셨다.)


처음에는 정말 먹기 싫고, 삼키기도 싫었는데 꾹 참고 한 입, 두 입, 먹다보니 쫄깃한 것이 나름대로 매력도 있었고, 먹을만했다. (비주얼은 보지 않기 위해 눈은 다른 것에 집중했다.)


물론! 내 돈을 주고 먹을 맛은 아니었지만,


것으로 나는 닭곰탕을 먹는 사람으로 퀘스트를 깨고 한 단계 성장하게 되었다.


겁이 많은 나였다면 상상도 하지 못할 이야기였겠지만 이렇게 나도 모르는 나를 하나씩 탄생시켰다.


생각보다 공격적인 힙합을 좋아하는 사람, 예측하기 어려운 재즈는 정신 사나워서 싫어하는 사람, 밝은 형광등보다는 약간 어두운 주황색 조명을 좋아하는 사람, 의외로 골뱅이와 해산물을 좋아하는 사람, 동동주는 싫어하고 소맥을 좋아하는 사람, 마냥 싫어할 줄 알았던 과학과 수학을 알고보니 좋아했던 사람, 한식보다 햄버거를 더 좋아하는 사람. 껍데기의 쫄깃함을 좋아하는 사람, 담백한 빵에 올리브유를 찍어먹는 것을 좋아하는 동시에 크림빵을 좋아하는 사람.


주관없이 남이 하자는대로 따라하다가 생겨난 나의 취향이었다.


내가 어떤 사람이라고 규정하기 보다는

이리저리 휘둘리다가 눈을 떠 지나온 나의 흔적을 더듬어본다.


시간의 데이터가 알려주는 나의 취향과 기호가

나의 세계를 아는 것에 더 유용하다는 것을 이제는 알게된 나이.


그래서 나는 오히려, 이들에게

두려울지라도 Lose myself의 길을 걸어보라며 추천해주고싶다.


서울은 이를 하기에 매우 적합한 환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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