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여름을 함께

by 이연


2021년 여름도 어김없이 초복에서 시작해서 입추가 될 때 까지는 무지 덥다.

한더위엄마가 20일 동안 우리집에 머무르셨다. 무 더우니까 에어콘까지 더운 바람을 내는 바람에 황당 하기도 했지만,

내가 해 드린 반찬에 밥을 참 맛있게 드셨고, 손녀딸과 고스톱도 치며 즐겁게 계시다가 오늘 실버타운으로 들어 가셨다.

실버타운에 밥을 마주하면 토 할것 같은 역거움에 치를 떨겠다며 삼시세끼 밥을 먹을때마다 "이렇게 맛있게 할 수 있는디 으째서 그렇게도 맛이 없게 하끄나이!" 라고 매번 말씀 하셨다.

자식으로서 매번 듣고 있으려니 저절로 죄인의 심정이 되곤 한다. "엄마! 더 계셔요~" 라고 하고 있기 때문.

엄마가 계시면 반찬도 더 신경 써서 해야 하고 외출도 자유롭지 않지만 그런것들 때문에는 힘들지 않다. 작 힘든것은,

마가 하루종일 쏟아내는 살아온 끝도 없는 푸념에, 매사 억울하다고 끄덕하면 눈물 그렁그렁 매달고 지금은 이 세상에도 없는 아버지 원망을 들어야함은 괴롭다.

아버지 생각을 구지 하기 싫은데..

나도 안다. 울 아버지가 참 이기적이게 살았고 엄마에게 잘못 많이 한거.

내가 생각할때, 이기적인걸로 말하자면 엄마도 만만치 않은것 같은데 말이지. 어떻게 아버지만 잘 못 했으리라고.

아버지,엄마가 살았던 그시절에 무슨 인성 교육을 받았겠어, 사회생활을 해서 인간관계를 해보았겠어, 엄마가 그러는건 당연하다. 하고 감안하고 들어 드려야 한다는건 머리로는 알겠는데,

아직도 기억력이 너무 좋은 엄마의 넋두리를 듣다보면 어느 부분에서는 꼭 내 감정도 건드려지고 만다. 내가 이번엔 꾹 참고 잘 들어드리려고 결심했는데..

버럭 싫은소리 하고 그 자리까지 뜨고 만다. 뻘줌해진 늙은 엄마의 기 죽은 모습이 보인다. 아휴!또 못참고.

이젠 내가 속상해 죽을 것 같은 마음이 되고 만다.

순간, 엄마가 가실 날이 몇일이나 남았는지 달력을 보고 있는 내모습을 봐야만 한다.

그리고 올케에게서 전화가 오자 "괜찮아~뭐 이런게 힘들겠어? 평생 모시는것도 아닌데!"

아주 아량 넓은 언니인척 한다.

진짜 평생 모시고 사는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 효부 효자상으로 뭐라도 상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엄마는 적어도 1년에 두번정도는 실버에서 나서 딸들 집에 와서 물다가 실버로 돌아가실 때는 항상 짐이 수북히 쌓여 있곤 한다

이번에는 우리집에 계셨는데 우리 집에 있는 이불이 마음에 든다며 똑 같은걸로 사다 달라고 하셨다. 사왔더니 싸이즈가 작다고 마음에 안들어 하셨다. 그러면서 손녀딸에게 "느그 엄마 시집갈 때 누비 이불을 사줬는데 그 이불이 어찌나 이쁜지 내것도 꼭 같이 하나 더 사고 싶었는디 그놈의 돈이 없어서 못 샀다이!" 하시는거다.

사실 나도 곱게 누벼서 만든 그 이불을 40년 동안 덮지를 못하고 여지껏 가지고만 다녔다. 2년마다 이사를 그리도 다녔으면서도 꼭 가지고 다녔던걸 보면 어지간히 좋았나 보다. 그 이불을 덮고 자고 싶게 좋은부부사이도 아니였고 그 이불과 걸맞는 집에서 살지도 못했다. 새삼스레 괜히 이불 때문에 내마음이 씁쓸해졌다.

강산이 4번이나 바뀌었을 40년전에, 사고 싶었던 누비 이불의 한을 풀어 드려야겠다. 이불 안쪽을 인조천으로 씌워 얌전하게 스침해진 40년전에 엄마가 해 준 그대로 엄마께 드렸다. 딸이 사랑땜을 하지 못한 그 이불을 덮고 잠을 편히 잘 수나 있을까 싶은데 엄마는 흔쾌히 가지고 가셨다.

