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일요일

by 이연

얼마 전에 행사가 있어서 가족이 다 모였다.

식구들이 모였으니까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이야기 꽃을 피우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나는 동생에게 말했다. "그동안 큰 딸하고 주말마다 카페에서 글쓰기를 했고 집에 오는 길에 동전 노래방에 가서 노래도 2곡씩 부르고 재미있게 살고 있어!"

남동생이 대뜸 "에이~ 그거 딸이 엄마 기뻐하는 거 보려고 그냥 따라가서 한 거야~"라고 한다.

순간" 어! 그런 건 아닌데~?!" 당황했다.

그러나 곧 " 아니야~ 그럴 수 있겠어.'라는 생각이 들면서 큰 딸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평소 너무 긍정적이어서 언제나 괜찮아! 를 외치고 다녔고 매사에 불평불만이 없고, 인간관계도 넓게 잘해서 걱정할 필요가 없는 딸이었다.

고등학교를 다닐 때부터 엄마와 거의 떨어져 살았기 때문에 내가 딸을 정확히 알 기회가 별로 없었다.


그러다 지난 2019년 겨울, 나의 친정식구들과 10박 11일 유럽여행을 가게 되었다.

10박 동안 딸하고 방도 같이 쓰고, 하루 종일 내 파트너가 되어 같이 지냈다.

5일이 되고 6일째가 되어가면서, 내 마음속에서는 착하기만 한 내 딸에 대한 짜증이 나고 있었다.

딸의 말 습관이 내 귀에 거슬리기 시작했다.


여행 내내 자기의 생각이나 감정을 표현하지 않고 앵무새처럼 남의 말을 계속 따라 하는 딸을 보게 된 것이다.

설레며 떠난 여행지에서는 나와 다른 사람들의 삶, 텔레비전에서만 보았던 아름답고 멋진 명소들, 생소한 음식들의 색다른 경험들이 우리의 느낌이나 감정을 쏟아내게 되던데...

내 딸은 그저 "그렇지! 멋있지! 맛있어! 좋아! "라고 말하는 상대의 기분만 맞추고 있었다.

여행에서 돌아오면서 내 머릿속은 여행의 회상이나 후유증이 아니라 내 딸의 언행에 꽂혔다.

딸들 일이라면 물불 안 가리는 내게 큰일이 일어난 것이다. 고민을 했다. 어떻게 하면 내 딸이 통통 튀는 매력을 가진 사람이 될까?

그동안에 나는 젊은 시절에 알지 못해 못했던 자기 계발서 책들을 읽고 공부하고 있었다. 이 책들을 읽었던 제일 큰 이유는 30살이 넘긴 했어도 아직 자기의 자아를 이루어가는 시기니까 내 딸에게 단어 한 개라도, 문장 하나라라도 딸들의 인생에 도움이 되는 뭔가를 찾기 위함이었다.

여행의 여독이 풀리고 며칠 후, 나는 딸에게 조심스럽게 글쓰기를 해보자고 제안을 했다. 조심스러워야 했다.

직장생활도 힘들 텐데 글쓰기를 강요하면 안 된다는 것쯤은 나도 알고 있다.

그런데 착한 내 큰딸은 엄마 말을 따르려고 했는지 어쨌는지는 모르겠으나 흔쾌히 "좋아!" 승낙했다.


우리는 주말이 되면 늦은 아침밥을 먹고 예쁜 카페로 갔다.

"마치 아이가 성장하듯 새로운 실험과 성인 수천 명의 경험 속에서 자라나고 성장한 결과물인..."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을 선택해서 한 단원씩 읽고, 그중 마음에 와닿는 단어나 문장을 주제로 해 글을 써보기로 했다. 다 쓴 다음에는 서로 교환해 읽어보기로 하고, 달콤한 빵과 커피도 함께 즐겼던 시간이었다. 벌써 7주일째 하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보니 딸이 선택한 단어나 문장은 너무 순수한 부분들이었다. 같은 페이지를 보지만 내 눈에는 들어오지도 않은 문장들이었다. 더 놀란 건 일기도 안 쓰는 딸이 주저 없이 글을 잘 써내려 간 것이었다.

잘 쓰려고 안 해서인지, 꾸밈없는 순수한 마음이 담겨있는 글이 매번 내 마음을 뭉클하게 했고, 나는 감동해서 눈물을 흘리곤 했다. 진짜 '참 잘했어요!'라는 도장이라도 새겨서 찍어주고 싶었다.

글이라면 자신 없어했던 딸은 내가 감동해서 흘리는 눈물에 진심으로 칭찬한 것이 좋은지 점점 재밌어하고, 자신감도 생기는 듯했다.

평소에 나는 딸을 행해 "너는 왜 네가 다하는 거야? 그 약속은 좀 거절해도 되지 않니? 그 돈은 네가 안 써도 되는 거 아니야?" 라며 불만스러운 잔소리를 꽤나 했었다.

세상적 계산을 할 줄 모르는 딸이, 그 자체로 순수해서 그랬는걸, 순수하니까 그럴 수 있는 것이었는데...

나는 이 글쓰기를 통해 딸에게 완전 무장해재 당하게 되었다.

오히려 세상의 때가 엄청 많이 묻은 내가 부끄러워졌다.


성경책에 보면 예수님이 " 아이와 같이 순수해지지 않으면 하늘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라고 했는데 그게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 요즈음 나는 딸을 그 자체로 인정하며 존중해줄 줄 알았으며,

나는 이 글쓰기를 참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물었다 " 딸아~ 너 진짜 이 글쓰기 하는 거 괜찮아? 삼촌 말대로 네가 엄마 기쁘게 하려고 하는 거 아니야?" 물었다.

"아니야~ 내가 재미있으니까 하지!"라고 하며 "엄마, 나 이번 일요일에는 일이 생겨서 못하니까 토요일에 하자~" 라며 대답해 준다.

이번 토요일에는 어떤 카페 가고 싶은지 나더러 생각해 놓으라고 하고 나갔다.




"오늘 엄마와 글쓰기 하면서 이야기하다가 소녀감성이라는 단어가 나왔는데 갑자기, 엄마가 구체적으로 어떤 면이 엄마의 소녀감성인지 말해줄 수 있느냐고 물어보았는데 어떻게 답할 줄 몰라 당황했다.

사람들은 나를 보고 얘기를 잘 들어준다 하고, 나한테는 편하게 말할 수 있어서 좋다고들 한다.

이런 달콤한 말들에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살았었다.

엄마도 말했듯이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방법도 조금 더 키워나가야 할 것 같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노력해야 할까 고민된다. 하지만 지금 이렇게 독서 공부를 시작했으니까, 꾸준함이 나의 장점인 만큼 이 장점을 살려 더 발전된 나의 모습으로 나아가고 싶다.”


3월 어느 주일에 "인간 관계론" part2 편 '대화를 잘하는 사람이 되는 방법'을 읽고 딸이 쓴 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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