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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광대 Dec 05. 2023

돈,돈,돈! 대체 그게 무엇이길래!

돈귀신으로 진화하기까지

연령불문, 국적불문, 성별불문,

누구나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아름다운 옷, 맛있는 음식, 안락한 침대,

빼어난 자연경관 등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돈'이 있으면 쉽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릴 적 나의 소망과 다르게

어느 순간 '돈,돈'거리는 어른으로 진화했다.


처음 서울에 상경했을 때만하더라도

사회인보다는 대학생에 가까웠기에 돈을 모으는 것에 큰 가치를 두지 않았다.


당장 서울 생활을 누리는 것이 돈을 모으는 것보다 더 많은 행복을 주었으며 '푼돈 모아야 푼돈'이라는 가치관이 완고하게 자리를 잡았었다.

2021년 시 월급은 세후 180만원,

월세 60만원을 지출하면 남는 금액은 120만원.

각종 생활비를 내면 저축을 한다고 한들 크게 달라지지 않는 삶이 보였다.


그런데 운명처럼 부자 유튜브들이 나의 알고리즘에 뜨기 시작하며 점점 돈을 모으는 것이 '재미'가 있었다.


적어도 돈은 숫자로 늘어나는 것이 보이니

성장하는 스스로를 확인할 수 있다.


100만 원, 200만 원, 350만 원.


절제를 하면 할수록 불어나는 통장잔고를 보며 마음이 든든해지고 향후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변수에 대책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에 자신감과 안정감이 다져졌다.

(미래에 대한 불안함이 큰 나는, 갑자기 일어날 수 있는 가족의 경조사, 병원비, 사기 등을 상상했었다. )


특히 중소기업을 다니면서 돈에 대한 사랑은

집착의 형태로 흑화했다.


돈에 의해 치졸해지는 상황에 의해 한때 존경하던 상사에게 칼을 꽂을 때(돈벌레로 레벨업!),

교통비와 같은 회사 복지를 눈치를 보며 가져가야 할 때(돈나방으로 레벨업!),


중소기업 특성상 회사 자금 사정을 적나라하게 알게 되었고 회사와 동기화되었던지 점점 돈에 혈안이 되었다.


특히 돈이 있으면 쉽게 해결되는 여러 상황을 접하며,


모두가 알다시피


대한민국에서는 돈이 곧 권력 임을 실감했다.


하지만 2022년 당시 월급은 세후 197만원이었으며,

월세와 공과금을 내면 여전히 137만 원이

수중에 남았었다.


점심 1만원 X 20일 = 20만원

저녁 1만원 X 20일 = 20만원

교통비 (평일은 도보 출근) = 3만원

통신비 = 4만원

생활비(물, 세제, 화장품 등) = 15만원

사회생활비(선물, 친구 만남, 경조사 등) = 20만원


한 달 적금가능액 55만원 X 12개월 = 660만원.


일반적으로 생활을 했다면 1년 간 저축금액은 660만원이 되었을테지만

돈에 미쳤었던 나는 월 저축 금액을 최소 100만원 ~ 최대 130만원까지 늘렸다.


가장 많은 지출을 차지하는 것이 '먹는 것' 이었고,

이를 줄이는 방법은 간단했다.


첫째, 탕비실을 털자!

둘째, 고칼로리 음식을 섭취하며 배를 채우자!

셋째, 굶자!


(무조건 비추천하는 방법이다.)


당시 회사는 한 달에 한 번씩 10만원 가량의 간식을 담을 수 있었고 회사 조직원들은 합심이라도 한 듯, 주먹밥과 컵라면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점심은 간단히 컵라면과 주먹밥.

저녁은 편의점 도시락을 이틀에 거쳐서 나누어 먹거나 그저 굶었다. (이럴 줄 알고 회사 간식을 먹어두었다.)


평일 5일은 이렇게 버틸 수 있었지만..

문제는 기나긴 주말이었다.


집에만 있는 것을 죽도록 싫어하지만 나가면 무조건 돈이었다.


그나마 안심하며 갈 수 있었던 곳은 집 근처 흥민선수가 광고하는 대용량 프랜차이즈 커피집. 


그 돈마저 아까울 때는 

어쩔 수 없이 감옥같은 칩거생활을 했고 

유일한 안식처는 헬스장과 도서관이었다.

(이 두 공간은 무려 텀블러를 가져가면 물을 공짜로 준다! 심지어 헬스장은 공공요금 절약까지!)


그토록 좋아했던 친구들도 보지 않고(밥먹고 술먹는 순간 5만원이 나간다.), 좋아하던 카페를 가는 일도 멈추고(최소 5천원이다.), 여행(최소 10만원)과 쇼핑(평균 3만원)은 사치라고 일축하며, 지금처럼 하나하나 계산했다.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모으기를 결심했던 돈이었지만 친구와 가족에게 쉽게 선물조차 하지 못하는 치졸하디 치졸한 돈괴물로 진화했다.


그때 당시, 나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상황은 통장잔고 숫자가 줄어드는 것이었는데 이에 트리거가 되었던 것이 바로 "타인과의 비교"였다.


지방에서 일찍이 자리를 잡은 동갑 친구들은 "26살"의 나이에 벌써 "3천만 원"을 모았다고 했으며,

대기업을 다니는 친구들의 실수령은 나의 "2배"였다. 졸업하자마자 공공기관에 취직한 친언니는 "29살"에 "7천만 원" 가량을 모았었다.


해보고 싶은 일을 한다며 자기 위안을 한다고 한들, 독하게 마음 먹지 않으면 1년에 1천 만원을 모으지 못한다고 스스로를 다그쳤고, 끊임없이 뒤쳐지는 미래를 상상하며 불안해했다.


밥도, 옷도, 사랑도 포기한 채 주식과 부동산 투자, 자기계발 유튜브를 시청하며 시드머니를 모으기 위해 피폐한 삶을 운명처럼 받아들었다.


그렇게 "27살" 7월,

(모두가 그러하듯) 퇴사를 외치고 싶었던 날이 수도 없이 많았지만, 1년동안 고용보험에 연속적으로 가입되어야만 받을 수 있는 재취업수당으로 인해 이를 악물고 버텼고,신체적 정신적으로 한계가 왔음에도 좀비처럼 이직을 하며 연봉을 높이고 회사를 다녔다. (다행히, 이직을 하며 2023년 6개월간 실수령은 210만원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통장잔고는 고대하던 "30,000,000"을 넘었다.


드디어..!


그런데 왜 난 기쁘지가 않을까?


목표했던 3천 만원이 넘었지만 스스로에게 선물조차 하지 않았고, 줄어드는 숫자가 보기 싫어 똑같이 굶주렸다.


모으는 방법은 알았지만 쓰는 방법을 몰랐고,

스스로와 타인을 사랑하는 방법을 망각했다.

서울에서 숫자에 지배된 채 자본주의에 늪에 빠져

타인과 끊임없는 비교하며 허우적거렸다.


이 지긋지긋한 돈! 그 놈의 돈이 뭐길래!

나는 아무것도 못하게 되었을까!


그래서 그런가.


신기하게도 한순간에 2천 만원을 썼다.


그것도 보이스피싱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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