그래서 이불이 한보따리, 반찬도 그렇게나 맛이 없다 하시니 김치며 밑반찬이며 해서 싸니 한 짐, 비누는 무슨 비누가 좋으냐 치약은 암웨이가 좋지않냐 너희가 먹는 쨈이 맛있더라 참기름 간장 등등등 생활용품이 한짐, 엄마가 정작 입는옷은 한 벌뿐인데도 입겠다고 싸온 옷짐이 한보따리다.

실버로 가지고 간 짐이 너무 많다. 몸도 힘들텐데 짐을 어떻게 다 정리 하시려는지 걱정이다. 내가 당연히 정리해 드리고 오려고 했는데 심각해진 코로나의 여파로 문앞에서 제지 당해 한 발자국도 들어가지 못하고 되돌아 왔다.

거기다가 엄마는 4일동안이나 하루종일 꼬박 앉아서 바느질을 하고 가셔서 더 걱정이 된다. 92세가 되어서 자기 몸도 가누기도 힘든 노인이지만 바느질 만큼은 자신있게 잘하신다.

여자로서 엄마로서 부엌에 들어가 밥하는게 당연한 일임에도 그 일은 억울하다 하셨고,어려서 부터 바느질 하는건 잘했고 재미있다 하셨다.

사람은 자기가 잘하는 일이 재미있는 일인것 같다. 재미있는 일은 나의 노후대책이 되므로 꼭 개발하면서 나이 들기를 권하고 싶다.

손녀딸이 일본유학할 때 신세진 분들에게 보답을 해야 하는데 가장 정성이 깃들며 한국적인걸 찾다가 인조견 천으로 잠옷을 만들어 보내면 좋을것 같다며 엄마께 바느질을 요청했더니 흔쾌히 보람된 일이라고 좋아하셨다.

눈도 흐려진 탓도 있지만, 그런데 문제는 재봉틀이 엄마 본인것이 아닌 바람에 엄마 마음대로 잘 박아지지 않았다. 박고 뜯고 또 박고 뜯고, 시간과 노력이 몇배로 들어 갔다.

엄마 자존심에 먹구름이 끼얹어졌지만 하늘은 아시리. 92세 할머니의 투혼을!

너무 무리 했어서 아플까봐 어쩔줄 몰라하는 나한테 그러신다. 누워있어도 아프고 일해도 아픈데 보람된 일을 하게되어 기쁘다고.

자신이 잘 하는 일은 즐거워서 아픈것도 잊을 수 있는 마약과 같다고 생각 했다.

귀도 잘 안 들리시니 전화통화도 수월하지 않아 서로가 답답하다. 아프지 않으셨는지 아침저녁으로 전화해보니 그런대로 참을만하다며 나를 안심 시킨다.

40년전 그때는 엄마도 52살이었으니까 이쁘고 좋은 이불도 사고 싶게 건강 했을텐데...

인생의 희노애락을 몸에 덕지덕지 묻혀 가는 동안 어느덧 92세가 되어 그 몸의 기능이 다 닳아 버렸다고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어버린다.

정신은 멀쩡하여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혼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니 얼마나 초라하며 서글플까? 우리 모두도 그 시간과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아! 엄마에게 좀 더 따뜻하게 다가가야겠다. 또 보내놓고 다짐고 있다

이렇게 엄마와 한번씩 부대끼고 나면 이기적이게 내생각을 하게 된다.

아직 활발히 움직일 수 있는 내 건강이나 시간이 주어졌음에 감사하며, 노후대책은 돈으로만 하는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한다.

첫째, 절대로 말을 많이 하 안된다.

둘째, 자기 시간을 가질 줄 알아야 한다.

아무리 편하고 좋은 자식이 옆에 있어도 입도 살며시 닫고, 슬쩍 비껴 줄줄 아는 그런 할머니가 예쁠것 같다고 생각 했다.

나는 예쁜 할머니가 되고 싶다. 지금부터 노력 하려고 한다.

그럼

부터 당장 예쁜사람으로 살아야겠죠?

내가 잘하는 일-창문 활짝 열고 청소 싹 하고, 게운한 마음으로 제일 좋아하는 커피 옆에 놓아두고 내 마음이 예뻐질 수 있는 수필집( 아름다운 우리 수필-이 태동 엮음) 을 읽어야겠다.

일단 나부터 행복해야 내 주위 사람들에게도 더 따뜻한 마음으로 다가갈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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